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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바, 블루노트 타이베이

  • 2024.05.01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바, 블루노트 타이베이의 간판. - 사진: 블루노트 타이베이 공식 홈페이지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바, 블루노트 타이베이

블루노트 타이베이(台北藍調, Blue Note Taipei). 타이완에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이라면 거쳐가지 않을 수 없는 타이베이, 아니 타이완을 대표하는 재즈 바입니다. 1974년 결성된 블루노트 타이베이는 초기 미군의 타이완 주둔 시절부터 현재까지 타이완의 재즈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재즈계의 살아있는 백과사전과 같은 장소입니다. 

타이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재즈바인 블루노트 타이베이는 타이베이 다안구(大安區) 루스벨트 길의 한 건물 4층에 소재해있습니다. 국립대만대학과 국립대만사범대학 사이 즈음에 있는 타이베이 지하철 그린라인의 ‘타이파워빌딩역(台電大樓站)’ 3번 출구에서 멀지 않습니다.

라이브 재즈 무대를 남겨야겠다는 차이 사장의 의지 

지금은 은퇴한 블루노트 타이베이의 사장 차이후이양(蔡辉陽, 일병 ‘차이아빠(蔡爸)’) 씨는 1974년 이 가게를 설립하기 전 용캉제에서 악기와 음반 등을 파는 작은 가게를 먼저 차렸다고 합니다. 1970년대, 중산베이루(中山北路)의 미군 주둔 중심에 있는 무도회장이나 나이트클럽에서 틀어주는 획일적인 재즈 댄스곡이 전부였던 당시 타이베이에 재즈 문화는 여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비주류 문화였죠. 요즘의 재즈 바에서 보이는 라이브 연주나 즉흥 연주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타이완 젊은이들의 취향도 미국 팝에 치우쳐 있었고, 이후에는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포크송 문화가 일긴했으나, 여전히 재즈는 뒷전이었다고 사장님은 회고합니다. 그러다 1979년 타이완과 미국이 단교 되면서 그나마 재즈가 조금씩 들렸던 미군들의 사교 중심지, 중산베이루마저도 암흑기에 들어가게 되었죠. 

이 시기 차이 사장은 재즈가 사라져가는 타이베이 도시에 재즈 무대를 남겨야겠다는 일념으로 용캉제(永康街)에 있던 작은 악기 상점을 사범대 상권으로 이전해 주 1회 라이브 연주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블루노트 타이베이의 시작인셈이죠. 그 이후에도 사범대 주변에서 여러 차례 이전과 가게 이름 변경을 거쳐 1990년, 지금의 루스벨트 길에 ‘블루노트 타이베이’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마침 타이완의 계엄령도 해제되자, 새로운 예술 문화에 대한 갈망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고 차이 사장은 이야기합니다. 그는 타이베이 필하모닉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매주 주말 재즈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고, 그러면서 더욱 입소문을 탄 그의 재즈바는 젊고 새로운 뮤지션들로 가득찰 수 있었죠. 

블루노트 타이베이 스케치

블루노트 타이베이 재즈바를 들어가면 오래된 재즈바 답게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있습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의 초상화가 눈에 띄고,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블루 트레인(Blue train)에서 이름을 딴 칵테일도 흥미롭습니다. 벽 곳곳에는 오래된 프로그램의 광고 전단지나 유명 재즈 앨범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블루노트 타이베이의 명성을 이어주는 건 다름아닌 라이브 연주입니다. 이곳은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밤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요. 최소 8개 밴드가 교대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아메바 재즈 밴드는 무려 이곳에서 20년 넘게 공연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 밴드이고요. 푸런대학(輔仁大學) 음악과의 재즈 연주단도 매달 이곳에서 음악가들과 협연하는 무대를 갖는다고 합니다. 블루노트 타이베이의 장점은 전통을 이어가면서 늘 새로운 젊은 음악가들이 실전 무대에 서 청중들과 가까이 갈 수 있는 장소를 제공단다는 데 있습니다. 

블루노트 타이베이에서 칵테일을 한 잔 시켜놓고 라이브 공연을 보면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뿐만 아니라 그들의 말과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연주자들이 잠시 쉬는 하프타임에는 청중들이 직접 무대로 올라가 연주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연주자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자신이 연주했던 레퍼토리의 정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청중과 연주자들이 교류하는 환경이 유지되는 것도 블루노트 타이베이의 장수 비결 중 하나입니다. 

“재즈바는 재즈인들이 날마다 실천할 수 있는 공간” 

타이완의 유명 색소폰 연주자이자 제27회 금곡상 연주 부분에서 최우수 앨범상을 수상한 양샤오언(楊曉恩, Shawna Yang)은 재즈바는 교류할 수 있는 장소이자, 재즈 뮤지션을 육성하고 재즈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장소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한 지역의 재즈 문화를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즈 페스티벌이나 콘서트홀 규모의 콘서트만으로는 부족하며 재즈바와 같이 재즈인들이 날마다 반복해서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도쿄의 한 재즈바에 놀러가 현지 음악인들과 잼 세션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재즈바의 매력을 덧붙이는데요. 별도의 리허설 없이 무대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잼 세션은 재즈음악에만 있는 독특한 연주 방식이죠. 실제로 재즈 뮤지션들은 잼 세션이 열리는 재즈바에 자유롭게 참가 신청을 해 참여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해당 재즈바에 있는 하우스밴드를 주축으로 잼 세션의 전반적인 흐름을 조절, 통제하면 새로 참여하는 뮤지션들은 하우스밴드와 함께 즉흥적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양 연주자는 자신이 도쿄의 한 재즈바에서 잼 세션에 참가 했을 때 정말 어떤 곡을 어떻게 연주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즉흥 연주를 이어갔던 짜릿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이처럼 재즈바는 재즈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각자 활동하는 수많은 뮤지션들 간에, 그리고 무대에 올라간 뮤지션과 객석에 있는 청중 사이에 음악을 매개로 끊임없는 교류를 이끌어내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블루노트 타이베이는 1974년부터 현재까지 그 현장을 지키고 있는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재즈바이고요.

타이베이의 또 다른 재즈바 

재즈바는 타이베이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명소입니다. 타이베이에는 블루노트 외에도 린선베이루(林森北路)에 있는 삿포 라이브 재즈(Sappho Live Jazz), 지하철 중샤오푸싱역에서 가까운 아트 리딩 카페(雅痞書店 Art Reading Cafe)리듬 스케이프(享象 Rhythmscape), 지하철 송장난징역에서 멀지않은 루시아 재즈 오픈 잼(Lucia Jazz Open Jam) 등 재즈 뮤지션과 청중의 거리가 가까운 재즈바들이 적지 않습니다.  

엔딩곡으로는 앞서 소개해드린 타이완의 유명 색소폰 연주자 양샤오언의 2022년 앨범의 일곱번째 트랙, 'For Papa'를 들려드립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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