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오늘은 작가 하나에 집중하기 보다 요즘 타이완 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Taipei International Book Exhibition, TIBE 台北國際書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5일까지 테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2023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은 아시아 최대, 세계 제4대 국제 도서전으로 올해로 31회를 맞았습니다. 이번 참관객 수는 작년의 2배인 50여 만 명을 기록했는데 코로나 펜데믹 전에 수준으로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독서의 멀티버스(閱讀的多重宇宙)’를 주제로 시공간을 넘어 더욱 다원화한 문학 교류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주빈국으로는 폴란드가 초청되어 비디오 게임 및 드라마 《더 위쳐(The Witcher)》 원작소설의 작가 안제이 삽코프스키(Andrzej Sapkowski)를 모시고 타이완 독자와 대면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폴란드 외에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과 긴밀히 교류해 온 대한출판문화협회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참가해 한국 출판물을 전시하는 한국관을 설치했고 한국 작가와 타이완 작가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케이팝(K-Pop), 케이드라마(K-Drama)에 비해 과거 한국 문학은 타이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해 중문으로 출판된 한국 작품도 매우 드물었기에 2018년에 제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갔을 때 교보문고와 같은 서점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고 한국 도서도 많이 구입했습니다. 따라서 2019년 학업을 마치고 귀국 후 타이완 서점에서 ‘한국 문학 코너’를 본 것은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타이완 최대 서점 청핀(誠品, ESLITE, 1989년 개점)이 발표한 매출보고에 따르면 2018년 한국 문학 도서의 매출액은 13배나 늘었다는 놀라운 기록을 했습니다. 2019년에 들어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김지영》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가 타이완에서 주목되어 이를 비롯한 한국 문학도 타이완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후 한국은 2020 및 2021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주빈국으로 2년 연속 초청되어 한국 문학은 점차 케이문학(K-문학)으로 부상되어 있습니다.
올해 초청을 받은 한국 작가로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김연수, 《아몬드》손원평, 《공부의 위로》곽아람, 《신령님이 보고 계셔》홍칼리 등이 있었는데요. 그 중 저는 홍칼리 작가가 타이완 배우 겸 작가 덩쥬윈(鄧九雲)과의 교류에 대해 인상이 가장 깊었는데요.
작년 7월에 홍칼리의 자전적 에세이집《붉은 선》은 타이완에서 출판되었고 저는 우연히 서점에서 책표지에 끌려 오후 내내 한꺼번에 읽었습니다. 이처럼 적나라하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기록한 한국 문학을 처음 접해 충격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붉은 선이라는 것은 사회가 여성에게 정하는 규범을 상징하며 홍칼리도 이 틀 안에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해 왔는데, 결국 만신창이하고 스스로와의 끊임없은 대화를 통해 드디어 규범 따위가 결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9년에 무당이 된 과정을 기록하는 홍칼리의 무당 일기 《신령님이 보고 계셔》는 지난 1월 중순에 타이완에서 출판되었는데요. 이번 도서전에서 홍칼리는 해당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그는 ‘무당이 된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예상과 달리 나는 행복해서 무당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비워야 보일 수 없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무당이라는 직업은 바로 자신의 내면을 비우고 세상의 다른 존재를 끌어안는 존재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마침 책에서 등장하는 문구와 일맥상통인데요.
무당이 된 후 가장 좋은 점은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낮에는 따뜻하게 사람들을 감싸고 밤에는 고요하게 기도 할 수 있는 일상.
모든 존재를 끌어안을 수 있고 정화할 수 있는 이 직업이 있어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도서전에서 홍칼리와 교류를 펼친 덩쥬윈은 한국어문학과 출신, 현재 연기와 글을 통해 몸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타이완 젊은층에서 인기있는 작가로 홍칼리와 대화하는 데 매우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홍칼리는 배우를 똑같이 ‘무당’으로 여기는데 ‘우리는 사라져 버리는 것을 안아주고 한을 풀어주는 사람이다’고 배우와 무당의 공통점을 설명했습니다. 덩쥬윈은《신령님이 보고 계셔》를 읽으면서 ‘소외감’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마음에 와닿고 했으며 도서전에서 홍칼리도 여러 번에 소외감을 언급했는데요. 성장과정에서 차별을 많이 당하고 소외감을 항상 겪은 홍칼리는 ‘소외감 때문에 내가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덩쥬윈은 ‘배우나 작가처럼의 예술가들은 소외감에 결코 낯설지 않은데 그들은 소외감을 재해석하면서 주류의 목소리에 “변주”를 주입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권리를 부여해준다. 무당은 사람과 귀신 사이, 배우는 자아와 대중 사이에 서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최근에 들어 물질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을 탐구하는 오컬티즘(occultism), 혹은 은비학(神秘學)에 대한 관심이 생긴 덩쥬윈도 이 자리에서 홍칼리에게 스스로 영혼의 모습을 봐달라고 요청했는데요. 홍칼리는 덩쥬윈의 영혼 안에 공기를 맑게하는 나무가 보인다고 하며 마침 앞에 말한 ‘세상의 다른 존재를 끌어안는 직업이다’는 말과 일치했습니다. 독자로서 타이완과 한국의 작가는 이렇게 대면으로 교류하는 자리에서 참여할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네요.
코로나 펜데믹에 거쳐 세계 각국의 문학 작품과 작가는 드디어 타이완에서 모여 교류를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은 소설, 에세이, 시 뿐만 아니라 아동도서, 만화, 심지어 항상 책 뒤에 숨어있고 묵묵히 노력하는 편집자에도 초점을 맞췄는데요. 편집자라는 낯선 존재를 일반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올해 새로 설립된 ‘심사 추천 특별상(評審推薦特別獎)’은 타이완 만화 발전에 심혈을 기울인 편집자에게 수여했습니다.
또한 도서전에서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 디지털세대에 책을 접하는 각종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종이책의 몰락은 불가피한 추세인데 저는 여전히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책의 향기를 맡으면서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도서전이나 서점에서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타이완 문학은 더욱 다양하고 활발한 이벤트를 통해 계속 앞을 향해 매진할 수 있는 것은 독자로서의 가장 큰 희망이죠.
엔딩곡으로 덩쥬윈의 단편소설 《잠시 둘 수 없는 것(暫時無法安放的)》에서 영감받아 창작된 곡 <자신의 방(自己的房間)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가수는 예잉(葉穎)입니다. 앞으로도 덩쥬윈, 그리고 이번 도서전의 수상 작품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江昭倫,〈誠品百大暢銷榜:韓流來襲 韓國文學銷售成長13倍〉,RTI中央廣播電台。
2. 〈韓國巫女現身書展 洪承喜一揭巫女神秘面紗〉,2023TiBE台北國際書展。
3. 凃盈如,〈韓國職業女巫洪承喜:所有人都正在死去,沒有必要努力現在就要死〉,自由時報。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