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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모시는 백화점?!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3대 백화점② 🏬

  • 2024.10.02
랜드마크 원정대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3대 백화점의 하나인 타이난 '하야시 백화점(林百貨, 린 백화점)’ - 사진: 안우산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늦더위가 물러나고 점차 시원해지는 10월 첫째 주입니다. 타이완 전역의 백화점들이 일년에 한 번씩 열리는 그랜드 세일 시즌(週年慶)에 들어가면서 저렴한 가격에 쇼핑할 수 있는 요즘입니다. 해외여행 붐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장기화로 올 상반기 실적이 큰 타격을 입은 타이완 백화점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하반기 영업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백화점마다 세일 기간이 다르지만 대부분 11월 말까지 지속되니 최근 타이완 여행 계획이 있다면 백화점을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지난주 타이완 백화점 문화의 탄생 과정, 그리고 타이완 최초의 백화점, 1932년 타이베이 시내에 세워진 ‘기쿠모토 백화점(菊元百貨, 쥐위안 백화점)’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계속해서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3대 백화점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 최초의 백화점 타이베이 '기쿠모토 백화점(菊元百貨)' 🏵️

일본 상인 시게타 에이지(重田栄治)가 설립한 기쿠모토 백화점은 1층부터 7층까지 화장품과 일본잡화, 남성용품과 서양잡화, 기모노와 여성용품, 문구·장난감·타이완 토산품과 가정용품, 레스토랑, 전망대까지 다양한 가게가 있었습니다. 이 중 5층에 있는 레스토랑은 과일 쉐이크, 커피 등 트렌디한 음식을 제공하는 백화점의 최고 인기 공간이자 우신롱(吳新榮), 린셴탕(林獻堂) 등 일본 시대 타이완 지식인들이 즐겨찾는 모임 장소였습니다. 서승임 아나운서님이 진행하는 <대만주간신보>를 들어봤다면 기쿠모토 백화점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역사학자 린헝다오(林衡道)에 따르면, 기쿠모토 백화점 개업 초기 엘리베이터를 체험하러 온 시민은 대다수였고, 소비층은 일본인과 부유한 타이완인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수입 외에도 타이완인의 소비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봤는데, 당시 타이완인은 에누리하는 습관이 있어 백화점 직원과의 다툼이 잦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법으로 에누리를 금지하고 상품 가격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 후에 타이완인의 소비습관을 바꿨습니다.

또한 기쿠모토 백화점은 고층빌딩으로 정부 홍보와 군사훈련에 적합한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1935년 타이완총독부 시정 40주년을 맞아 주요 홍보 건물로 박람회 전단지, 우표 등에 인쇄되는 것 외에도 대형 행사의 장소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정부가 독가스 연습처럼의 모의훈련을 실시할 때도 신문에서 연기에 휩싸인 기쿠모토 백화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1942년의 기쿠모토 백화점 - 사진: 위키백과


원래 모습 그래도 보존하고 있는 타이난 '하야시 백화점(林百貨)' 🕴

기쿠모토 백화점이 개업된 지 이틀 만에 타이완 남부 타이난(台南)의 ‘하야시 백화점(林百貨, 린 백화점)’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야시 백화점이 자리잡은 곳은 기쿠모토 백화점처럼 타이난 긴자(銀座)라 불리던 스에히로초오(末廣町)로, 당시 타이난 최고의 번화가였습니다. 창립자 하야시 카타카즈(林方一)는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1912년 고향을 떠나 타이완으로 건너와 기모노 가게를 시작으로 타이완 남부 최초의 백화점인 하야시 백화점을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백화점이 문을 연 지 닷새 만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백화점 경영은 그의 장인과 처가 식구들이 주관했습니다. 1940년대의 하야시 백화점의 월 매출액은 천만 타이완달러(한화 약 4억 원) 이상으로, 타이난의 번영을 지켜봤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중화민국 정부에 접수되어 제염공장, 공군 라디오 방송국, 경찰 파출소 등으로 사용되었다가 1998년 타이난시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나 2010년에야 복원 작업에 들어섰습니다.

5층짜리의 하야시 백화점의 공간 구성은 기쿠모토 백화점과 유사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옥상에 있는 일본 민속신앙 신토(神道)의 신을 모시는 신사(神社)입니다. 과거 일본에서는 회사 옥상에 신사를 설치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는데, 하야시 백화점에서 모시는 신은 쌀, 농사를 관리하는 이나리노카미(稲荷神)로 백화점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재건 과정에서 창립자 하야시 카타카드의 며느리(林千惠子)가 특별히 타이난에 와서 신사의 복원에 협조했습니다.


