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찐 여름입니다. 최근 타이완 동부 타이동(台東)에서는 푄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요. 푄 현상은 중국어로 ‘분풍(焚風)’, 불타는 바람으로 공기가 산꼭대기를 넘을 때 고온 건조하게 변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한국에서 주로 태백산맥에 의해 발상하는 것처럼, 타이완에서는 주로 여름철에 남서 계절풍이 중양산맥(中央山脈)을 넘어 타이완 동부로 불어올 때 발생합니다. 이 중 타이동은 남서 계절풍을 등진 곳에 위치해 타이완에서 푄 현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지역입니다. 고온 건조한 바람이 더위를 가져온 것은 물론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지난 15일 타이동 타이마리(太麻里)에서 푄 현상으로 인해 오후 1시쯤 39.5도가 관측되어 올해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불타는 바람뿐만 아니라 타이동에서는 불타는 구름까지 관측되었습니다. 지난 8일 저녁 무렵에 타이동 시내가 온통 붉은 빛으로 뒤덮였는데, 많은 시민들이 핸드폰으로 이 장관을 기록했습니다. 타이동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일출이나 일몰 때 태양이 지평선에 가까워지면서 빛이 두꺼운 대기권을 통과한 후 육안으로는 파장이 비교적 긴 빨간 빛과 주황색 빛만 보여 불타는 구름이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여름 소나기 후 또는 태풍이 오기 전 날씨가 맑을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불타는 바람에다가 불타는 구름까지, 타이동은 참 열정적인 곳이죠.

지난 8일 저녁 무렵에 타이동 시내가 온통 붉은 빛으로 뒤덮였다. - 사진: CNA
서쪽으로는 가오슝(高雄), 남쪽으로는 핑동(屏東), 북쪽으로는 화롄(花蓮)과 접해 있는 타이동은 화롄, 난터우(南投)에 이어 세 번째로 면적이 넓은 현(縣)이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지리적 조건과 청나라 정부의 소극적인 정책 때문에 비교적 늦게 발전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덕분에 풍부한 자연경관, 원주민 문화, 그리고 선사시대의 유적이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원주민 인구는 전체 인구의 35%로 타이완에서 원주민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주요 원주민족으로는 아메이족(阿美族), 베이난족(卑南族), 루카이족(魯凱族), 부농족(布農族), 파이완족(排灣族), 다우족(達悟族)입니다.
원주민 외에 중국 푸젠에서 온 민난인(閩南人),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동부 발전을 위해 정부 정책에 따라 이주해온 외성인이 있습니다. 또한 1959년 667명의 사망자를 낸 ‘8·7수해’로 타이완 서부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당시 핑동, 가오슝에 거주했던 일부 류뒈이(六堆) 하카인(客家人)이 타이동으로 이주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타이동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죠.
경제 측면에서 농업을 위주로 발전해온 타이동은 타이완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평균수명이 가장 낮은 곳인데요. 최근 몇 년 간 타이동현정부는 산업 전환을 이루기 위해 관광업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며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과 속도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다운시프트(downshift, 慢生活) 여행’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주 소개해 드린 열기구 카니발과 예술마을 ‘철화촌(鐵花村)’ 외에도 바쁘게 사는 도시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핫플레이스가 많은데요. 오늘은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타이동 여행을 떠납시다!
타이동의 랜드마크하면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논밭 사이에 우뚝 서 있는 푸르싱싱한 나무, ‘금성무의 나무(金城武樹)’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나무 이름엔 연예인이 왜 들어가 있을까요? 타이완-류큐인계 일본인 배우 금성무, 혹은 카네시로 타케시가 이 나무 아래서 항공사의 광고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금성무의 나무가 위치한 곳은 원래 쌀로 유명한 타이동 츠상(池上)에 있는 평범한 밭길(錦新三號道路)이었는데, 타이완 커피 브랜드 ‘미스터 브라운(伯朗咖啡)’이 1997년 이곳에서 이미지 광고를 촬영한 뒤 ‘브라운 대로(伯朗大道)’라는 이름이 붙여지면서 점차 타이완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그 후 금성무가 2013년 항공사 광고에서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달려가며 큰 나무 아래서 차를 마시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타이완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 여행객들도 금성무의 발자취를 따라 ‘덕질 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잘 나가는 광고는 양면의 검이었습니다. 대량의 관광객은 무궁한 사업 기회를 창출했지만 현지 환경에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일부 여행객들이 인생샷을 찍기 위해 농지에 들어가 논밭을 파괴하고 심지어 쓰레기를 남겼습니다. 이에 항공사 회장은 직접 타이동으로 찾아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츠상에서 생산된 쌀을 기내식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츠상향공소(구사무소)가 주변 환경을 보호하도록 2014년 문화적 경관 신청을 하고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성무의 나무는 같은 해 태풍으로 인해 잠시 쓰러졌지만 다행히 빠른 구조작업을 통해 다시 일어섰습니다.

관광객으로 가득찬 브라운 대로(伯朗大道) - 사진: CNA
이어서 두 번째 랜드마크는 일본 인기 만화 <슬램덩크> 배경지,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코코마에역을 닮은 타이마리(太麻里) 건널목입니다!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등장한 이곳은 늘 타이완인의 일본 여행 필수 코스인데요. 타이마리 건널목은 SNS를 통해 알려진 후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도착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타이마리에 찾아와 남녀 주인공이 철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흔드는 장면을 흉내 내며 아름다운 사진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금성무의 나무와 마찬가지로 교통혼잡 등의 문제를 가져왔는데,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반드시 교통법규를 지키고 안전에 유의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린 랜드마크는 태평양에 면하고 있는 푸강지질공원(富岡地質公園)입니다. 다양한 기암괴석과 웅장한 해안경관으로 유명한 이곳은 타이완 북부 예류(野柳)와 지형이 비슷하기 때문에 ‘작은 예류’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는데, 타이동현정부와 현지 주민들은 ‘작다’라고 하면 자기비하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2020년 지명인 푸강을 따서 지질공원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32km 떨어진 외딴섬 뤼다오(綠島)를 볼 수 있습니다.

타이동 푸강지질공원(富岡地質公園) - 사진: 타이동현정부
‘작은 예류’로 불리고 싶지 않은 정신처럼 타이동사람들은 타이동만의 문화경관과 관광업을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발생한 화롄 대지진으로 인해 타이완 동부를 방문한 관광객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타이완 정부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여 동부 여행을 적극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6월 이후 대형 여진은 없고 복구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는 공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타이완사람들의 생활은 이미 정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음의 평안과 삶의 의미를 되찾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타이동은 좋은 목적지입니다.
엔딩곡으로 타이동 출신 원주민 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의 노래 ‘나루완(娜魯灣情歌)’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 원주민어에서 ‘나루완’이란 안녕, 환영, 고향을 뜻합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盧太城、汪淑芬,「台東飆焚風 下午高溫達39.5度」,中央社。
2. 盧太城,「台東8日傍晚天空火燒雲 瞬間紅光籠罩民眾熱議」,中央社。
3. 吳宜霖,「金城武廣告引發台東農民困擾 長榮董座張國煒親自道歉」,ETtoday新聞雲。
4. 王秀亭,「金城武樹扶正 重新站起來」,自由時報。
5. 章明哲,「台東小野柳正名 改稱富岡地質公園」,公視新聞網。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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