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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 400] 리안 감독의 어린시절 놀이터, 타이난 취안메이 극장(全美戲院) 📽️

  • 2024.09.18
랜드마크 원정대
수제 영화 간판으로 유명한 타이난 대표 ‘세컨드 런 영화관’ 취안메이 극장(全美戲院) - 사진: 안우산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인기 배우 쉬광한(許光漢)이 주연한 타이완-일본 합작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에서 남여 주인공의 첫 데이트 장소는 영화관이었습니다. 캄캄한 공간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1995년 개봉한 일본 로맨스 대표작 <러브레터>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풋풋한 소년소녀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청춘 18X2>의 흥행 성공과 함께 <러브레터>는 지난 4월 거의 30년 만에 재개봉하여 다시 한번 타이완을 뜨거운 감동으로 물들였습니다. 영화의 촬영지인 타이난 취안메이 극장(全美戲院)에서도 하루 특별 상영 이벤트가 열렸는데, 관객들은 영화 중 쉬광한처럼 “오겡끼데스까(お元気ですか)”의 감동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1950년 설립된 취안메이 극장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중요한 문화 랜드마크로, 타이완에서 유일하게 손으로 그린 영화간판을 내거는 극장입니다. 타이난 출신, 중화권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리안(李安)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많이 찾았던 영화관이기도 합니다. 현재 티켓값은 평일과 휴일 모두 140뉴타이완달러(한화 약 5,900원, 2024/9/10 기준)이며, 티켓 하나로는 2편의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거의 일반 영화관의 4분의 1 정도죠. 이렇게 저렴한 이유는 취안메이 극장이 대형 영화관에 이어 2차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세컨드 런 영화관(二輪戲院, second-run theaters)’이기 때문입니다. 


취안메이 극장 제1대 경영자 우리위안(吳義垣, 앞줄 우1)과 리안(李安, 뒷줄 가운데) 감독 - 사진: 취안메이 극장

코로나 팬데믹 이후 타이완의 세컨드 런 영화관은 취안메이 극장을 포함해 5곳만 남았습니다. 영화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빠르게 공개되면서 세컨드 런 영화관은 과거의 우세를 잃게 되었습니다. 소파에 누워 바로 볼 수 있는데 굳이 영화관에서 볼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죠. 더 심각한 것은 일부 영화가 극장 개봉 없이 바로 플랫폼에서 상영된다는 점입니다. 배우 엠마 스톤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가여운 것들>에 이어 협력한 최신작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가 얼마 전 직접 플랫폼에서 공개되어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많은 팬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세컨드 런 영화관은 희귀한 존재가 되었죠. 오늘은 추억의 영화관 취안메이 극장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식 극장이자 인기 영화촬영지 📹

애초에 취안메이 극장은 세컨드 런 영화관이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타이완 국산 영화, 일본 영화, 현장에 변사(나레이션)와 밴드가 있는 무성 흑백 영화, 심지어 타이완식 오페라 ‘거자이시(歌仔戲)’까지 다양한 퍼포먼스가 상연되는 복합적인 공연공간이었습니다. 취안메이 극장이 위치한 동네는 예로부터 타이난의 상업중심지로 영화관으로 가득찼는데, 1980-90년대에 이르러서는 ‘영화 동네’라고 불릴 정도로 약 20개의 극장이 있었습니다. 홍콩 도박 영화의 최고봉 주윤발의 <도신2>에는 당시 영화 동네의 성황이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도박 영화 <도신2>에서 나온 취안메이 극장 - 사진: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730123528477643&id=100044400070442&set=a.311919580298042

현재 타이난시 서부는 원래 바다였는데, 네덜란드인은 항구 안핑(安平)에 질란드아 요새를 세운 후, 현지 원주민들과 천으로 땅을 바꿔 질란드아 요새와 석호(瀉湖)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곳에 또 다른 요새인 프로방시아(Fort Provintia, 현 츠칸러우)를 세웠습니다. 무역을 위해 프로방시아 요새 앞에 타이완 최초로 도시계획에 따른 현대식 도로(현 민취안루 民權路)를 건설했습니다. 그 후 정씨왕국과 청나라 시대에 접어들면서 타이난은 ‘츠칸러우(赤崁樓)’로 개칭한 프로방시아 요새를 중심으로 크게 발전되었죠. 


