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호 태풍 독수리와 제6호 태풍 카눈이 타이완을 비켜가면서 타이베이는 지난 주 주말부터 무더운 날씨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월요일인 8월 7일 타이베이시는 신베이시와 타이완 동부 이란, 타이동, 화롄현과 함께 최고기온이 36도로 3일 이상 지속되거나, 38도 이상일 경우 내리는 오렌지색 주의보(橙色燈號)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극심한 무더위가 요즘 타이베이 뿐만 아니라 한국도 강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무더위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시는 것은 물론, 일부로라도 물을 더 챙겨 마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몸에 기운이 사라지고 입맛이 사라질 때 결코 외면하지 마시고 한 끼라도 더 챙겨드시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여름의 무더위, 청취자분들 모두 건강하게 보내시길 기원하면서, 오늘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는 여름철 식욕을 돋울 수 있는 주제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요즘 인스타그램 감성이 묻어나는 칠하면서도 맛도 놓치지 않은 타이베이 내 한식당 TOP 3입니다.
타이베이의 한식당은 날이 갈수록 그 수도 많아지고 취급하는 음식도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사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시는 타이완 어르신들도 한국 하면 ‘인삼’과 ‘삼계탕’을 언급할 정도로 한국의 먹거리는 타이완에 제법 잘 알려져 있죠. 타이베이에 소재하고 있는 한식당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는 비빔밥과 삼겹살을 비롯한 각종 고기구이, 그리고 순두부찌개와 뼈감자탕입니다. 참! 부대찌개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메뉴는 다양해서 좋긴한데, 4~5년 전만 해도 타이베이의 한식당에서 파는 찌개와 탕류의 맛이 한국과는 사뭇 달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타이베이에서 한식 먹기를 즐겨하지 않았습니다. 어설프게 따라한 한식 보다는 제대로 맛을 낸 타이완 현지 요리가 훨씬 맛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한동안 한식을 끊고 지내던 제 입맛을 확 사로잡은 한식집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거 있죠. 게다가 연지 곤지 찍고 전통 한복을 입고 있는 옛날 인형이나 여자연예인의 주류 광고 포스터 등 쌍팔년도에 머물러 있는 디자인 대신 요즘 MZ 감성에 맞게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꾸민 한식당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한식 맛집들이 타이베이에 있지만, 인스타그램 감성에 맛도 좋은 한식당 세 곳을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입맛과 스타일에 맞추어 선정해보았습니다.
3위는 바로 집밥박선생(家常飯朴老師) 입니다. 집밥백선생을 패러디한 이름의 집밥박선생은 요즘 타이베이 한식집의 트렌드 중 하나인 ‘분식'과 ‘포장마차' 감성을 그대로 살린 집입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레드라인 쐉리엔(雙連)역에서 나와 민성시루(民生西路) 길을 따라 북쪽으로 100미터 정도 걸으면 오른편에 작은 타이완식 사원인 원창궁(文昌宮)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학교 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보다 중요한 시험인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등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하는 사원이라고 해요. 원창궁을 지나 오른편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드디어 집밥박선생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글로 ‘집밥박선생’과 함께 ‘포장마차'라는 글자가 붙어있는 가게 안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한국의 길거리 떡볶이 가게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한 켠에는 한국의 오래된 구멍가게와 같이 라면과 술 등을 진열해놓았고요.
여기에 김밥과 떡볶이는 물론이고, 핫도그와 비빔면 등 한국인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바로 군침을 삼킬만한 메뉴들을 팔고 있어 잠시 어렸을 적 한국에서 살던 동네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합니다. 요즘 타이베이의 한식당들은 디테일이 참 좋은데요. 이 집의 디테일은 바로 옛날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담던 초록색 멜라닌 그릇입니다. 이곳 집밥박선생에 가면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이 추억의 그릇과 함께 한국 분식을 타이베이에서 즐기실 수 있습니다.
