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국립공원 특집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지난주 타이완 최초의 국립공원인 컨딩(墾丁)국립공원, 그리고 두 번째 위산(玉山)국립공원을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어디로 떠나볼까요?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면서 은빛 물결이 출렁거리는 억새 시즌이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타이완의 세 번째 국립공원이자 타이베이 대표 억새 명소인 양밍산(陽明山)에서는 억새 페스티벌이 열려 다양한 트래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방목장으로 쓰이는 '칭티엔강(擎天崗), 찻잎과 유황을 운반하던 중요한 옛길인 진바오리다루(金包里大路) 등 클래식한 코스 외에, 유황이 생산되는 샤오유컹(小油坑)에서는 유황 가스로 인해 억새가 붉게 물들어 환상적인 핑크빛을 뿜어냅니다. 오늘 소개되는 첫 번째 국립공원은 한국분들도 낯설지 않은 양밍산입니다!

방목장으로 쓰이는 양밍산 '칭티엔강(擎天崗)' - 사진: 안우산
양밍산 옛 이름 '초산' 🌿
양밍산에 가면 이름에 ‘초산(草山 차오산)’이 들어가 있는 가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초산은 양밍산의 옛 이름으로 이곳에서 자라는 하얀 억새를 가리킵니다. 양밍산 일대는 예로부터 유황이 많이 생산되며, 스페인인과 네덜란드인이 지역 주민과 유황 채취 거래를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한 17세기 말부터 유황의 불법 채취를 막기 위해 청나라 정부는 정기적으로 양밍산에 불을 질러 사람들이 숲에 숨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 때문에 산간 지역에서는 억새 같은 식물만 자랄 수 있었고, 억새도 양밍산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화산 지형과 온천으로 유명한 양밍산은 일본 식민지 시대 신문지 <타이완일일신보>가 개최한 타이완 명소 투표에서 12대 랜드마크로 선정되어 ‘타이완판 하코네’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 분위기를 띄우고 타이완인의 일본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양밍산에서 벛꽃을 많이 심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1923년 일본 황태자 히로히토 친왕(훗날의 쇼와 천황)의 타이완 방문을 맞아 ‘초산영빈관(草山御賓館)’을 세웠고, 이 건물은 훗날 장제스 전 총통의 첫 타이완 관자와 중화민국 국부 순원(孫文)의 아들 순커(孫科)의 관저로 쓰였습니다. 양밍산의 풍부한 관광자원에 착안해 1937년 타이루거(太魯閣), 위산과 함께 3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1923년 일본 황태자 히로히토 친왕(훗날의 쇼와 천황)의 타이완 방문을 맞아 세워진 ‘초산영빈관(草山御賓館)’ - 사진: 국가도서관

양밍산 벛꽃 - 사진: CNA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화민국 정부의 타이완 이전과 함께 양밍산은 관광명소에서 정치의 요지로 변화했는데요. 장제스 총통의 별장인 ‘초산행관(草山行館)’과 ‘양명서옥(陽明書屋)’, 국회의사당으로 쓰였던 ‘중산루(中山樓)’, 장제스 총통의 생신과 중화민국 건국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신해광복루(辛亥光復樓)’, 당·정·군의 간부를 훈련시키는 ‘혁명실천연구원(革命實踐研究院)’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건물들이 모두 양민산국립공원 안에 있습니다.

양밍산 중산루 - 사진: 위키백과
양밍산 주민은 귀족 중의 귀족? 🫅
현재 스린(士林)구와 베이터(北投)구를 포함한 지역은 1974년까지 지방정부 격인 ‘초산관리국’이 관리했으며, 이곳에서 태어난 타이베이 시민의 주민등록번호는 양밍산의 ‘양(YANG)’을 뜻하는 영문 Y자로 시작합니다(타이완 주민등록번호의 영문은 출생지를 의미한다). 당시 양밍산에 거주했던 장제스 총통의 번호는 Y10000001로, 첫 번째 1은 남성을 의미합니다. 1974년 초산관리국의 지방행정권이 해제되면서 Y로 시작한 주민등록번호는 더 이상 발급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보기 드문 Y자로 시작한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스린, 베이터 사람은 ‘S급 귀족’을 뜻하는 ‘천룡인 중의 천룡인’(만화 <원피스>에서 비롯된 용어)으로 불립니다.

