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음력 7월인 귀신의 달 마지막 주입니다. 전통적으로 귀신의 달에 집을 사지 않는다는 관념이 있지만, 최근 신베이시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3년 6년 동안 음력 7월에 부동산 거래량은 연중 최저점이 아닌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거래안 중 4층이 가장 많이 팔렸다는 통계도 매우 눈에 띄었는데요. 타이완에서 숫자 4(四)는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비슷해서 건물에 4층이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집을 살 때도 4층을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이런 생각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죠.
사람이 죽은 적이 있는 집을 살 수 있는지, 즉 귀신이 무서운지 집값이 무서운지도 뜨거운 화제입니다. 평안한 내집마련은 인지상정이지만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 하나를 살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흉가를 구입하는 것은 새로운 옵션이 되었습니다. 부동산중개 회사에 따르면 타이완에서 흉가를 사는 사람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각각은 귀신보다 비싼 집값을 더 무서워하는 사람, 투기꾼, 그리고 종교단체입니다. “두려움은 상상력에서 비롯된다”는 말처럼 죽음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태도죠.
‘타이완 최대 고스트 하우스’로 불리는 타이난 싱린병원(杏林醫院)은 1993년부터 25년간 폐기되었다가 2018년 옆에 있는 은행에 인수되었습니다. 거래가 성사되자 건물주는 병원을 둘러싼 귀신 이야기는 모두 근거없는 풍문이라며, 폐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이유는 땅에 건물이 있어샤 땅값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지나가기만 해도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던 건물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한때 유행하던 귀신 이야기는 역사로 남게 되었습니다. 귀신의 문이 닫히기 전에 타이완 가장 유명한 폐건물 싱린병원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타이난 싱린병원 - 사진: 안우산
시내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싱린병원은 한때 타이난 가장 권위있던 병원으로, 타이완대학교병원 출신 황선촨(黃森川), 쉬보잉(許博英), 우밍후이(吳明輝) 세 명의 의사가 공동 운영했으며, 타이난시시장이 편액을 기증했을 정도로 의료 서비스가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 남부 지역에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설립되면서 규모가 비교적 작은 싱린병원은 점차 대체되어 경영난에 빠졌습니다. 1991년 진료기록 위조, 보험료 부정수급, 허위 재산신고 등 부정행위가 적발되어 영업 정지처분을 받았습니다. 일련의 타격 끝에 1993년 폐원을 선택했습니다.
폐원 이후 소유권을 다른 병원에 넘기려다 성사하지 못했습니다. 버려진 건물은 오랫동안 방치된 병상, 진찰대, 의료기기, 간호복과 함께 으스스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조경용 식물이 가득한 정원은 사람 키보다 큰 풀로 덮여 있었고, 숙소로 쓰였던 병원 6층에는 음악 테이프, 수입 찻잎 등 고급 용품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어 주인을 잃어버렸습니다. 주변에 백화점과 호텔이 잇따라 들어서도 이 병원만 1993년에 홀로 남아 있었습니다.
건물이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의료분쟁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영혼이 병원에 머무른다는 겁니다. 귀신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대학생과 언론들이 폐건물로 찾아가 끔찍한 후기를 남겼습니다. 병원에 들어가자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고 전화기 너머로 살려달라는 말이 들려오거나 병원에 갔다가 교통사고 등 불길한 일을 당하는 등 괴상한 소문이 난무했습니다. 귀신을 달래기 위해 병원 대문에 부적을 붙이고 죽은 자에게 주는 종이돈(紙錢)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귀신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퍼지면서 끊이지 않는 탐험객의 발길 때문에 주변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타이난시정부는 뎅그열 소독을 위해 폐건물에 들어갔지만 개인 소유로 인해 큰 조치는 취하지 못했습니다. 20여 년이 지나도 텅 빈 싱린병원은 여전히 타이난 시내에 홀로 서 있었습니다. 2020년 동명 영화가 개봉되어야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싱린병원을 배경으로 한 동명 영화는 싱린병원에서 사망한 가족과 재회하기 위해 남자무당을 따라 병원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싱린병원을 둘러싼 귀신 이야기를 영상화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건물주와 주변 주민들은 귀신설을 여러 차례 부인했지만 싱린병원의 괴상한 이미지는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럼 이어서 영화 <싱린병원>의 OST, 덩푸루(鄧福如)의 ‘메모리(能不能想起我)’를 틀어드립니다.
사실 싱린병원이 위치한 도로, 타이난 시먼루(西門路)에는 싱린병원 외에도 교도소, 폐기 백화점, 공동묘지 등 귀신 이야기로 유명한 기괴한 랜드마크가 많이 있는데요. 현재 고급호텔, 백화점, 상업빌딩이 된 타이난 교도소는 일본 식민지 시대에 타이베이 교도소에 이어 타이완 두 번째로 큰 감옥이었습니다. 1915년 타이완 최대 규모의 항일 무장봉기인 시라이안사건(西來庵事件)의 주도자 위칭팡(余清芳), 뤄쥔(羅俊), 장딩(江定), 그리고 사회운동가 차이페이훠(蔡培火) 등이 여기서 수감된 바 있습니다. 1986년 타이난 교도소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신축 공사가 시작하기 전 무속인을 불러 굿을 쳤다고 합니다. 사형이 집행되었던 자리에는 건물이 없고, 광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사형이 집행되었던 자리는 광장으로 쓰이고 있다. - 사진: 안우산
또 하나의 유명한 랜드마크는 1980~1990년대 타이난의 핫플레이스 둥디스(東帝士) 백화점입니다. 1986년 개업한 둥디스 백화점은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센터의 하나로, 타이난의 첫번째 ATM과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웬디스(Wendy's)가 있었습니다. 야외 놀이공원이 있던 옥상은 타이난 70~80년대생들이 즐겨찾던 장소였습니다. 타이완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목격한 둥디스 백화점은 재정적 위기로 2001년 문을 닫아 한 시대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2023년, 신광 미츠코시 백화점이 입주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영업 종료 직전의 타이난 둥디스 백화점 - 사진: https://housebaba.tw/archives/4040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한 힘을 가지고 있죠. 오늘 소개해 드린 랜드마크에 관한 귀신 이야기는 진짜든 가짜든 모두 문화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건물의 주인은 계속 변하지만 건물을 둘러싼 이야기는 계속 전해져 내려갈 겁니다. 마찬가지로 비록 전통적인 관념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귀신의 달 문화는 여전히 타이완의 중요한 일부분이죠.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王鴻國,「新北統計 鬼月買房過戶量不少、4樓無諧音忌諱」,中央社。
2. 曾宇平、陳彥綺,「窮比鬼可怕!凶宅到底誰會買?」,工商時報。
3. 賴碧香、朱俊傑,「『鬼域』巧合?台南4靈異地 廢棄醫院、古刑場都在西門路』,三立新聞網。
4. 「全台最大鬼屋售出 台南杏林醫院貼施工公告」,聯合新聞網。
5. 「醫院廢棄30多年成鬼屋 台灣最有名『靈異景點』台南杏林醫院」,聯合新聞網。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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