2위는 마누라 커피(娘子家咖啡) 입니다. ‘마누라 커피’, 이름이 참 재미있죠? 이름만 봐서는 옛날식 다방 커피를 파는 카페와 같은데요. 막상 가게 안을 들어가보면 비빔밥과 찌개와 같은 한국식 가정식과 토스트를 팔고 있습니다. 메뉴 조합도 참 재미있죠? 가게 입구에 있는 로고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비녀를 꽂고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커피 잔을 들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있고, 아래 위로는 각각 한글과 한자로 가게명을 명시해놓았는데, 폰트와 색깔등 로고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치 1960-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복고풍을 띕니다.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가게는 복고풍의 로고와 달리 매우 세련된 디자인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마치 카페에 들어온 것과 같이요. 그런데 메뉴는 한국 가정식. 흰쌀밥과 뚝배기 찌개에 작은 반찬이 네다섯가지 나오는데 그 음식 맛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요. 식사가 끝났다고 그냥 가지 마세요. 반전의 디저트가 한 번 더 여러분들을 놀래킬 겁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매력을 지닌 한식당 마누라 커피는 타이베이 지하철 레드라인과 그린라인이 만나는 중산(中山)역에서 4번 출구에서 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1위는 두부찌개 (吃你豆腐) 입니다. 이 집은 제가 지금껏 타이베이에 5년 간 살면서 먹어봤던 한식당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맛과 멋을 모두 가진, 그래서 청취자분들께도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가게입니다. 가게의 한글 이름은 두부찌개로 평범하지만, 중국어 이름은 츠니도우푸(吃你豆腐)입니다. 중국어로 ‘두부를 먹는다’는 의미는 젊은 여성을 희롱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 순두부찌개를 주요 메뉴로 파는 가게에서 타이완인들도 타이완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모두 직관적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인상을 줍니다. 메뉴는 간단합니다. 순두부찌개와 설렁탕,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단 순두부찌개에 들어갈 고기를 고를 수 있고, 치즈나 라면사리, 스팸 등과 같은 사리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오픈하는 첫날 이 집에 가서 펄펄 끓는 빨간 국물의 순두부찌개를 처음 한 입 먹었을 때 국물의 깊은 맛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데요. 타이베이에서 많은 한식당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깊고 진한 맛의 찌개를 먹은 건 이 집이 유일했습니다. 이 집 역시 앞서 소개한 두 집과 유사하게 약간은 복고풍으로 가게 안을 꾸며놓았습니다. 복고풍 실내장식의 대명사가 된 델몬트 오렌지 주스 유리병이 바로 이 집의 물병이죠. 혼자가서 혼밥을 하든, 친구들과 와서 함께 먹든 불편하지 않게 좌석을 다양하게 배치해놓은 것도 이 집의 장점입니다. 혼밥하러 간 제 주변에 저처럼 혼밥하시는 분도 꽤 있어서 더 맛있게 먹었는지도 모릅니다.
엔딩곡으로는 야피(Yappy)의 ‘중화두부(中華豆腐)’를 띄워드립니다. 야피는 객가어(커자위 客家語)를 창작의 핵심으로 하는 한 젊은 타이완 랩퍼로, 타이완 최초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빅힙합시대(大嘻哈時代)'에 출현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20살인 야피는 2021년 빅힙합시대 시즌 1에서 ‘중화두부(中華豆腐)'라는 노래로 타이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중화두부'라는 이 노래 가사에는 두부를 시작으로 샤오롱바오, 58도 진먼 고량주 등 타이완의 다양한 먹거리들이 출현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기운이 없고 입맛까지 뚝 떨어지셨다면, 매콤한 마파두부나 팔팔 끓는 순두부찌개, 식초를 가득 넣은 새콤한 냉면이나 해파리냉채, 레몬즙을 뿌린 샐러드 등으로 입맛을 돋우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입추를 맞아 곧 다가올 가을의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며 지금까지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의 진행자, 서승임이었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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