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기차 여행을 가봤다면 열차 이름이 기억에 남았을 겁니다. 열차 등급에 따라 지정석의 자강호(自強號)와 거광호(莒光號), 그리고 자유석의 구간차(區間車)로 나뉩니다. 이 중 자강호는 차종에 따라 일반 자강, 신자강(新自強), 타이루거 자강(太魯閣自強), 푸유마 자강(普悠瑪自強)으로 나뉘며 일반 자강만 지정 좌석 없이 교통카드로 탑승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승차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또한 역마다 정차하는 구간차도 교통카드로 탑승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상징인 무궁화의 이름을 딴 무궁화호와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에서 유래된 새마을호처럼, 타이완 기차의 이름도 국가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분발한다는 뜻의 ‘자강’, 옛일을 잊지 않고 국토를 수복하겠다는 뜻의 ‘거광’, 민족 부흥을 의미하는 구간차의 옛 이름인 ‘부흥’은 모두 애국심을 자극하는 애국주의에서 비롯된 겁니다. 2000년대 이후 타이완 동부 교통을 촉진하기 위해 투입된 타이루거 자강(이하 타이루거호)과 푸유마 자강(이하 푸유마호)은 가격이 일반 자강과 동일하기 때문에 이름에 여전히 ‘자강’을 붙이지만, 과거의 명명 방식에서 벗어나 타이완 현지 특색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원주민 문화에서 비롯된 열차명과 동부 원주민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타이루거'호와 '푸유마'호의 명명 과정 🚆
타이루거호의 본격적인 운행에 앞서 타이완철도공사는 민간에 열차 이름을 공모했는데, 비영리단체인 중화민국철도문화협회가 제안한 ‘오로라(AURORA)’, ‘날치(FLYING FISH EXPRESS)’, ‘타이루거(TAROKO)’ 중 원주민 타이루거족(太魯閣族)에서 유래한 타이루거를 선정했습니다. 화롄의 관광명소 ‘타이루거 협곡’과 이름이 같아 입에 착착 붙는 것도 장점입니다. 현재 타이루거호는 신베이시 수린(樹林)에서 타이베이, 이란(宜蘭), 화롄(花蓮)을 거쳐 타이동(台東) 즈번(知本)까지 운행하고 있습니다. 차체는 타이완 고속철도와 유사하게 흰색과 주황색의 조화를 이루며, 원주민과 헬로키티의 특별 페인팅 열차를 선보인 바 있다.

헬로키티와 콜라보한 타이루거호 열차 - 사진: fun臺鐵 페이스북
타이루거호에 이어 타이완철도공사는 2012년 새 열차를 도입할 때 타이동현정부와 함께 이름 공모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투표 결과 ‘푸유마’는 ‘타이마리(太麻里)’를 누르고 일반 대중과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푸유마와 타이마리는 모두 동부 원주민 마을의 지명으로, 전자는 베이난족(卑南族)의 우두머리가 있는 곳이고 단결을 의미하며, 후자는 파이완족(排灣族)어로 태양이 내리쬐는 곳을 뜻합니다. 둘 다 긍적적이고 아름다운 이름이죠. 현재 푸유마호는 화롄-타이동 구간을 제외한 타이완 전 구간이 운행되고 있으며, 차체에 붉은 선이 눈에 띄게 그려져 있어 철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열차입니다.
산을 등지고 바다에 접한 화롄과 타이동은 지리적 조건으로 도달하기 어려워 다른 지역보다 늦게 발전되었지만, 철도의 개통과 운행속도가 빠른 열차의 투입 덕분에 대중교통 접근성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승객 수송량 향상을 위한 ‘화롄-타이동 복선궤도 전기화 공사’가 지난해 4월 착공해 2027년 개통될 예정입니다. 개통되면 시간당 8편의 열차가 운행되어 명절 때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해소될 전망입니다.
