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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의 그림자... 국민당의 타이베이 지검 집회

  • 2025.04.23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이 17일 저녁 타이베이 지검 앞 시위 집회에 참석해 내각 퇴진을 주장하며, 라이칭더 총통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위한 입법위원 재선거 실시를 제안했다. - 사진: CNA

지난 17일 밤 타이베이 중정구 보아이루에 위치한 타이베이 지방검찰서(이하 타이베이 지검)에서 집회가 열렸습니다. 타이베이 지검 앞으로 모인 사람들은 

“우리는 법치를 원하지, 당치를 원하지 않는다.(我們要的是法治,不是黨治)”

“정의로운 청년 화이팅(正義青年加油)”

“민주주의는 이미 죽었다.(民主已死)”

등 여러 문구가 적힌 판넬을 들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타이베이 지검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왜 시민들은 나와서 민주주의는 죽었다, 당치가 아닌 법치를 원한다고 외쳤을까요? 

이들이 들고 있던 판넬 중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도 있었습니다.  “나는 타이완 사람입니다. (하지만) 나는 녹색을 반대합니다. (我是台灣人。我反綠)” 여기서 녹색은 현 집권여당인 민진당의 당 색입니다. 타이완에서는 민진당을 ‘녹색(綠)’, 국민당을 ‘남색(藍)’이라고 표현합니다. 나는 타이완 사람이지만 민진당은 반대한다는 이 문구는 타이완의 국내 정치에서 흔히 ‘타이완 사람’이라고 대표되는 ‘본성인’은 주로 민진당을 지지하고, ‘중화민국’이란 나라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외성인’은 주로 국민당을 지지하는 프레임을 뒤엎는 문구입니다. 그리고 이번 집회 시위가 집권여당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 즉 국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도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이완 전국에서 입법위원의 파면이 한창 진행 중인 요즘, 타이베이 지검은 파면에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 시민들의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허위 서명’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해당 사건을 수사 중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당 타이베이시당부 주임 황뤼진루(黃呂錦茹) 및 국민당 타이베이시당부 서기장, 총간사 등 4명의 피고인을 소환하고, 국민당 타이베이시당부 등 관련 장소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러자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에게  17일 밤 타이베이 지검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벌이자고 촉구했습니다. 

황뤼진루 등 4명이 17일 밤 11시에 타이베이 지검으로 이송되자, 주리룬 당 주석과 지지자들은 그 현장을 지키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항의를 이어갔습니다. 지지자들과 일부 의원들은 저녁 6시부터 집결했고, 국민당 대변인 등이 6시 30분부터 “독재와 싸우자, 함께 나서자”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국민당을 대표하는 여러 정치인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도 저녁 7시 30분경 현장에 도착해, 개인 자격으로 왔다며, “집권자가 불공정한 수단으로 타이완을 위협하는 것을 내버려 두기보다 입법원이 내각 불신임안을 추진해 총통 라이칭더(賴清德)에 대한 신임투표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는 주리룬 당 대표, 타오위안 시장 장산정(張善政), 국민당 원내대표 푸쿤치(傅崐萁) 등 여러 주요 인사가 연좌 농성을 단행했습니다.

주 당 대표는 집회에서 “진짜 탄핵은 독재자를 탄핵하는 것, 총통 라이칭더를 탄핵하는 것”이라며, 4월 26일에는 총통부 앞 카이다커란 대로(凱達格蘭大道)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 예정이니 모두 함께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라이칭더를 탄핵하자”고 외쳤습니다.

이후 국민당 의원들이 차례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당 조직발전위원회 주임인 쉬위전(許宇甄) 의원은 “이전부터 타이베이 지검에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3주가 지나도록 아무 조치가 없는 반면, 반대로 녹색(민진당) 계열 의원의 파면을 추진하는 단체에만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예위안즈(葉元之) 국민당 의원은 “왜 라이 총통이 취임하고 나서 타이완이 매일 파면과 투쟁에 시달려야 하느냐”며, “모든 권력을 한손에 쥐려 하니 타이완에는 이제 민진당 목소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는 160명의 타이베이시 경찰이 경호 인원을 배치해 질서를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의 발언 이후에는 ‘경고’를 표하기도 했는데요. 경찰은 17일 밤 10시 54분에도 불법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경고 팻말을 드는 등 총 7차례 팻말을 들어 경고했습니다. 

국민당 의원 셰룽지에(謝龍介)는 “우리는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며, 경찰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군중에게 앉아 있지 말고 “산책하라”고 권유하며, 그렇게 하면 집회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이후 지지자들을 지검 앞을 돌며 이동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타이베이시 중정(中正) 제1경찰서는 주리룬, 양즈위(楊智伃), 셰룽지에(謝龍介)가 타이베이 지검 앞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소환 통보 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집회가 일어난 이후 국민당은 계속해서 반정부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장 타이베이 시장은 국민당 정책 설명회에서 “전 세계 어느 민주국가도 집권 여당이 대대적인 파면(탄핵) 운동을 벌이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하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민진당의 소수 극단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사법 개입을 걱정할 필요 없이 공정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누가 민의를 대표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이러한 주장은 국민 반격의 출발점”이라며, 4월 26일 국민당이 주최하는 ‘카이다거란 대로’ 집회에도 참석할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입법위원 파면 과정에서 일부 ‘허위 서명’에 대한 타이베이 지검의 수사가 사법권의 개입이라며 라이칭더 총통 정부와 여당 민진당을 향해 날선 공격을 진행하고 있는 국민당. 심지어 오는 주말, 총통부 앞 대로에서 총통 탄핵 시위까지 단행할 예정이라고 해 앞으로 타이완에서의 여야 갈등, 정부와 국회 간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7일 밤 국민당의 첫 집회가 있고 난 이틀 후인 지난 19일 토요일, 공교롭게도 라이 총통과 장 타이베이 시장은 타이베이 송산구의 한 사원(츠후이탕, 慈惠堂)에서 악수를 나눴습니다. 나라의 평안과 백성의 안녕, 그리고 자연재해 없는 순조로운 기후를 기원하는 타이베이 모낭 문화제(臺北母娘文化季)에 행사에서 말입니다. 


라이칭더 총통(좌 2)과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 (좌 3) 등이 19일 오전 타이베이 송산구 츠후이탕(松山慈惠堂)을 방문해 2025 타이베이 모낭 문화제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CNA

장 시장이 '내각 총사퇴' 발언을 한 후, 두 사람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함께 얼굴을 마주한 자리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장 시장은 라이 총통보다 먼저 도착했고, 총통이 도착하자 먼저 악수를 청해 인사했으며, 이후 두 사람은 함께 기원 의식을 주재하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라이 총통과 장 시장은 이 행사가 열리는 송산 츠후이탕은 단지 신앙/종교의 중심지일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회 곳곳에 물자와 장비 등 도움을 실천한 공익의 상징이라는 데 입을 맞췄습니다.  

17일 밤 타이베이 지검에서의 반정부 시위에 이어 19일 열린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타이베이 모낭 문화제. 전자에서는 국내 정치의 분열과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후자에서는 양진영의 주요 인사들이 한뜻을 모으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4월 4일 한국의 대통령 탄핵선고에 이어 미국과 타이완에서도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총통에 대한 탄핵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국내 상황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양상을 띄고 있는 요즘입니다.  

여기서 타이베이 모낭 문화제에서 라이 총통이 한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여신이 보우하사 국가가 안전하고 사회가 안정되며, 국민들이 안락하고 즐겁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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