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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오리‧화롄 중요무형문화재, ‘문면(紋面)문화’

  • 2022.04.05
레트로 타이완
지난해 2월 사이더커족의 마지막 남은 '얼굴 문신(문면)'을 하신 린즈메이 (林智妹) 할머니를 찾아 뵌 차이잉원 총통. [사진 =총통부 홈페이지]

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최근에는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 하나의 패션 아이콘으로서 몸의 그림이나 글씨를 새겨 넣는 타투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타투(tattoo) 즉 문신(紋身)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탈’ ‘두려움’ ‘위협’을 상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불의의 사고로 얻은 화상 흉터나 교통사고 흉터 등을 성형수술로 상처를 말끔히 다 없앨 수 없는 경우, 흉터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문신 시술’ 등으로 최근 들어 문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문신의 역사는 5천년이 훨씬 넘습니다. 조상에 대한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유교 국가에서 부모님이 주신 몸에 흠집을 내는 것을 곧 불효라고 여기기 때문에 신체를 귀하게 여겨온 유교 국가에서는 문신 문화가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하와이, 피지 등 남태평양 섬들에 거주하는 폴리네시안 원주민들 사이에선 아주 오래 전부터 문신 문화가 여러 이유로 성행해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하와이 마오리족 등 폴리네시안 원주민 젊은 남녀는 성인이 되기 위해 문신을 하는 것은 필수이고, 아득한 옛날부터 타이완 섬에 거주해 온 같은 폴리네시아 혈통인 타이완 원주민족, 그중에서도 타이야족(泰雅族)과 사이더커족(賽德克族)도 얼굴에 문양을 새겨 넣는 문신 역사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타이완의 타이야족(泰雅族), 사이더커족(賽德克族)은 왜 문신 문화를 갖게 되었을까요?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2009년 화롄현정부가 현지정무형문화재로 지정했고, 2016년에는 먀오리현이 현지정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얼굴에 문양을 새겨 넣는 사이더커족과 타이야족의 ‘문면(紋面)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타이완에는 16개 법정 원주민족이 존재합니다. 이 가운데 사이더커족과 타이야족의 문면(紋面)문화 혹은 경면문화(黥面文化)라 불리는 이 중요무형문화유산은 얼굴에 문양을 그려 넣는 얼굴 문신을 뜻합니다.

인류학적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타이야족의 문면문화에는 두 가지 설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 설화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남매통혼(姊弟通婚)설입니다.

태초에 오직 한 남매만 존재하던 머나먼 옛날, 인류의 번식을 위하여 그들에겐 대를 이어 나가야 하는 사명감이 주어졌고 누나는 남동생에게 결혼하자고 제안 했으나, 남매 간에 결혼은 곧 천륜을 어기는 천벌 행위라며 남동생은 이를 극구 거부했죠. 방도를 찾던 누이는 남동생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 오후 산 아래로 내려가면 너의 아내가 될 한 여자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다음날 누이는 목탄으로 얼굴을 검게 칠하고, 산 아래서 남동생을 기다렸습니다. 예상대로 남동생은 자신의 누나를 알아보지 못 한 채 그들은 부부가 되었고, 인류는 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해요. 이러한 설화로 인해 타이야족은 혼인 전 반드시 얼굴의 문신하는 문면문화가 생겨 났다는 설이 있고, 이어 두 번째로 내려오는 설은 일명 추길피흉(趨吉避兇)설입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주 먼 옛날 타이야족의 젊은 여성들이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잇따라 죽음을 맞는 흉흉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던 한 타이야족 소녀의 꿈에 조상이 나타나 얼굴에 꽃 문양의 문신을 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다음날 소녀는 부족 사람들에게 선조의 말을 전했고, 이것을 길몽이라 여긴 타이야족 사람들은 딸의 얼굴에 문신을 새겼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유 없이 죽는 흉흉한 일이 사라졌고, 오히려 타이야족 소녀들이 장수했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로인해 타이야족의 얼굴 문신, ‘문면문화’가 시작됐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두가지 설을 통해 혼인을 위해 혹은 죽음을 쫓는 부적과 같은 주술적 효과를 나타내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타이야족의 문면문화. 하지만 타이야족이라고 해서 혹은 사이더커족이라고 해서 누구나 얼굴의 문양을 새길 수 있던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자만이 문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원주민족 위원회에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타이야족과 사이더커족 남성과 여성은 5~15세 전후로 얼굴의 문신을 새겼는데, 남성은 여러 차례 사냥에 성공하면 이마와 턱 부위에 직선 등의 문양을 새겨 넣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고, 여성의 경우 베 짜기 등 직물 제조하는 기술을 습득하면 이마와 양 볼에 문양을 그려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전쟁터나 사냥에서 활약한 남성이나 옷감을 짜는 기술이 특출한 여성은 남녀를 불문하고 얼굴 외에도 팔, 손, 가슴, 배, 다리 등 다양한 부위에 문신할 수 있도록 특권이 주어졌습니다.

타이야족과 사이더커족의 전통 문면은 사냥과 옷감을 짤 수 있는 성인이 된 표식, 명예의 훈장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서도 얼굴에 문신이 없는 것을 아주 큰 수치라 여겼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야족과 사이더커족의 전통 문면은 가족, 부족, 혈통, 권위에 따라 문신이 달랐는데, 이는 전쟁터에서 적군과 구별할 수 있는 증명일 뿐만 아니라, 사후 저승에서 조상들이 얼굴 문신으로 후손을 알아본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전통 문면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초월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통치시기, 일제는 이 신성하고 고귀한 타이야족과 사이더커족의 문면 전통을 금지했습니다. 일제는 야만적이고 미개한 문화라는 이유를 들며 1913년부터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문면 전통을 금지했습니다. 표면적으론 미개한 문화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그 속엔 타이야족과 사이더커족의 정체성이나 존재를 말살하고 일본인에 동화시키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제는 타이야족과 사이더커족 남성에 얼굴 문신을 강제로 제거했습니다. 마취도 없이 이마와 입 부위 문신을 도려낸 뒤 타이야족과 사이더커족 남성을 일본군인으로 강제로 전쟁에 참전시켰습니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문신을 도려낸 것도 모자라 강제징용 전쟁군인으로 일본에 끌려간 피해자가 된 타이야족과 사이더커족 남성들. 문면 문화는 일본에 의해 폐지되며 맥이 끊기게 되었고, 현재 우리는 마지막으로 남은 사이더커족 린즈메이 (林智妹,Ipay Wilang) 할머니를 통해 문면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결국엔 어떻게 보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2009년 화롄현정부는 사이더커족과 타이야족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는 ‘문면문화’를 현지정무형문화재로 지정했고, 2016년에는 먀오리현이 현지정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며 사진과 영상 등 기록물 보존, 관리와 함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인 문면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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