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여행에서 꼭 사야 할 쇼핑 리스트 하면, 타이완의 전통 디저트 ‘펑리수(鳳梨酥)’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파인애플과 동과, 밀가루, 달걀, 버터, 설탕으로 만든 펑리수는 달콤한 파인애플 맛과 은은한 버터 향이 나고 상큼한 우롱차와는 찰떡궁합입니다. 주요 원료인 파인애플은 타이완 전체 과일 생산량의 약 18%를 차지하며, 감귤류에 이어 두 번째이고, 주로 타이난과 가오슝을 비롯한 남부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또한 파인애플의 타이완어 ‘옹라이(旺來)’는 ‘행운이 온다’는 뜻으로, 좋은 상징으로 여겨져 타이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과일입니다. 하지만 ‘사건 다발’로 해석될 수도 있어 병원, 소방서, 경찰서 등에서는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음력 7월 ‘귀신의 달’에는 귀신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 파인애플을 제사상 올리는 것이 금기 중의 금기입니다.
펑리수 - 사진: 위키백과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파인애플은 18세기 타이완에 전해졌고, 일본 식민지 시대에 대규모 재배에 들어섰습니다. 당시 기술로 신선한 파인애플을 직접 수출할 수 없어 일본인들은 가공 공장을 설립하여 파인애플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일본에 대량 판매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화민국 정부도 계속해서 재배 기술을 개선하고 농민들이 재배 면적을 늘리도록 장려했습니다. 이 덕분에 1970년대 타이완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수출량 세계 1위라는 명예를 안았습니다.
이 중 가오슝 다수(大樹) 지역은 적절한 기후와 지리적 환경을 가지고 있어 파인애플의 주요 생산지로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1907년 철도의 개통과 함께 파인애플 가공 공장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가장 많을 때는 11개의 공장이 동시에 운영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타이팡 상회(泰芳商會) 제3, 4공장(九曲堂泰芳商會鳳梨罐詰工場)의 건축만 남아 있습니다. 오는 18일 ‘세계 유산의 날(World Heritage Day)’을 맞아 가오슝시정부가 ‘문화유산의 달(高雄文資月)’ 이벤트를 개최하는 가운데, 이 공장은 개막식의 행사장으로 일련의 활동을 선보였습니다. 파인애플 공장의 전성기를 춤으로 재현하는 퍼포먼스 외에도 통조림 DIY와 미션게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 가오슝 파인애플 공장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월 29일 가오슝 파인애플 공장에서 열리는 가오슝 '문화유산의 달' 개막식 - 사진: CNA
<중경삼림> 금성무의 '이별 음식' 🥫
홍콩 명감독 왕자웨이(王家衛)의 팬이라면,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에 나온 파인애플 통조림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영화 속 금성무가 맡은 역은 4월 1일 만우절에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자 여자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파인애플 통조림을 많이 사왔고, 통조림의 유통기한이자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까지 여자친구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여자친구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슬픔에 빠진 그는 30개의 통조림을 한꺼번에 다 먹고 이 연애와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파인애플 통조림은 이 영화를 통해 대표적인 이별 음식이 되어 사랑에 시달리는 도시 남녀의 외로운 심정을 대변합니다. 통조림처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음식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영원한 사랑은 결코 존재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간 사랑을 인정해야만 다시 출발할 수 있죠. 따라서 파인애플 통조림은 사랑의 끝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인애플 통조림 산업의 선구자들 🦸♂
파인애플 통조림도 타이완 농업에 새로운 시작을 가져왔는데요. 통조림은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에서 탄생한 전투식량으로, 일본에 전해진 후 메이지 정부의 정책을 통해 상업화되었습니다. 이어 타이완이 일본에 할양되면서 일본인은 타이완의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에 큰 관심을 갖고, 대규모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타이난 군영에서 장사를 했던 오사카 상인 오카무라 쇼우다로(岡村庄太郎)는 이 기회를 잡아 파인애플 통조림의 장사를 시작했고, 파인애플의 맛을 통조림에 잘 담기 위해 파인애플 생산지인 가오슝에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그가 생산한 파인애플 통조림은 1903년 오사카 박람회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공장 장비와 통조림 포장재가 일본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 결국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타이완의 경쟁자인 싱가포르와 하와인산 파인애플 통조림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일본 회사가 타이완에 통조림 제조공장을 설립한 후에야 적자를 메웠습니다.