17세기 네덜란드인이 그린 타이난 지도 - 사진: https://www.twmemory.org/?p=6137

지난주 소개해 드렸다시피 일본 식민지 시대에 들어 타이난은 더 이상 수도가 아니지만 여전히 타이베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1920년부터 일련의 도시계획을 실시했는데, 안핑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새로운 운하 외에 ‘타이난 긴자’ 프로젝트를 추진해 츠칸러우와 도보로 약 10분 거리의 동네(현 중정로 中正路 일대)를 도쿄 긴자와 같은 번화가로 건설했습니다. 훗날 ‘츠칸-중정상권(赤崁-中正商圈)’이 된 이 곳은 1990년 후반까지 줄곧 타이난 핫플레이스 중의 핫플레이스로, 취안메이 극장을 비롯한 많은 영화관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취안메이 극장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우선 타이난 출신 가수 차오야원(曹雅雯)의 ‘타이난인(台南人)’을 띄워드립니다.


1950년 개업한 취안메이 극장 - 사진: 취안메이 극장


위기에 처한 취안메이... 🚨

취안메이 극장이 있는 빌딩은 2차 세계대전 말기 미군 공습으로 폭파되었다가 1950년 극장으로 개조되었습니다. 첫 상영작은 거자이시 영화 <백사전(白蛇傳-夜訪雷峰塔)>입니다. 1970년 이후 컬러TV의 출시와 갈수록 치열해진 경쟁 때문에 영화사, 배급사와 수익을 나눌 필요없는 세컨드 런 영화관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취안메이 극장의 제3대 경영자 우위톈(吳堉田)은 위안젠(遠見)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티켓 한 장이 팔릴 때마다 영화사와 배급사에 일정 비율의 금액을 줘야 하는 일반 영화관과 달리, 세컨드 런 영화관의 경우 세금을 제외한 흥행 수입은 모두 극장에 속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재출발한 취안메이 극정은 저렴한 가격으로 당시 타이완 청소년들의 최애 장소로 떠올랐고, 고등학생이었던 리안 감독도 이곳에서 영화감독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형 영화관과 DVD의 등장은 취안메이 극장이 속한 영화 동네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이라도 참신한 시설과 기술을 이길 수는 없죠. 취안메이 극장의 제2대 경영자 우쥔청(吳俊誠)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영화 페스티벌과 협력하거나 옛날의 영화포스터와 스틸을 보존하고 박물관 역할을 부각시키는 등 영화관의 문화적 기능을 극대화했습니다. 2003년 한 영화 페스티벌에서 극장 간판을 몸에 걸친 채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샌드위치 맨’을 초대해 옛 영화관의 모습을 재현해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추억의 수제 영화간판 🖼️

영화 콘텐츠 못지않게 훌륭한 수제 영화간판도 빼놓을 수 없죠. 이 소중한 전통예술을 이어가기 위해 우쥔청은 취안메이 극장에서 오랫동안 간판을 그려온 화가 옌전파(顏振發)와 상의한 후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71세가 된 예전파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도 창작을 멈추지 않고, 지난 7월 타이베이영화제 특별공로상을 수상했습니다. 옌전파의 뛰어난 성취에 착안해 패션 브랜드 구찌는 그를 ‘구찌 아트 월’ 예술 프로젝트의 화가로 선정해 2020년 타이베이에서 5층 높이, 올해 초 타이난에서 7층 높이의 초대형 벽화를 완성했습니다.


취안메이 극장에서 오랫동안 영화 간판을 그려온 화가 옌전파(顏振發) - 사진: CNA


'구찌 아트 월'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옌전파의 작품 - 사진: 안우산

콘텐츠 폭발의 시대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이상 사람들의 1순위가 아니지만, 깜깜한 공간에서 오로직 영화에만 집중하는 체험은 대체할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특히 15초, 30초짜리의 쇼츠 영상을 선호하는 디지털 세대에게는 떨어진 집중력을 되찾는 좋은 수단이죠. 7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취안메이 극장은 영화관의 전성기를 지켜보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타이난과 함께 할 거라 믿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吳柏學,「啟發李安當導演的全美戲院,背後有許多你不知道的故事」,遠見雜誌
2. 游琁如,「走進李安電影啟蒙地,老售票口、舊票根、手繪電影看板⋯⋯全美戲院三代吳堉田守護老戲院回憶」,alive。
3. 王振愷,「別再說只認識全美戲院了!原來,臺南曾有個『電影里』?」,故事。
4. 今日全美戲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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