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의 대표적인 종교 행사 ‘바이사둔(白沙屯) 마주여신(媽祖) 순례’가 최근 9박 1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국민 어머니’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마주여신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따지지 않고 모두를 품어주는 존재인데요. 그 자애로운 모습에 마음을 움직인 걸까요? 마주를 태운 가마를 따라 걷는 순례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올해는 무려 32만 9천 명이 함께 걸으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고, 영국 BBC도 순례행사가 어떻게 SNS를 통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집중 조명했습니다.
지구 건너편의 교황청에서도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죠. 이틀간의 선거 끝에, 페루에서 활동해온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미국인 최초로 교황직에 올랐습니다. 중도 성향의 인물로 평가되어 앞으로 보다 부드럽고 조화롭게 교회를 이끌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톨릭인 천지엔런(陳建仁) 전 부총통은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을 대표해 지난 18일 열린 새 교황 즉위식에 참석했습니다.

바이사둔(白沙屯) 마주여신(媽祖) 순례행사 - 사진: CNA
종교는 때때로 우리가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불 같은 존재죠. 타이베이의 룽산사(龍山寺), 서울의 봉은사, 도교의 센소지(浅草寺)처럼, 종교 공간은 한 도시의 문화와 역사, 시민들의 신앙과 믿음을 고스란히 담은 곳입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종교 문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요?
신베이 융허(永和)에 있는 ‘세계종교박물관(世界宗教博物館, MWR)’은 세계 최초로 여러 종교를 주제로, 생명교육을 목표로 설립된 박물관입니다. 여기에는 불교, 도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신도교, 인도교, 시크교, 원주민 종교, 고대 종교까지 총 10개 종교의 이야기와 가치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박물관 시리즈 두 번째 시간, 오늘의 목적지 세계종교박물관으로 함께 떠나봅시다!

세계종교박물관 - 사진: 문화부
존중, 포용, 박애의 박물관 🫶🏼
상업 빌딩 사이, 눈에 띄지 않게 자리한 세계종교박물관. 언뜻 보기엔 불당 같지만, 이곳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종교라는 렌즈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과제를 함께 고민해보는 곳입니다. 마유쥐안(馬幼娟) 박물관 관장은 천하잡지(天下雜誌)와의 인터뷰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미지에서 나온다”며, “믿음이 있다면 어디로 가는지 알기에 두렵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종교가 아닌 삶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불교가 좋냐, 기독교가 맞냐, 이런 비교는 무의미하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이해하는 겁니다. 따라서 마 관장은 이 박물관은 가장 적합한 생명교육의 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마 관장은 무슬림입니다. 그가 세계종교박물관의 창립자 ‘심도법사(心道法師)’를 처음 만났을 때, 무심결에 오른손 손바닥을 왼쪽 가슴에 얹고 무슬림의 인사법으로 경의를 표했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뜻밖에도 심도법사는 따뜻한 눈빛으로 “살람(salam)”, 평안을 기원하는 무슬림의 인사말로 회답했죠. 그 순간 가슴 깊이 북받친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종교박물관의 정신, “모든 신앙을 존중하고, 모든 민족을 포용하며,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창립자 '심도법사' 🧑🦲
심도법사는 누구일까요? 1948년 국공내전 중 미얀마에서 태어나, 9살에 공산당에 대항하는 게릴라에 가담했고, 13살에 중화민국 국군과 함께 타이완으로 건너온 험난한 삶의 주인공입니다. 25살에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출가했고, 이후 10년 넘게 전국의 묘지를 돌며 ‘총간수(塚間修)’라는 고된 수행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중생을 구해야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중생을 구하려면 큰 사원을 세우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는 신앙의 차이 없이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평화의 공간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세계종교박물관입니다. 종교가 서로를 가르고 상처를 주는 세상 속에서, 이곳은 종교와 민족, 국가를 넘어 마음의 평안을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관련 프로그램:
‘매력있는 황금의 삼각지대’ 타이완 첫 번째 권촌(眷村), 중전신촌(忠貞新村)
"외국에 온 줄 알았다!" 미얀마의 거리 화신제(華新街)와 한국의 거리 중싱제(中興街)
이어서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 톈푸전(田馥甄)의 ‘당신(妳)’을 띄워드립닌다.
전 세계를 한 곳에 ⛩️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입구 위에서 10개의 띠가 눈에 띕니다. 서로 다른 종교를 상징하며 박물관을 찾은 우리에게 세계의 축복을 건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도착하면, “백천법문 동귀방촌(百千法門,同歸方寸)”라는 문구와 마주하게 되는데요. “모든 종교는 결국 신도의 마음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으로, 박물관의 정신을 담은 말입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부드럽게 흐르는 물의 벽이 가장 먼저 맞이합니다. 손바닥을 벽에 대어 물의 온도와 속도를 느끼면서 잠시, 마음의 먼지를 씻어냅니다. 이어서 펼쳐지는 63미터 길이의 ‘순례자의 길’을 걷는 동안, 순례자들이 남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길의 끝에는 또 하나의 벽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도 손바닥을 대어 흔적을 남기고, 자신만의 순례를 시작합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백천법문 동귀방촌(百千法門,同歸方寸)" - 사진: 안우산

물이 흐르고 있는 벽 - 사진: 안우산

순례자의 길 - 사진: 안우산

순례자의 길 끝에서 손바닥을 벽에 대어 흔적을 남기는 관람객들 - 사진: 안우산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 황금빛으로 빛나는 로비가 펼쳐집니다. 이곳은 우주의 중심, 모든 종교가 한 자리에 모여 사랑과 평화로 우주를 움직이는 곳입니다. 옆 극장에서는 우주의 기원을 다룬 영상이 상영되고, 그 안에서 가장 원시적인 힘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음 전시장에서는 인생의 여정을 만납니다. ‘초생’부터, ‘성장’, ‘중년’, ‘노년’, 그리고 ‘죽음’ 과 ‘사후 세계’까지, 삶의 전 단계를 따라가며 우리 각자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자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수행의 방’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그 옆에는 전 세계 10개 종교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모형, 그리고 종교 관련 물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우주 로비 - 사진: 안우산

전 세계 종교 랜드마크들의 모형 - 사진: 안우산

타이완 민간신앙 코너 - 사진: 안우산
성설전시를 모두 관람했다면, 이제 6층으로 이동해 특별전시를 관람합시다. 내년 말까지 열리는 ‘LIGHT A LIFE × LIVE A LIGHT(光在萬物)’ 전시회는 예술과 철학, 신앙의 시선으로 빛이 생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물이 ‘깨끗함’을 상징한다면, 빛은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존재이죠. 빛과 어두움이 뚜렷이 대비되는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자신의 마음이 비치게 됩니다.
마음의 평화를 찾으러 🏃♀️
인생에서 가장 공평한 일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걷어간다는 겁니다. 이 여정 속에서 우리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수많은 선택과 마주합니다. 꼭 특정한 종교를 믿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신만의 믿음을 지킬 수 있다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이야말로 심도법사가 이 박물관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죠. 혹시 일상에 지쳐 있다면, 세계종교박물관에서 잠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秦雅如,「世界宗教博物館 館長馬幼娟:信仰讓人免於生命未知的恐懼」,天下雜誌。
2. 世界宗教博物館。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