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작년 설 연휴 동안 타이완 중부 장화(彰化)에 위치한 마을 톈웨이(田尾)가 갑자기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는데요. ‘꽃의 고향’이라 불리는 톈웨이는 도로를 따라가는 꽃밭으로 유명하며 꽃의 생산량과 종류가 타이완에서 가장 많은 곳입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꽃구경을 위해 장화에 가는 것이 아나라, 아침인사 짤처럼 생긴 현수막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톈웨이 공로화원(公路花園)의 이동식 화장실 위쪽에 “톈웨이 총각은 당신이 용변을 보는 곳에 주목하고 있다(在地A田尾囝仔關心您尿尿的地方)”고 적힌 현수막이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였습니다. 톈웨이 출신의 한 인플루언서가 고향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이 있는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웃기는 현수막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언론들의 눈길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 인파를 톈웨이로 불러모았습니다. ‘용변 현수막’에 이어 올해 설 연휴 동안 ‘용변 풍선’도 등장했습니다. 커다란 풍선에는 같은 인플루언서의 얼굴이 있고 화장실 위치를 안내했습니다. 2024년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또 무슨 조형물이 나올지 무척 궁금하네요.

톈웨이 출신 인플루언서가 제작한 '용변 현수막' 사진: Instagram@jaychang0127
어렸을 때 아버지의 차를 타고 가족들과 함께 톈웨이에 여러 번 갔었는데요. 만개한 꽃밭을 보면 가슴이 설레다 못해 두근거렸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산업전환, 수요 감소, 인구의 고령화와 이출 등으로 톈웨이의 화훼 관광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아이디어를 통해 다시 주목을 받았지만 어떻게 이 에너지를 이어가느냐가 포인트입니다. 관광 활성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톈웨이 공로화원의 발전 과정을 살펴봅시다.
따뜻한 기후, 기름진 땅, 평평한 지형… 우수한 자연적 조건을 가진 톈웨이는 예로부터 농사를 짓기 좋은 곳입니다. 청나라 시대에 현지 사람들이 중국에서 씨앗과 꽃가지를 들여와 톈웨이에서 재배했습니다. 높은 경제적 가치 때문에 집집마다 꽃을 심기 시작했고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체계적인 산업과 농민회가 나타났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학교 조경과 현지의 특색산업 발전을 위해 톈웨이의 화훼 산업이 빠르게 성장되어 타이완 전역에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공로화원이 설립되기 전에 장징궈(蔣經國) 전 중화민국 총통이 여유로운 시골 풍경을 좋아해서 톈웨이를 여러 번 방문했다고 합니다. 다만 당시 큰 도로가 없었기에 인력으로 꽃과 나무를 운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72년 타이완성의회 의장을 맡은 셰동민(謝東閔) 전 부총통이 톈웨이를 방문했을 때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도로를 따라 화원을 설립할 것을 톈웨이의 지방장관에게 요구했습니다. 지방정부의 추진으로 톈웨이 공로화원은 2년 후 준공되었습니다. 3.6km에 이르는 화원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꽃구경을 즐길 수 있으며 자세히 체험하고 싶으면 자전거를 타면서 꽃의 바다를 거니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뿐만 아니라 길을 따라 많은 체험농장이 있어 다양한 DIY 체험과 특색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꽃의 바다 속에 자전거 타는 관광객들 - 사진: 장화현정부
톈웨이는 2019년 타이완의 대표 마을에 선정된 후 중앙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공로화원 주변을 정비할 예정입니다. 또한 2021년부터 꽃축제를 개최해 톈웨이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올해 축제는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여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는데, 이 중 선인장을 비롯한 다육식물은 키우기 쉬운 것 외에 귀여운 외모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축제 주최측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육식물과 희귀한 꽃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톈웨이의 화훼산업에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 주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톈웨이는 과거처럼 첫손에 꼽히는 관광지가 아니지만 여전히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지입니다. 매년 설 연휴 전후 꽃을 사러 간 인파가 붐비며 타이완 꽃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윽한 꽃향기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최고의 즐거움이죠. 그럼 톈웨이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잠시 멈추고 꽃에 관한 노래를 띄워드리겠습니다. 노래 제목은 ‘꽃향기(花香)’입니다.
