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베이 시립동물원이 지난 주말(9-10일) 단오절 연휴를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는데, 그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판다 가족에게 쫑즈(粽子)와 향주머니(香包)를 선물한 행사입니다. 상상임신을 겪고 있는 판다 위안자이(圓仔)가 최근 모든 것에 흥미가 없어 보이는데 쫑즈 모양의 향주머니를 보자마자 다가가서 물어뜯어 안에 있던 톱밥을 흘렸습니다. 신나는 위안자이는 톱밥 위에 누워 뒹굴뒹굴 하다가 과일과 야채로 만든 아이스 쫑즈를 맛있게 먹은 후 잠이 들었습니다. 귀여운 모습이 모두 카메라에 포착되었습니다.
춘절, 추석과 함께 타이완 3대 명절이라 불리는 단오절, 이 날에 왜 쫑즈를 먹고 향주머니를 나눠줘야 할까요? 우선 쫑즈는 찹쌀, 고기, 노른자, 표고버섯, 밤 등을 삼각형이나 원추형으로 만들어 나뭇잎으로 감싸 찐 타이완의 단오음식입니다. 지역과 민족에 따라 조리법, 재료, 모양, 나뭇잎, 식감 등이 모두 다르며, 단오절마다 ‘쫑즈 논쟁’이 나올 정도로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소스를 부어 먹을 것이냐(부먹), 찍어먹을 것이냐(찍먹)는 한국 탕수육 논쟁만큼 타이완에서 가장 대표적인 쫑즈 논쟁은 북부 쫑즈(北部粽)와 남부 쫑즈(南部粽)의 싸움인데요. 북부 쫑즈는 찹쌀을 볶아 재료와 함께 감싸 찐 것이고, 남부 쫑즈는 생찹쌀과 재료를 감싼 후 물에 넣어 삶은 겁니다.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에 북부 쫑즈는 볶음밥처럼 식감이 고슬고슬한 반면에, 남부 쫑즈는 끈적끈적하고 비교적 담백한 편입니다. 타이완 남부 타이난 출신인 저는 당연히 남부 쫑즈에 손을 들겠습니다만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기가 들어간 것 외에도 디저트와 같은 팥 쫑즈, 아이스 쫑즈 등 단 맛이 있습니다.
유서 깊은 쫑즈는 애초에 여름의 제철음식이었는데 긴 세월이 지난 후 민간신앙과 접목되면서 다양한 민속 이야기가 파생되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전설은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의 애국 시인 굴원(屈原), 그리고 춘추 시대 오나라의 충신 오자서(伍子胥)의 이야기입니다. 우선 학식이 높은 굴원은 원래 신망이 두터운 정치인이었으나 남에게 모함을 받아 유배당하고 결국 멱라강(汨羅江)에 몸을 던져 죽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물고기가 굴원의 시신을 파괴하지 않도록 쫑즈를 강물에 던져 물고기에게 먹였습니다. 그 후 단오절은 굴원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고, 쫑즈도 단오절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다음으로 오자서의 이야기는 굴원에 비해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시간으로 보면 굴원보다 200년 앞섭니다. 정치적 식견이 뛰어난 오자서는 나라에 크게 기여했지만 왕과의 사이가 벌어져 목숨을 잃었고 시신이 단오절에 강에 던져졌습니다. 주민들은 이 위대한 정치인을 기념하기 위해 단오절마다 쫑즈를 만들고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쫑즈 뿐만 아니라 단오절의 대표 민속놀이 ‘용주(龍舟, 드래곤보트)’도 굴원, 오자서와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요. 굴원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고, 강의 신이 된 오자서를 맞이하기 위해 단오절에 용 모양의 배를 젓는다는 설도 있습니다. 심지어 훨씬 전부터 용주문화가 존재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유래와 형식이 어떻든 용주문화는 액을 쫓고 행운을 빈다는 제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타이완에서는 민난인(閩南人), 하카인(客家人), 원주민이 모두 용주문화가 있고, 단오절마다 곳곳에서 용주경기가 열립니다. 그 중 매년 단오절에 이란(宜蘭) 쟈오시(礁溪) 얼룽(二龍)에서 열리는 용주경기는 마을 사람들을 총동원한 대규모 민속 행사로,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닙니다. 일반 경기와 달리 승부는 심판원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선수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고, 한 팀이 상대가 반칙했다고 주장하면 경기는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군자의 싸움’이라고 불립니다.
