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인 오늘은 타이완의 청년절(青年節)입니다. 청년절이라길래 전 소위 한국의 ‘성년의 날’처럼 10대였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는 날을 기념하는 날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타이완의 청년절은 ‘혁명선열기념일(革命先烈紀念日)'라고 해서 서력으로는 1911년 4월 27일, 청나라력으로는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의 연호를 사용한 선통(宣統) 3년 3월 29일 광저우 황하강 봉기 때 순국한 72명의 열사를 기리는 날이더군요. 유래를 살펴보니, 1943년 3월 29일 국민당 삼민주의청년단이 제1차 전국대표대회에서 5.4운동보다 황화강 열사의 사적이 더 크다고 여겨 청년절을 지정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48년 장제스 중화민국 총통이 청년절을 혁명선열기념일로 선포하면서 3월 29일은 9월 3일과 함께 중화민국을 위해 희생한 열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날로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중화민국 총통은 매년 청년절이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열사와 동포를 기리기 위해 충렬사를 방문해 치제를 거행합니다.
치제 의식이 진행되는 장소인 충렬사(忠烈祠)는 타이베이시 베이안루(北安路)에 위치해있습니다. 저희 Rti 방송국과 멀지 않은 곳에 있죠. 뒤로는 산을 등지고 지룽허를 마주하고 있는, 이른바 배산임수 자리에 위치한 베이안루의 충렬사 건물은 웅장하고 그 주변은 아늑하고 조용합니다. 1969년에 완공된 충렬사는 지금까지 중화민국의 선열을 기리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죠. 베이안루 55호에 위치한 Rti에 출근하는 날이면 항상 공군사령부와 충렬사가 있는 베이안루를 지납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갈색선의 지엔난루(劍南路)역을 시작으로 다즈(大直)역을 거쳐 원산대반점(圓山大飯店)까지 이어지는 베이안루에는 장제스를 위시한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에 넘어오면서 설립한 중화민국의 국방을 상징하는 건물들이 많습니다. 충렬사도 그 중 하나이고요. 베이안루 서쪽 끝 타이베이 아메리칸 클럽을 Rti, 중앙라디오방송국, 충렬사를 거쳐 국방부해군사령부와 국방부공군사령부, 마지막으로 중화민국 국방부까지 모두 베이안루에 있습니다. 시작으로 오늘 아침 Rti 방송국을 출근하는 길 같은 베이안루에 자리한 충렬사와 공군사령부를 지나가는데 건물 앞에는 ‘청년절 축하(慶祝青年節)’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고, 그 주변에는 주요 언론 기관들의 차량과 인파로 여느 때와 달리 매우 북적이더군요. 근처에 편의점 하나 없어 인적이 거의 없는 베이안루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청년절인 오늘 3월 29일 오전 10시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칭더 부총통 이하 중화민국의 정계와 군대 고위 장교들, 그리고 베이안루 순국선열한 분들의 유족들이 모두 충렬사에 모였습니다. 모두 기립해 5분여를 기다리자 비서실장을 대동한 차이잉원 총통이 군악대의 힘찬 행진곡에 맞춰 충렬사 안으로 입장합니다. “중화민국 112년 청년절 기념의식을 거행합니다!”라는 진행자의 힘찬 외침과 함께 의식은 시작합니다.
1
조용한 가운데 저 멀리서 북소리가 연이어 들립니다. 북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차례 울립니다. 북소리가 다섯 번 울리자 연이어 종소리가 등장하면서 다시 주변을 환기합니다. 이렇게 북소리가 몇차례 울리고 종소리로 마무리되는 과정이 세 번 이어지면 첫 예식이 마무리됩니다. 종과 북이 함께 울리는 종고제명(鐘鼓齊鳴)입니다.
2
이어서 중화민국 국가가 연주됩니다. 독창자 없이 기악 연주로만 이어집니다. 자리에 참석하신 내빈들 중 함께 따라 부르시는 분도 계시지만, 총통과 부총통 이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을 벌려 따라부르지 않고 경청합니다. ‘삼민주의(三民主義)’로 시작하는 중화민국의 국가는 1924년 황포군관학교 개교식에서 당시 사관학교 총리였던 쑨원(孫文, 1866-1925)이 발표한 훈사의 내용을 가사로 하며 이후 1928년 청마오윈(程懋筠, 1900-1957)이 작곡한 선율을 붙여 완성되었습니다. 1937년 제5차 국민당 중앙집행위원회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이 노래가 중화민국의 국가로 정식 제정된 이래, 1949년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으로 이전한 후 오늘날까지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늘 열린 청년절 기념 의식에서 울리는 중화민국 국가가 충렬사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취시킵니다.
3
그렇게 국가 연주가 끝나자, 차이잉원 총통은 ‘각 민족의 선조의 영(各民族先祖之靈)'이라고 쓰인 위패 앞에서 군인으로부터 전달받은 노란 화환을 헌화합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밝고 영롱한 노란색의 꽃이 유독 빛나보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국립현충원에서 헌화할 때 대부분 하얀색 국화를 사용하기 때문인지 타이완 의식에서의 노란 꽃이 눈에 띕니다. 노란 꽃을 헌화한 차이잉원 총통은 위패를 향해 목례를 한 차례 합니다. 헌화가 끝나고 제문을 공독하는 시간이 지나자 총통과 정계인사들은 다시 한 번 목례를 합니다. 이번엔 한 번이 아닌 세 번입니다. 세 차례 목례를 끝으로 엄숙하고 성대한 청년절 기념 의식은 마무리가 됩니다. 총통은 의전 후 뒤를 돌아 열사 유족대표들과 각 군 대표들에게 인사를 드린 후 퇴장합니다.
정문을 지키는 소수의 군인 외에는 거의 한산했던 베이안루 위의 충렬사. 중화민국의 순국선열을 기리는 대표적인 날인 청년절 오늘만큼은 타이베이의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인파와 취재진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충렬사 건물 안에서는 중화민국 정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여 성대한 국가 의식을 무사히 치뤘습니다.
엔딩곡으로는 중화민국 국가를 들려드립니다. 띄어드릴 국가는 저희 Rti, 중앙라디오방송국(中央廣播電台) 설립 20주년 기념으로 발매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버전입니다. 해외에서는 타이완국제방송국(Radio Taiwan International)으로 알려져있는 저의 라디오 방송국은 1928년 8월 중국 난징에서 ‘중국국민당 중앙집행위원회 라디오방송국’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시했습니다. 중화민국 정부에 의해 설립된 국가방송국으로서 설립 당시 생방송의 효시였죠. 국민당 정부와 함께 타이완으로 넘어온 Rti는 중화민국의 국익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자유, 민주, 인권, 다문화 등을 핵심가치로 하여 14개 언어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양질의 방송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Rti 20주년인 1948년 버전의 중화민국 국가를 끝으로 타이완의 청년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기억해주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어반스케처스 타이베이의 서승임이었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