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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민국 첫 총통 장제스, 송메이링 부부가 거주한 스린 관저(士林官邸)

  • 2024.01.03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중화민국 타이완의 초대 총통 장제스(蔣介石)와 그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이 머문 타이베이 스린 관저는 1996년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 사진: Rti 서승임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작년 1월 말 타이베이에서 열린 등불축제에서 토끼 모양의 커다란 등불 모형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년이 훌쩍지나 새해가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Rti 한국어방송의 안녕과 Rti 한국어방송을 사랑해주시는 청취자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새해가 되니  한국처럼 한해의 운수를 점치는 문화가 있는 타이완에서는 2024년 새해에는 어떤 띠의 사람들이 특히 운이 좋으며, 중화민국 총통ˑ부총통 선거가 목전에 있는 만큼 어떤 지도자 상이 적합한 지에 대한 기사들도 종종 접하게 되는데요. 평소에는 믿거나 말거나라고 여긴 운수도 새해 때만큼은 귀를 쫑긋거리게 되듯, 특히 올해는 새정부에 대한 타이완 사람들의 기대가 여느 때보다 큰 시기입니다. 

새해 첫 방송이자 총통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오늘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서는 중화민국 타이완의 초대 총통이죠, 바로 장제스 전 총통의 역사와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스린 관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스린 관저(士林官邸)는 장제스(蔣介石, 1887∼1975) 중화민국 전 총통과 그의 부인 송메이링(宋美齡)이 살던 곳입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레드라인의 스린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스린 관저는 이 두 부부가 국공전쟁에서 패전한 후 1949년 타이완으로 철수하면서 1950년부터 머문 사택입니다. 1996년 타이베이 시정부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이 관저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국가 고적으로 인정하면서 이제는 아름다운 꽃들이 다양하게 심어져있는 화원이자 타이베이시의 공원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요. 스린 관저는 이제 타이완에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스린 야시장, 고궁박물원과 함께 손꼽히는 타이베이 여행지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한글로 ‘스린 관저'라고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양의 브이로그 형태의 소개 영상이 올라와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일전쟁이 시작되던 해인 1937년, 미국 주간지 타임즈는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장제스 총사령관과 그의 부인 송메이링을 꼽았습니다. 타임즈는 이 부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1937년까지 중국인들은 최고의 지도자 한 사람과 그의 훌륭한 부인에 의해 이끌려 왔다. 그와 그의 부인 아래서 과거에는 ‘중국’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흩어져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천천히 국가 의식을 갖게 되었다. 장제스는 소금 장수의 아들이고, 부인은 성경책 판매원의 딸이다. 장제스 부인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만큼 서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여성은 없다. 도덕적, 물질적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한 세대도 채 지나지 않아 장제스 부인과 그의 남편 총사령관의 부상은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Generalissimo and Madame Chiang Kai-Shek" TIME, Jan. 3, 1938)*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장제스와 송메이링 부부는 이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 광복군을 물심양면 지원해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장제스가 쓴 일기가 2000년대 공개되자 그의 일기에서 당시 김구 주석에게 큰 돈을 지원해주었다는 사실도 공개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화민국에 의존할 당시 이들을 도운 공로로 송메이링은 1966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타이완, 미국으로 거처를 옮겨 가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제스 송메이링 부부. 이들의 타이완 사택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이 부부는 1950년에 이곳 스린 관저에 입주해 1975년 4월 장제스가 사망할 때까지 26년간 거주했습니다. 남편이 사망하자 부인 송메이링은 같은 해 9월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와 휴양을 하고는 1976년 잠시 타이완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뒤 1986년 다시 타이완에 돌아와 1991년까지 이곳 스린 관저에 거주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택 앞 넓은 정원으로 발을 내딛자 마자 눈에 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송메이링이 타이완에서 사용했던 차량입니다. 중화민국 정부는 미국에 있다 다시 타이완으로 온 송메이링을 위해 1988년에 나온 캐딜락 리무진을 타이베이에 대기시켰고 송메이링은 1988년부터 2004년까지 타이완에서 이 차를 타고 다녔다고 합니다. 