통조림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많은 타이완 사업가들도 합류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타이팡 상회의 창립자는 타이베이 다다오청(大稻埕) 출신의 사업가 예진투(葉金塗)로, 해산물 무역을 하다가 파인애플 통조림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타이베이와 중부 장화(彰化)에 이어 1925년 가오슝 다수에 제3, 4공장을 설립했으며, 가오슝항을 통해 새콤달콤한 파인애플 통조림을 전 세계로 수출했습니다. 통조림 장사로 ‘파인애플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예진투는 큰 돈을 벌고 다다오청에 바로크식 3층짜리의 양옥을 세웠는데,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이 건물은 현재 고풍스러운 스타벅스가 되었습니다.

현재 스타벅스가 된 예진투 양옥 - 사진: 위키백과
한편, 예진투가 1946년 별세한 후, 가족들은 장례식에서 파인애플 통조림을 제물로 바쳤는데, 이는 지금 타이완 장례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조림 탑(罐頭塔)’의 유래라고 합니다.

타이완 장례식에서 재물로 하는 '통조림 탑' - 사진: https://www.chin-chen.com.tw/product-detail-964885.html
파인애플 통조림의 끝과 새로운 시작 ✨
예진투의 파인애플 사업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타이완 파인애플 통조림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일본 시대의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중화민국 정부는 우대 정책을 내세워 통조림 수출을 적극 장려했습니다. 전성기에는 타이완 전역에 100개 이상의 공장이 있었고, 미군이 먹는 파인애플 통조림도 대부분 ‘메이드 인 타이완’이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 타이완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고, 동시에 인건비와 토지비의 증가로 인해 산업 전환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한때 타이완 경제를 이끌었던 파인애플 통조림은 결국 동남아 통조림으로 대체되어 역사가 되었습니다.
예진투의 가오슝 공장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중화민국 정부에 이관되어 국군 숙소와, 외성인(外省人)이 사는 ‘권촌(眷村)’으로 사용되었습니다. 2004년 문화재 자격을 받은 후 복원 공사를 거쳐 드디어 2018년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공장에서는 타이완 파인애플 통조림 산업의 발전 과정뿐만 아니라, 타이완에서 개발한 18가지 품종의 파인애플, 그리고 형형색색의 통조림 라벨 등 소중한 자료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파인애플 섬유로 만든 종이에 소원을 적고, 일본 식민지 시대의 라벨 프린터로 나만의 파인애플 통조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3~7월 파인애플 시즌에는 파인애플 잼, 파인애플 빙수, 파인애플 아이스티 등 특별한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전시되고 있는 파인애플 통조림 - 사진: 가오슝시관광국
타이완을 대표할 수 있는 열대 과일에서 타이완 농업의 아이콘으로, 파인애플은 타이완의 보물입니다. 앞으로 가오슝을 방문한다면, 박물관이 된 파인애플 통조림 공장에서 유통기한이 없는 통조림을 만들어 보세요!
엔딩곡으로 <중경삼림>의 OST, 왕페이(王菲)의 ‘꿈 속의 사람(夢中人)’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林巧璉,「大樹鳳梨工場慶百年 開啟高雄文資月」,中央社。
2. 王御風、黃于津,《鳳梨罐頭的黃金年代》。
3. 〈金泰亨商行〉,中央研究院台灣史研究所。
4. 秦雅如,「臺灣鳳梨工場 細說鳳梨罐頭產業的黃金年代」,微笑台灣。
5. 〈台灣外銷的榮光鳳梨罐頭催生經濟奇蹟〉,國家文化記憶庫。
6. 步行城市,「一探大稻埕的老屋星巴克:新舊共構的『葉金塗古宅』」,TaipeiWalker。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