장제스 전 총통의 주민등록증 - 사진: https://buzzorange.com/citiorange/2017/11/03/id-card-secet/
초산에서 양밍산으로 ⛰️
그렇다면 양밍산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비롯된 건가요? 1950년 장제스 총통이 앞서 언급한 초산영빈관에 입주한 후 중공으로부터 “산에 들어가 도둑질을 한다”는 뜻의 ‘낙초위구(落草為寇)’라는 비웃음을 받아, 명나라 사상가 왕양밍(王陽明)의 이름으로 초산을 양밍산으로 개칭했습니다. 초산관리국도 양밍산관리국이 되었습니다.
이어 양밍산국립공원이 1985년 설립되면서 양밍산의 관광가치가 다시 한번 부각되었습니다. 사시사철 즐기는 꽃구경부터, 특이한 유황과 화산지형, 피곤한 몸을 달래는 온천, 그리고 문화유적으로 탈바꿈한 정치적 랜드마크까지 자연경관과 문화경관을 겸비한 국립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양밍산의 꽃향기를 청취자 여러분께 전해 드리기 위해 타이완의 여자 그룹 SWEETY의 ‘앵초(櫻花草)’를 띄워드립니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 사진: 타이루거 홈페이지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유력 후보 🏞︎
양밍산국립공원에 이어 타이루거(太魯閣)도 198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화롄(花蓮), 타이중(台中), 난터우(南投)에 걸쳐있는 타이루거국립공원은 길고 깊은 협곡과 높은 절벽으로 유명하고 산간 지역에는 빙하기의 잔존생물이 서식해 세계문화유산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타이완 관광지로 꼽습니다. 타이루거라는 이름은 난터우에서 화롄으로 이주한 원주민 타이루거족(太魯閣族)에서 따온 말로 ‘우리’를 뜻합니다.
타이루거를 방문하면 웅장한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입구의 붉은색 중식 패방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국립공원에는 타이완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중부횡단도로(中部橫斷公路)가 통과되는데, 패방이 있는 곳은 중부횡단도로에서 타이루거 쪽으로 가는 관문입니다. 패방에서 국립공원 안으로 계속 가면 중부횡단도로 공사 과정에서 순직한 노동자 225명을 모시는 사당인 ‘창춘츠(長春祠)’가 나옵니다. 폭포 위에 세워진 창춘츠는 타이루거의 중요한 랜드마크로, 중부횡단도로의 어려운 공사를 기념하는 한편,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웅장한 건축입니다. 지난 2021년 타이루거국립공원 설립 35주년을 맞아 타이완 구글의 검색엔진 대문에 창춘츠의 이미지를 내건 바 있습니다. 추가로 중부횡단도로는 1999년 921대지진으로 폐쇄되었다가 오랜 복원작업 끝에 2037년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초 화롄 4.3지진으로 또다시 피해를 입어 재개 시간은 아직 미정입니다.

타이루거 입구의 패방 - 사진: 위키백과

타이루거 창춘츠(長春祠) - 사진: 타이루거 홈페이지
타이루거의 필수 코스를 꼽자면, 동굴이 가득한 대리암 협곡 ‘제비 동굴(燕子口)’과 구불구불한 ‘저우취 동굴(九曲洞)’입니다. 전자는 제비 둥지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후자는 중부횡단도로 공사로 인해 많은 동굴이 형성되어 구절양장을 뜻하는 ‘저우취’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외에 겨울마다 눈으로 덮인 ‘허환산(合歡山)’, 태평양을 향한 ‘칭수이 절벽(清水斷崖)’ 도 국립공원의 인기 코스입니다.
오늘은 타이베이의 가든이라 불리는 양밍산, 그리고 절경을 자랑하는 타이루거국립공원을 소개해 드렸는데, 다음주는 더 많은 국립공원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吳亮衡,「從臺灣小箱根到反共精神基地:陽明山的百年歷史」故事。
2. 許陽明,「陽明山的文化與權力空間史」,民報。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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