중화민국 초대 총통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이 1988년부터 2004년까지 타이베이에서 사용한 차량. - 사진: Rti 서승임

고급 리무진을 뒤로하고 넓은 화원과 정원을 지나 드디어 그들의 사택 앞에 도착했습니다. 2층 짜리 고급주택 안을 들어서면 1층의 홀을 지나 두 부부가 사용한 거실과 부엌이 펼쳐지는데요. 가장 먼저 작은 1인용 쇼파 여러개와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는 작은 응접실은 주로 가족들이 모였던 장소로, 테이블 위에는 장제스가 손주들과 함께 놀았던 중국 체커 판이 놓여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명 ‘다이아몬드 게임'이라고 알려져 있는 보드 게임인데요. 작은 응접실 테이블에 놓인 이 게임판을 보니 저 어렸을 적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함께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기분이 남달랐습니다. 그리고 작은 응접실 옆 부엌을 지나면 장제스가 다양한 귀빈들과 사적으로 만났던 큰 응접실이 나옵니다. 

스린 관저 1층 작은 응접실 안 원형 테이블 위에 놓인 중국 체커 게임. 장제스는 손주들과 함께 보드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 사진: Rti 서승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두 부부의 보다 사적인 공간이 펼쳐집니다. 두 사람 각각의 침실과 서재 등 개인 방이 있어 장제스과 송메이링은 개인의 삶에 있어 무엇을 중시하며 살았는지 그 흔적을 느낄 수 있는데요. 장제스의 첫 번째 방에는 작은 소파 및 테이블과 책상이 있는데, 소파 쪽 벽면에는 예수 사진이, 테이블쪽 벽면에는 장제스의 어머니인 왕차이위(王采玉) 부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장제스가 매일 잠에 든 침대에는 침대 위에서 공문 파일을 볼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어, 장제스가 잠들기 전까지도 공문을 읽고 처리하는데 여념이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의 넓은 서재는 독서를 좋아했던 장제스의 취미를 여실히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송메이링의 방은 어떨까요? 가장 눈에 띄는 방은 바로 화실입니다. 넓은 책상 위 45도 각도로 놓여있는 얇은 판 위에 여러 종이들이 놓여있습니다. 송메이링이 그림을 그렸던 장소입니다. 책상 옆 작은 서랍형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붓과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들 수 있는 벼루가 놓여있는데요. 2003년 사망할 당시 장제스와 같은 일기나 편지, 심지어 유산도 남기지 않았던 송메이링이 유일하게 남긴 그녀의 흔적은 바로 그림 100여 점인데요. 스린 관저에 있는 그녀의 방에서도 그림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스린 관저 1층 응접실에 놓인 작품 중에도 그녀가 손길이 닿은 작품이 있으니 나중에 스린 관저에 가신다면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스린 관저 2층에 있는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의 개인 화실. 테이블 위 판넬 용 넓은 판을 45도 각도로 세워놔 언제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 테이블 옆에는 붓과 벼루, 물감 통 등이 놓여있다. - 사진: Rti 서승임

1927년 일본에서 결혼해 중국 저장성에서 살다 타이완 타이베이로 건너 온 장제스 송메이링 부부. 중국 근현대사를 넘어 세계사에 거대한 획을 남긴 두 인물의 흔적을 20여 년 간 거주했던 스린 관저를 통해 엿보았습니다. 

엔딩곡으로는 타이완의 대표적인 타악기(percussion) 단체인 주 퍼커션 그룹(朱宗慶打擊樂團, Ju Percussion Group) 이 연주한 새해맞이 작품 ‘過新年‘을 띄워드립니다. 

 

*Through 1937 the Chinese have been led--not without glory--by one supreme leader and his remarkable wife. Under this Man & Wife the traditionally disunited Chinese people--millions of whom seldom used the word "China" in the past--have slowly been given national consciousness. He is a salt seller's son, she a Bible salesman's daughter. No woman in the West holds so great a position as Mme Chiang Kai- shek holds in China. Her rise and that of her husband, the Geralissimo, in less than a generation to moral and material leadership of the ancient Chinese people cover a great page of history.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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