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지 만 한 달, 미월(彌月)
타이베이의 도시풍경을 생동감 넘치게 소개하는 어반스케처스타이베이의 진행자 서승임입니다.
12월 11일. 오늘은 11월 11일 태어난 저의 아이가 태어난 지 만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30일을 의미하는 ‘한 달’은 타이완의 출산 문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날입니다. 타이완에서는 ‘한 달 동안이 걸림’이라는 의미의 ‘미월(彌月, 미위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는 날을 특별히 기념하기 때문이지요. 오늘 어반스케처스타이베이 시간에서는 타이베이에 거주하고 있는 저의 경험을 기반으로 타이베이에서의 출산과 산후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한국에 ‘백일’이 있다면 타이완에는 ‘미월(彌月)’이 있다!
한국에는 신생아의 ‘백일’을 기념하는 문화가 있지요. 일명 ‘백일잔치’라고 해서 한국에서는 신생아가 태어난 지 100일 째가 되는 날을 기념해 친지들이 모여 식사를 합니다. 신생아 사망이 비교적 잦았던 옛날, 100일 동안 무사히 건강하게 자라준 것을 축하하는 의미의 백일잔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생아의 부모는 백일잔치에서 친지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지인과 이웃들에게 백일 떡을 돌리지요. 백일 떡으로는 한자로 ‘백 백(百)’ 자가 박혀있는 뽀얀 백설기나 색동저고리와 같이 알록달록한 색채의 꿀떡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 백일 떡이 있다면 타이완에는 ‘미월 선물세트(彌月禮盒)’가 있습니다. 과거 타이완에서는 신생아가 남아일 경우 커다란 닭다리(雞腿)가 올려진 요우판(油飯)을, 여아일 경우에는 케이크류를 주변에 돌렸다고 하는데요. 딸을 출산했는데 닭다리와 요우판을 돌릴 경우, 집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선물세트에 있어서 남아와 여아의 구분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의 탄생 그 자체를 축하하는 오늘날, 아이의 한 달을 기념하는 선물세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남아와 여아를 구분하지 않고 아이의 탄생을 기념해 닭다리가 있는 요우판과 케이크를 함께 돌린다거나, 요우판 대신 케이크만 돌리기도 하죠. 그러다보니 타이완에는 ‘미월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코너가 별도로 있는 빵집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구글에 ‘미월(彌月)’을 검색하면, 검색결과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링크들이 대부분 빵집이나 디저트 가게들의 선물세트 홍보 홈페이지인 것은 예사가 되었죠.
케이크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전형적인 카스테라류부터 시작해 다양한 맛의 쿠키, 샌드 등… 달고 부드러운 맛의 디저트류를 담은 예쁜 포장상자에 신생아의 사진과 감사의 문구를 더하면, 요즘식 타이완의 ‘미월 선물세트’가 완성됩니다!
산후조리원, 타이베이에도 있어요!
제가 타이완에서 출산한다는 소식을 전하자,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가장 먼저 저의 산후조리를 걱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타이완에도 ‘산후조리원’이 있냐는 질문을 했죠. 한국사람들은 산후조리원이 한국에만 있는 고유의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타이완에도 ‘위에즈종신(月子中心)’이라해서 한국과 유사한 산후조리원이 존재합니다. 참고로, 타이완 사람들은 한국인인 제게 한국에도 ‘위에즈종신’이 있냐고 물으며, 이런 산후조리 문화는 타이완에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서울과 타이베이의 산후조리원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출산 후 갓 퇴원한 산모는 바로 산후조리원으로 거처를 옮겨 최소 2주에서 길게는 4주까지 머무르며 이곳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먹으며 몸을 회복하죠.
산후조리원에는 신생아를 돌봐주는 간호사들이 상주해있어 산모가 아이를 하루종일 돌봐야할 필요가 없고, 산모에게 산후조리용 식단으로 구성된 삼시세끼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더해 산모의 건강을 돌보는 의료진들도 있지요. 예를 들어, 출산 직후 산모의 자궁에서 나오는 분비물인 오로의 상태를 확인한다던지, 모유 수유를 위한 유방의 상태를 점검해준달지요. 출산과 신생아 육아가 처음이라 긴장하고 있을 산모들을 위한 육아 교육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모유 수유 방법이나 모유에 좋은 식단, 아이를 잘 재우는 방법 등까지요. 이렇게 여러 스텝들의 도움을 받으며 산모는 자신의 건강을 점차 회복해가고, 신생아와 마주할 심리적, 신체적 준비를 해나갑니다.
한국에는 예로부터 ‘삼칠일’이라고 하는 산후조리 문화가 있지요. 삼칠일은 7일이 세 번 있다해서 ‘세이레’라고도 불리는데, 갓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첫 7일인 한이레, 두번째 7일인 두이레, 그리고 세번째 7일인인 세이레 때마다 산모와 아이를 위해서 상을 차리는 문화를 일컫습니다. 이때 차린 상에는 흰 쌀밥과 미역국, 너비아니, 나물, 김치, 과일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날에도 산모는 2~3주 간 산후조리원에 머물며 외부와 최대한 접촉하지 않고 미역국을 먹으며 몸조리를 하는 문화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곳 타이완에서도 산모는 최대한 누워있어야 하며, 차가운 바람과 접촉하지 않고 최대한 보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3주간 산후조리원에 있었는데요. 막상 조리원에 있다고 해서 하루종일 누워있거나 밥만 먹을 수는 없더군요. 산모의 몸은 모유수유를 위한 변화가 시작되는데 이러한 신체적 변화에 적응해야 할뿐만 아니라, 모유를 유축하고, 유축한 병을 소독하고, 모유를 아이에게 물리는 일을 몇 번만 반복하다보면 하루가 훌딱 지나가 있더라고요. 산후조리원의 도움이 없다면 이 고된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더군요.
타이베이에서나 서울에서나 태어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귀해지고 있는 오늘날, 산후조리 문화는 각 가정 안에서의 사적인 일에서 이제는 산후조리원이란 시설 안에서의 공공의 일로 전환되었습니다. 한국의 백일 떡이나 타이완의 미월 선물세트 이미 상업화되어 새로운 디자인과 맛의 상품이 유행의 바람을 불러오고, 산후조리원의 각종 서비스는 곧 가격으로 직결돼 그 비용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태어난 지 갓 한 달된 신생아와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냅니다. 젖을 물려 아이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하고, 등을 두들겨 소화를 도와준 후, 기저귀를 갈고 잠을 재우는 일의 무한반복을 통해서 말이죠. 한 생명을 잘 먹이고 잘 자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른들의 노고와 배려가 필요한 지 깨달으며 저도 아이와 함께 새롭게 성장해 갑니다.
아이의 미월을 맞아, 이렇게 제가 아이와 무사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저를 대신해 녹음을 도와주고 계신 Rti 한국어방송 식구들의 응원과 노고에 다시금 감사함을 표합니다. 그리고 이를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는 청취자님들께도 함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엔딩곡으로는 타이완 대표 밴드 메이데이(五月天, Mayday)의 ‘생명에는 일종의 확실함이 있다(生命有一種絕對)’를 띄워드립니다.
지금까지 어반스케처스타이베이 진행에 서승임이었습니다.
원고/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진행/백조미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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