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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제 타이완 다큐멘터리 영화제 TIDF

  • 2024.05.29
랜드마크 원정대
2024 국제 타이완 다큐멘터리 영화제(TIDF) - 사진: 안우산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國家電影及視聽文化中心)가 주최한 2024 타이완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Taiwan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이하 TIDF)가 지난 19일 순조롭게 막을 내렸습니다. 열흘 간 약 140편의 국내외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영화인 1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타이완 관객들과 대면으로 교류를 펼쳤습니다. 영화를 통해 감독과 관객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하나가 되었습니다.

1998년 설립된 TIDF는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로, 짝수 해에는 타이베이에서 메인 영화제를 개최하고 홀수 해에는 타이완 전역에서 순회상영을 진행합니다. TIDF 공동설립자이자 시인 리지(李疾)는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를 기획한 이유는 정부 영화제가 아닌 소박하면서도 인도적이고 비판적인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이러한 정신은 바로 다큐멘터리에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혼란스러웠던 세기말, 총통 직선을 막 경험한 타이완에 민주주의가 서서히 뿌리를 내렸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그 동안 독재정권에 억눌려 왔던 감정을 표출하는 매체가 되었고, 타이난 예술학원(현 국립타이난예술대학교)에 타이완 최초의 다큐멘터리 학과가 설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기금회들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에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TIDF는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TIDF 측은 지난 1월 31일 올해 공헌상을 TIDF 공동설립자이자 타이완 가장 대표적인 사진가 중 하나인 장자오탕(張照堂)에게 수여하고 일련의 방영 계획 및 포럼 일정을 발표했는데, 안타깝게도 장자오탕은 지난 4월 2일 80세로 별세했습니다. 흑백 사진으로 유명한 그는 문학, 극장, 음악을 사진과 접목시킨 타이완 현대사진의 아버지이자 타이완의 모습을 기록한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입니다. 초기 작품에서는 풍자적인 기법을 통해 사회의 문제점을 설파하고 1970년대부터는 보다 실험적인 형식으로 다큐멘터리와 영상보도를 많이 제작했습니다. 올해 TIDF 개막식 작품은 1979년 타이완 남부의 민속행사를 기록한 <왕선제전(王船祭典)>, 그리고 2000년 월금(月琴) 음악가 천다(陳達)를 주인공으로 한 <기념, 천다(紀念.陳達)>가 선정되었습니다. 전자는 모든 현장 소리를 없애고 음악으로 종교의 신비성과 신성함을 부각시켰으며, 후자는 음악가의 연주를 통해 그의 일생을 그렸습니다. 

장자오탕의 작품 외에도 2000년 펑후(澎湖), 진먼(金門), 마주(馬祖), 뤼다오(綠島), 란위(蘭嶼), 샤오류츄(小琉球), 둥사 군도(東沙群島), 댜오위다오(釣魚台), 지룽위(基隆嶼), 구이산다오(龜山島), 펑자위(彭佳嶼), 몐화위(棉花嶼), 화핑위(花瓶嶼) 등 타이완 외딴섬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플로팅 아이랜드(流離島影)’가 지난해 디지털화가 되어 올해 TIDF에서 24년 만에 재방영되었습니다. 12명의 감독이 12개 섬을 대상으로 만든 12편의 다큐멘터리, 지금 봐도 매우 참신하고 실험적인 서사로 남다른 영상미를 보여줬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타이완 본토의식이 대두되면서 헌법상 중화민국 영토가 여전히 중국대륙을 포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륙 수복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고 타이완섬·펑후섬·진먼섬·마주섬으로 구성된 ‘타이완 공동체’가 타이완인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시켰습니다. 타이완섬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중 앞에 언급한 외딴섬들은 중화민국의 실질적인 국경 지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은 1년 동안 낯선 외딴섬과 교감하며 다큐멘터리의 모든 가능성에 도전했습니다.

지난 13일 방영 후 토크시간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선커상(沈可尚) 감독은 “2000년에는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는 온정적인 티비 다큐멘터리가 대세였는데, 뻔한 것보다는 실험적인 방식으로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려고 했다”며 “그때 티비와 영화관에서 2번밖에 방영되지 않아서 두려움 없이 마음대로 했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24년이 지난 후 12명 감독 중 돌아가신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이 여전히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감동이고, 지금 젊은 감독 12명을 찾아 같은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영상은 시간을 담을 수 있는 매체로 2000년의 타이완과 지금의 우리를 연결시켜 줬습니다.


‘플로팅 아이랜드(流離島影)’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 좌로는 진행자, 황팅푸(黃庭輔) 감독, 선커상(沈可尚) 감독, 쉬치옌(許綺鷰) 감독

그럼 타이완 다큐멘터리에 관한 소개는 여기서 멈추고, 섬에 관한 노래 ‘섬을 스치는 바람이 나를 집으로 데려가(吹過島嶼的風帶著我回家)’를 띄워드리겠습니다.

올해 TIDF에서 방영된 한국 작품은 총 2편으로 모두 20대 여성 감독의 작품인데요. 우선 홍다예 감독의 <잠자리 구하기>는 고3 수능 전부터 사회초년생까지 스스로와 친구들을 기록한 작품이며, 입시만을 위한 교육 제도 아래 자아를 잃어버린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고3 학생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것은 광장히 새롭게 다가왔는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고3 때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홍 감독이 실제로 마포대교에 가서 자살을 시도한 부분, 그리고 이후 부모님과 그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장면입니다. 성공이라는 굴레어서 해방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감독이 구하지 못했던 잠자리처럼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 가고 있습니다. 또한 다큐멘터리에서 재수생이었던 홍 감독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장면이 여러 번 나왔는데, 편안한 잠자리를 구한다는 이중적인 해석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잠자리 구하기>의 감독 홍다예(가운데) - 사진: 안우산

이어서 두 번째 한국 작품은 남아름 감독의 <애국소녀>입니다. <잠자리 구하기>와 같이 자전적인 작품이지만 전혀 다른 유쾌한 서사인데요. 공무원 아버지와 여성인권운동가 어머니를 둔 남 감독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감되었던 날에 태어났고,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집회에 끌려가는 한편 아버지를 따라 국위선양 활동에도 성실히 참여했습니다. 정치적 성향이 극과 극을 달리는 부모 사이에 그는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며 ‘애국소녀’를 자처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탄핵 시국에서도 그 정권을 위해 일해야 하는 아버지 때문에 거리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 민주주의를 외치던 아버지가 점차 초심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고 아버지에게 손편지를 썼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이 한국에서 일어난 후 어머니의 격려로 학교 내 여성운동에 뛰어들면서 비로소 아버지와 대화할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공무원인 아버지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딸의 작품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 게 바로 민주주의이죠.


<애국소녀>의 감독 남아름(가운데) - 사진: 안우산


 

TIDF를 통해 우리는 멀리 가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의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올해 영화제에서 방영된 작품들을 살펴보았는데, 다음주는 계속해서 TIDF의 주최측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TIDF20週年之1】探尋影展之初:訪台灣國際紀錄片影展推手黃建業、向家弘。
2. 何欣潔,「請給我一群島吧!重探24年前的12座流離島影」,TIDF。
3. 陳婉伶,「重探・流離島影」,TI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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