하야시 백화점 옥상에 있는 일본 신사 - 사진: 하야시 백화점 페이스북

올해로 타이난 성곽 건립 400주년과 하야시 백화점 재오픈 10주년을 맞아 반짝이는 별 예술 장치가 이 고옥을 아담하게 꾸몄습니다. 하야시 백화점은 3대 백화점 중 유일하게 원래 모습을 유지하는 백화점으로, 오랫동안 방치와 복원 끝에 2014년 재오픈했습니다. 백화점의 상징인 옥상 신사와 엘리베이터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었으며, 층마다 다른 문화 상품과 타이난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2년 개업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옥상에서 타이난의 전통 과자 ‘펑빙(椪餅)’ 모양의 예술장치가 설치되어 하야시 백화점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옆 가게에서 맛있는 펑빙을 사서 귀여운 예술장치 위에 앉아 사진을 찍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야시 백화점 옥상에 있는 '펑빙' 예술장치 - 사진: 하야시 백화점 페이스북


개업이 늦었지만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가오슝 '요시이 백화점(吉井百貨)' 🏢

일본 정부가 동남아 진출 기지로 건설한 가오슝(高雄)에도 현대식 백화점이 있었습니다. 1938년 개업된 ‘요시이 백화점(吉井百貨, 지징 백화점)’은 3대 백화점 중 가장 늦게 문을 열었지만 200평 규모로 당시 타이완 최대였습니다. 하야시 백화점과 같이 5층짜리 건물로, 옥상에는 바다의 수호신인 고토히라(金刀比羅)를 모시는 신사가 있었습니다. 이는 가오슝이 항구도시로서의 역할을 잘 보여줬죠. 창립자 요시이 초오헤이​​(吉井長平)는 타이베이에서 장사하다가 가오슝의 발전을 좋게 보고 신도시로 건설된 가오슝 옌청(鹽埕)에서 백화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중일 전쟁이 요시이 백화점 개업 1년 전인 1937년 폭발되면서 타이완 백화점들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 신문지 <타이완일일신보>에 따르면, 당시 백화점 업자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매장 규모 축소, 상품 조정, 홍보 중단, 사은품 최소 등에 나섰습니다. 요시이 백화점 2층의 양복 가게에서도 군복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의 고조와 함께 백화점을 비롯한 고층 빌딩들이 미군의 폭격 목표가 되었는데, 기쿠모토 백화점의 가오슝 지점이 폭파되어 폐허가 된 것 외에, 타이난 하야시 백화점과 가오슝 요시이 백화점도 포격을 당했습니다. 지금 하야시 백화점의 옥상에는 포격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요시이 백화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오슝 출신 타이완인 의원에 인수되어 ‘가오슝 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영업했지만, 1958년 개업된 다신백화점(大新百貨)을 이기지 못해 은행에 매각되었다가 1994년 철거되었습니다. 다신백화점 창립자 우야오팅(吳耀庭)에 따르면, 다신백화점을 설립한 이유는 17살에 어머니 선물을 사러 요시이 백화점에 갔을 때 가격을 문의하자 직원의 눈총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불친절한 서비스에 분개한 그는 스스로 백화점을 설립하기로 결심했죠. 이 이야기를 통해 당시 백화점 소비에 담은 계급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 올 때 백화점에서 틀어주는 음악은!? 🎶

오늘은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의 3대 백화점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타이완 백화점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더 드리자면, 비가 오면 백화점에서 특정한 음악을 틀어 직원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직원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방수 봉투를 제공하고 고객들에게 알립니다. 그럼 엔딩곡으로 타이중 한 백화점이 비 올 때 틀어주는 음악, 왕멍린(王夢麟)의 ‘Scenery in the Rain(雨中即景)’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鍾明佑,〈日治時期臺灣百貨公司研究-以菊元、林與吉井為中心(1932-1945)〉。
2. 「摩登五棧樓林百貨再開幕十週年,嶄新大型戶外裝飾裝置及回顧展,還有摩登搖擺跳快閃活動」,南人幫。
3. 蔡文居,「91歲林千惠子 重回林百貨點迷津」,自由時報
4. 蔡文居,「林百貨電梯 104歲老師傅思想起」,自由時報。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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