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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도로명에는 왜 중국 지명이 많을까? 2/2

  • 2024.02.28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현 행정원(구 타이완성행정장관공서)을 기준으로 그 주변 도로에는 중국 지명을 사용한 도로가 유독 많다. 마치 중국의 지도를 축소해 놓은 것과 같이 해당 도로명은 실제 중국 내 도시의 위치와 유사하다. - 사진: TNL 關鍵評論

타이베이 도심을 하루에 몇 번씩 왔다갔다 하다보면 유독 자주 지나게 되는 거리들이 있습니다. 난징둥루(南京東路), 장안시루(長安西路), 항저우난루(杭州南路), 충칭베이루(重慶北路)... 거리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난징, 장안, 항저우, 충칭 등 모두 중국의 도시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왜 타이베이의 도로명에는 이렇게 중국의 지명이 많은 건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타이베이의 도로명에 중국의 요소가 상당히 많은 대에 대해 타이완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1949년 국민정부가 출범한 후 '고향을 품은’' 행동으로 여기고 있죠. 그런데 타이완의 한 독립 디지털 미디어인 ‘더 뉴스 렌즈(The News Lens (TNL))’는 이를 단순히 잃어버린 중국 대륙의 강산을 기리기 위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던지며 타이베이시 도로명에 관한 역사를 파헤칩니다. 그래서 어반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서는 더 뉴스 렌즈에 소개된 기사를 참조해 지난주에 이어 타이베이 도로명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들을 소개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중국 지도와 같은 타이베이의 도로

1947년 타이베이시의 도로명을 재정비한 정딩방(鄭定邦)이 참고했던 상하이와 비교하면 타이베이시의 중국 지명 도로는 상당히 규칙적이며 실제 지리적 위치에 따라 명명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시 지도의 중심점에는 당시 국민정부의 행정을 총괄하는 공서(台灣省行政長官公署)가 위치해있죠.

당시 공서는 지금의 행정원(行政院)이 있는 위치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중샤오둥루(忠孝東路)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중산베이루(中山北路)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청취자님들께서는 지금 바로 구글지도를 켜 타이완 지도를 화면 중심에 두고 ‘행정원’을 검색, 그 주변의 도로를 보면서 들으시면 보다 와닿으실 것입니다. 행정원(구 공서)을 중심으로 타이베이 시를 4개의 구역으로 나누었는데, 네 구역의 도로 중 중국 지명을 딴 도로의 경우 이 지명이 중국 지도상의 실제 위치와 거의 일치합니다. 예를 들어, ‘닝샤루(寧夏路)’,  ‘타이위안루(太原路)’ 등 중국 서북 지역의 지명은 행정원 서북쪽의 다퉁 구(大同區)에 위치하고, ‘창춘루(長春路)’, ‘지린루(吉林路)’ 등 중국 동북 지역의 지명은 행정원을 동북쪽인 중산 구(中山區)에 위치하며, 중국 남서쪽의 지명을 딴 ‘구이린루(桂林路)’, ‘시장루(西藏路)’ 도로는 타이베이 시 남서쪽 구석에 있는 완화 구(萬華區)에 있습니다.

행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가로와 세로 두 축은 당시 중국의 룽하이 철도(隴海鐵路)와 핑한 철도(平漢鐵路)에 대응하며, 주변 도로 지명의 분포는 원칙적으로 두 철로를 기준으로 분할한 4개의 구역과 정확히 일치하죠. 

현재의 중국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몇 가지 도로명이 타이베이에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다퉁 구(大同區)의 ‘디화제’(迪化街)는 현재 신장의 우루무치에 해당하고, ‘쿠룬제’(庫倫街)는 이미 독립한 외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옛 이름이며, ‘구이수제’(歸綏街)는 내몽골 자치구의 수도인 후허하오터의 개명 전 명칭입니다. ‘허장제’(合江街)와 ‘쑹장제’(松江路)는 과거 중국 동북 성(東北省)의 명칭이고요.