지난 10일 타이완의 외딴섬 펑후(澎湖)에서 열린 2024 용주경기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펑후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외국인 영어교사들이 팀을 이뤄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노를 젖는 것이 처음이라 다소 생소했지만 타이완의 전통놀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은 추억을 남겼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타이완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열린 2024 국제드래곤보트 페스티벌에는 일본, 미국, 필리핀, 프랑스, 에스와티니 등 나라의 대표팀이 참여해 타이완 선수들과 경기를 가졌습니다. 가오슝시는 ‘시정부’와 ‘시의회’ 2팀을 내보냈는데,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시장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최근 통과된 국회 개혁법안을 꺼내 “시정부팀이 이기면 ‘의회모욕죄’에 처할 수 있으니 의회팀이 승복하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장난을 쳤습니다. 경기 결과 우승은 일본팀, 2위는 시의회팀, 3위는 시정부팀, 4위는 미국팀이 차지했습니다. 시정부팀은 졌으니 의회모욕죄를 면할 수 있네요.

펑후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외국인 영어교사들이 팀을 이뤄 용주경기에 참가했다. - 사진: CNA
단오절 전후 타이완 길거리를 걷다 보면 집 대문에 식물들이 걸려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 식물들은 보통 쑥, 창포, 난초입니다. 초여름인 음력 5월은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 ‘독의 달(毒月)’이라 불렸는데, 무더위에 해충, 세균의 번식이 빨라 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살균 기능을 갖춘 식물들을 문 앞에 걸어두는 풍습이 전해졌습니다. 또한 식물을 갈아 향주머니를 만들어 가슴에 달거나 이웃들에게 선물하거나 식물을 우려낸 물로 목욕하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타이베이시립동물원의 특별 이벤트, 즉 판다에게 향주머니를 주는 것도 여기서 비롯되었죠. 이러한 문화는 현대화에 따라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타이완의 단오절 풍경이 되었고, 이제는 실용적인 기능보다 액운을 쫓는 문화적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쑥, 창포, 난초 등 식물이 문에 걸려 있는 타이완 단오 문화 -사진: 안우산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의 단오 문화는 ‘달걀 세우기(立蛋)’입니다. 단오의 한낮에는 양기가 가장 강하다고 여기는데, 이 때 달걀을 성공적으로 세우는 사람은 천지의 양기를 얻어 한 해의 행운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단오절 점심 때면 타이완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달걀을 세우고, 정치인들도 관련 영상을 찍어 온 국민과 함께 명절을 즐깁니다. 달걀 세우기 외에도 수박으로 유명한 타이완 남부 핑둥(屏東) 자둥(佳冬)에서는 매년 단오절에 수박을 세우는 행사가 열리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4년 간 중단되었다가 올해 다시 열렸습니다. 800여 통의 수박이 거리에 세워져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 총통 취임식에 호응하기 위해 520통의 수박을 세우기로 했지만,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아 800통으로 늘렸습니다.

단오절을 맞아 핑둥(屏東) 자둥(佳冬)에서 열린 '수박 세우기' 이벤트 - 사진: CNA
앞으로 단오절에 타이완을 방문한다면 특별한 단오 문화를 놓치지 마세요! 추가로 쫑즈는 칼로리가 높아 적당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엔딩곡으로 단오에 관한 동요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澎湖龍舟賽 外籍美語隊成最佳亮點」,中央社。
2. 蔡孟妤,「高雄龍舟國際友誼賽 日本打敗高市府會及美國隊奪冠」,中央社。
3. 陳曉蘭,「端午與香包」,光華雜誌。
4. 黃郁菁,「西瓜原鄉佳冬『立瓜』疫情停辦4年 端午封街立800顆」,中央社。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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