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타이완 시간입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뒤엉켜 싸운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던 사라예보 암살 사건. ‘사라예보 총소리’의 주인공 가브리오 프린치프(Gavrilo Princip)의 탄환은 그의 나라를 억압하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드 황태자 부부를 향해 겨눴으나, 사실상 거사는 제국에 대한 항거였습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일본 제국의 맞섰죠. 특히 고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다가 순국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죠.
그중 안중근 의사가 대한제국 초대 통감을 지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는 우리 모두 흔히 알고 있는 독립운동사입니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에 가려져 머나먼 타국 타이완에서 홀로 일제와 맞써 헌신한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의 활약상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어서 저로써는 항상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오늘 레트로 타이완시간에서는 평범한 청년이 오직 자신의 의지만으로 이역만리 타국 땅인 타이완에서 그 흔한 조력자 없이 이루어진 '단독 의거'이자 유일하게 일본 왕족 처단에 성공하고 순국하신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93년전인 1928년 5월 14일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장인인 구니노미야 구니요시(久邇宮邦彦)는 식민지 타이완 중부 지역 타이중을 방문 중이었습니다. 방문 기간 중 그가 어딜 향하든 타이중 길거리엔 그를 환영하는 인파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특히 일왕의 장인이자 일본 정계의 거물인 구니노미야의 방문으로 타이중 경비경호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었죠.
5월 14일 이날 오전 구니노미야는 타이중 일정을 마치고 타이베이로 이동하기 위해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려고 타이중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9시 50분경 관저를 떠난 구니노미야의 차량 행렬은 철통 경호 속에 타이중 기차역으로 향했죠~ 그리고 9시55분 구니노미야가 타고 있던 차량이 지금에 타이중시 민췐루民權路를 지나 즈여우루自由路2단으로 커브를 돌던 그 순간!!! 나무 밑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조명하 의사가 10대 가운데 두번째 차량에 타고 있던 구니노미야에게 독이 묻은 단도를 꽂았습니다. 단도는 구니노미야의 목덜미를 스치며 지나갔고, 아수라장이 된 의거 현장에서 조 의사는“두려워 마시오! 나는 조국 대한을 위해 복수 한것일뿐! 대한민국 만세不要怕!我是為了祖國大韓報仇,大韓民國萬歲!”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합니다.
1928년 5월 14일 오전 9시 50분 타이완 타이중시에서 벌어진 의거, 현장에서 체포된 조명하 의사는 그해 10월 10일 타이베이 교도서에서 순국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니노미야 구니요시는 독이 온몸으로 퍼져나가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하게되죠.
1928년 5월 14일은 올곧은 나라사랑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23 살의 젊은 나이의 순국하신 조명하 의사가 일왕의 장인이자 일제 정권의 실세였던 구니노미야 구니요시를 처단한 날입니다. 거룩한 의거 93주년을 맞아 타이완에서 거주하고 계시는 한국 교민분들이 참여한 가운데 조 의사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의거 현장에서 타이중 의거 93주년 기념행사가 지난주 금요일에 열렸었는데요.
지난주 금요일 이 기쁜 소식을 접하고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조명하 의사와 관련된 문헌을 조사해서 청취자분들에게 풍부한 소식을 전해야지 생각하고있었는데.지난주 토요일 갑자기 확진자가 180여명을 기록하면서 타이완 국내는 그야말로 혼돈에 빠졌죠. 특히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 2곳의 방역 경계 등급이 이달 28일까지 3단계로 격상되면서, 2곳의 주민들은 지역사회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스스로 외출을 자제했습니다. 정말 주말 내내 외출을 일체 하지 않으신 분들도 많이 계신데요. 저도 도서관을 향하려던 계획을 잠시 접어두고 주말 내내 가족들과 집에 꼼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방송국에 출근해 청취자분들에게 타이완의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데요. 하루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어서 방역 경계 등급이 해제 되었으며하는 바램과 한편으론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던 지난주 금요일 타이중 의거 현장에서 조명하 의사의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이완에서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가 순국하신 조명하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면서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곡한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戦場のメリークリスマス,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의 오프닝곡을 피아니스트 랑랑이 연주하는 버전으로 선곡해 봤는데요. 고요한 저녁밤을 함께하기 제격인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ost를 띄워드리며 방송 마치겠습니다. 레트로타이완의 손전홍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