이처럼 과거 타이베이시의 행정 중심이었던 공서를 중심으로 타이베이시의 도로명은 중국의 지명을 가져와 지었음을 물론이고, 실제 그 지명의 위치까지 그대로 타이베이시에 반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 서쪽에 몰려 있는 중국 도로명 

타이베이시 내 중국 지명 도로에 관한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중국 지명 도로가 위치해있는 지도를 자세히 보면 유독 타이베이시 서쪽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서쪽 도로는 짧고, 동쪽 도로는 상대적으로 긴' 이상한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타이베이시를 동서로 관통하는 대표적인 길 중 ‘난징시루(南京西路)’와 ‘난징동루(南京東路)’가 있습니다. 난징루의 서쪽은 난징시(西)루, 난징루의 동쪽은 난징동(東)루라고 부르죠. 두 도로는 하나의 선으로 쭉 이어져 있습니다만 타이베이 서쪽인 단수이허에서 중산역까지 나있는 난징시루에 비해 난징동루는 무려 1단부터 6단까지 뻗어있어 지하철 그린라인 4개역을 커버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시 타이베이 시의 동쪽 경계는 대개 오늘날의 ‘젠궈난베이루(建國南、北路)’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송산 구, 신이 구는 당시에 타이베이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젠궈난베이루 거리를 경계로 타이베이시를 다시 축소해서 보면 과거 공서가 있던 자리는 분명 타이베이 시의 중심이었습니다. 

일본이 1932년에 계획한 '타이베이 시내 계획 거리 및 공원 지도(台北市區計畫街路並公園圖)'에서 보면 30년대 이미 지금의 동구(東區)를 도시 계획의 시야에 포함시킨 바 있는데 정딩방과 국민정부는 1932년 일본의 도시 청사진을 참고하지 않고 도로를 계획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로명을 한참 재정비 하던 1940년대 말 당시 타이베이 시의 범위는 지금과 같이 넓지 않았습니다. 일제시기 타이베이시는 지금의 중정(中正)·완화(萬華)·중산(中山)·다퉁(大同)·다안(大安) 뿐이었고, 앞서 소개한 1932년의 도시계획은 1938년 쑹산장(松山場)의 타이베이시 합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러다보니 국민정부가 타이완에 들어왔을 때 타이베이시에는 송산, 다안, 구팅, 솽위안, 룽산, 청중, 젠젠, 옌핑, 다퉁 및 중산(松山、大安、古亭、雙園、龍山、城中、建成、延平、大同、中山) 등 총 10개의 행정 구역만 있었습니다.

1967년 타이베이시가 원할시(院轄市, 이후 직할시로 개칭)로 승격되면서 이듬해 7월 1일 징메이(景美鎮), 무자(木柵), 난강진(南港), 네이후향(內湖), 양밍산관리국의 스린(士林鎮)과 베이터우(北投鎮) 등 6개 행정구가 신설되었습니다.

1990년까지 타이베이시는 행정구역을 개편하여 16개 구를 12개 구로 축소했는데, 그 중 ‘징메이’와 ‘무자’를 ‘원산 구(文山)’로 통합하고 송산 구의 남반부를 ‘신이 구(信義)’로 독립시켜 지금의 타이베이 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이베이시의 북쪽이나 남쪽에 위치한 네이후(内湖), 원산(文山), 스린(士林), 베이터우(北投) 등에는 중국의 지명을 딴 도로가 적은데요. 이는 1940년대 말 정딩방이 도로를 계획할 때 위 지역들이 타이베이시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로명은 지명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활공간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지역의 역사와 인문학적 궤적은 종종 한 지역의 지명과 도로명에 영향을 미치며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습관'이 되고 또 다른 지역의 도로와 행정 구역의 이름에 영향을 미치죠. 마치 미국의 도로명에 영국의 지명이 많은 것과 같이요. 

타이베이시에 있는 다수의 중국 지명 도로는 나날이 본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의 타이베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돌이켜보면, 사실 외성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정이 아니라, 설계자의 '습관'에 따라 명명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일부 중국 지명이 오히려 타이베이 시에 도로명으로 남아 있어 타이베이 시민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지나치는 도로를 보며 과거 국민정부 통치 시대의 강역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엔딩곡으로는 타이완 남성 2인조 그룹 ‘파워 스테이션(動力火車)’의 ‘중샤오동루를 아홉번 걸으며(忠孝東路走九篇)’ 들려드립니다. 

 

참고자료

2017/12/01 ‘왜 타이베이 사람들은 중국 지도에서 살려고 하나? 타이베이에는 잊혀진 ‘중정로’가 있다.’(為什麼天龍人要住在「中國地圖」裡?台北有條被遺忘的「中正路」)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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