타이루거호와 푸유마호의 이름이 원주민 언어에서 비롯된 것처럼 원주민 문화는 동부지역에서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화롄-타이동 구간 열차에는 중국어, 타이완어, 하카어, 영어 외에도 동부지역에서 가장 많은 원주민족인 아메이족어(阿美族語) 방송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동부 원주민과 깊은 관련이 있는 기차에 대한 소개에 이어, 타이동 베이난족 출신 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의 ‘자매(姊妹)’를 띄워드립니다. 타이완 래전드 가수 고 장위성(張雨生)이 제작한 이 노래는 장후이메이 가족들의 노랫소리와 원주민 음악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1990년대에 매우 과감한 시도였습니다. 추가로 중화권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장후이메이는 올해 말 타이베이 돔에서 콘서트를 열릴 예정인데, 15만 장의 티켓이 6분 만에 전부 매진되었고, 톱가수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타이완 동부의 원주민 문화 ⛰️
예로부터 ‘후산(後山, 뒤쪽에 있는 산)’이라 불린 화롄과 타이동은 타이완에서 가장 늦게 정부 세력권에 편입된 지역입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의 역사학자 롄헝(連橫)은 《타이완 통사(臺灣通史)》에서 과거 동부지역이 풍요로운 ‘천부지국(天府之國)’이었으나 개발되지 않고 야수와 원주민이 많아 위험했다고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사는 17세기부터 중국에서 온 한족의 관점에서 비롯된 거죠. 원주민의 관점에서 보면 이곳은 미개발지역이 아니고, 단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난주 소개해 드렸다시피 타이완에서 원주민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화롄에는 원주민 7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중 아메이족이 가장 많습니다. 아메이족은 모계사회로 여성이 남성보다 지위가 높고 가업 상속도 장녀를 비롯한 여성을 우선으로 합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농사일, 남성은 사냥을 담당합니다. 아메이족 하면 한족의 설날과 비슷한 전통 축제인 풍년제(豐年祭)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년 7월부터 9월 사이에 열리는 풍년제는 조상의 영혼, 즉 타이완 원주민들이 모시는 조령(祖靈)에 감사를 표하고 새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축제입니다. 아메이족은 축제 기간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춥니다.

화롄 아메이족 풍년제 - 사진: 국가문화기억뱅크
이어 소개하는 타이루거족은 원래 타이야족(泰雅族)에 분류되었다가 2004년 독립하여 타이완 정부가 승인한 12번째 원주민족이 되었습니다. 중앙산맥에 살았던 타이루거족은 인구 증가로 타이완 동부로 이주했는데, 그들이 정착하게 된 곳은 전망대를 의미하는 ‘타이루거’로 불리며, 바로 오늘날 타이루거 협곡이 자리잡은 곳입니다. 또한 아메이족과 달리 부계사회로, 부족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자신의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어, ‘친자 연명제’라고 불립니다. 예를 들어 나의 이름은 Imi, 아버지의 이름은 Isaw이면, 나의 풀 네임은 Imi Isaw가 됩니다. 정교한 뜨개질 기술로 유명한 타이루거족의 전통의상에는 마름모꼴 무늬가 많이 보편적이고, ‘조령의 눈’을 상징합니다.
역사적으로 타이완 최초의 주인이었던 원주민은 이 섬에 온 외래 세력들로 인해 생활권이 대폭 축소되어 결국 접근하기 힘든 타이완 동부로 쫓겨났습니다. 타이완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원주민은 타이완 전체 인구의 2.5%만 차지하며, 결혼이나 이민으로 타이완에 정착하게 된 외국인 주민인 ‘신주민(新住民)’보다 낮고, 명실상부한 소수민족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차별을 당한 이들은 1980년대 시작된 원주민 운동을 통해 비로소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얻었습니다. 전 세계 많은 연구에서 타이완 원주민이 태평양 지역에 널리 분푸하는 ‘남도어족(南島語族)’의 발원지로 주장하는데, 이만큼 소중한 문화는 우리가 간직해야 할 보물이죠. 원주민 언어로 기차 이름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모든 면에서 원주민의 권익이 보장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盧太城,「花東鐵路雙軌化動工 116年完工1小時可開8列車」,CNA。
2. 謝家偉,「【臺灣通史】原來臺灣東部人不少!從原住民、荷蘭到日本人,人群雜沓的東部拓墾史」,故事。
3. 花蓮縣原住民族傳統文化數位典藏,花蓮縣政府原住民行政處。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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