장화 시리즈의 마지막 시간에서 장화 지역에만 있는 특별한 풍습 ‘송육종(送肉粽)’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요. 송육종은 뭘까요? 육종은 타이완 단오절의 대표 음식인 ‘쫑즈(粽子)’로, 찹쌀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연잎으로 감싸서 가는 끈으로 묶은 뒤 찐 음식입니다. 고기가 들어가면 육종(肉粽), 고기가 없으면 채종(菜粽)라고 합니다.
송육종을 직접 한국어로 번역하면 쫑즈를 보낸다는 뜻입니다. 왜 쫑즈를 보내야 할까요? 가는 끈으로 쫑즈를 묶는 것은 목매어 자살하는 장면과 비슷하기 때문에 육종은 목매어 자살하는 행위의 은어이기도 하는데요. 타이완 민간신앙에 따르면, 목매어 자살한 자는 원한이 매우 깊어 굿을 통해 고인의 넋을 달래지 않으면 같은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계속 나타날 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쫑즈를 멀리 보내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보내야 하는 쫑즈는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쫑즈가 아니라 고인이 자살 때 썼던 줄이나 기타 물품입니다. 이 의식은 바로 송육종입니다. 추가로 지난 8월 귀신의 달을 맞아 송육종을 바탕으로 한 민속 공포영화(<粽邪3:鬼門開>, <더 로프 커스3>, )가 상영되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송육종은 원래 중국 푸젠(福建) 지역의 풍습이었는데, 한족 이민이 타이완으로 이주하면서 타이완 중부 지역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항구도시인 루강(鹿港)을 비롯한 바닷가 지역에서 가장 많이 합니다. 앞에 소개해 드린 꽃의 고향 톈웨이에도 송육종 의식이 있습니다. 바닷가 지역의 의식을 예로 들자면, 자살 사건이 발생한 후 현지 사찰들이 합동법회를 열어 시신과 가장 가까운 사찰에서부터 바닷가까지 행진하고 바닷가에서 육종을 불태웁니다. 또한 언론과 대중매체를 통해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도 송육종 의식을 볼 수 있는데, 바닷가까지 가는 것은 비교적 어렵기에 보통은 시냇물이나 묘지까지만 행진합니다.
민속 측면에서 송육종은 매우 중요한 의식으로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의식이 시작되기 전 주최 측은 현지 주민들에게 행진 노선과 시간을 알리며 지나갈 길목에서 안내판을 세웁니다. 나쁜 기운이 집에 들어오지 않도록 송육종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반드시 집에 있고 문과 창문을 꼭 닫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혼이 집에 들어가 교체할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만약 진짜 길거리에서 송육종 행렬을 만나게 된다면 빨리 피하는 게 좋습니다.
얼핏 들으면 송육종은 옛날에만 존재했던 의식인 것 같지만, 현재 장화 지역에서는 여전히 흔합니다.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장화 지역에서는 6차례의 송육종 의식이 거행되었는데, 이 중 장화 슈쉐이(秀水)에서 유가족이 행진 노선을 공개하지 않기로 해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노선을 알리지 않으면 주민들은 모르는 사이에 안 좋은 기운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촌장이 나서서 유가족과 협상을 하고서야 의식은 순조롭게 막을 내렸습니다.
송육종은 과거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고인의 넑을 달래고 나쁜 기운을 쫓아내며 살아있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도록 합니다. 이 특별한 전통풍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으면 앞에 언급한 공포영화를 시청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서워서 못 본다면 톈웨이 공로화원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서 힐링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죠.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陳冠備,「斥資1.5億再造田尾怡心園 31年地標將被共融遊具取代」,自由時報。
2. 「2023花鄉田尾迎賓祭 11/16-11/19歡迎體驗花鄉田尾之美」,彰化縣政府。
3. 陳冠備,「彰化5天5場『送肉粽』 大村鄉今晚10點送煞 路線曝光請迴避」,自由時報。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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