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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RTI 지국이 있다니? 타이완의 경합지역 장화(彰化)

  • 2023.11.29
랜드마크 원정대
타이완에서 가장 일찍 개발된 도시 중 하나인 장화(彰化) 루강(鹿港) - 사진: 장화현정부 화완루(花琬茹)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이번주 부터는 타이완 중서부에 위치한 장화(彰化)로 떠납니다. 장화는 중부인지 남부인지 많은 타이완 사람들이 헷갈리는데, 타이중(台中), 난터우(南投), 윈린(雲林)과 접하고 있는 장화는 중부에 속해 있습니다. 또한 장화현(縣)은 타이완 6개 직할시인 6도(타이베이,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외에 인구수가 가장 많은 행정구역이자 타이완 현들 중 100만 인구를 돌파하는 유일한 현입니다. 직할시로 승격하기 위해 작년 장화현정부가 호적을 장화현으로 옮긴 시민들에게 1인당 3,000뉴타이완달러(한화 약 12만 3,600원, 2023/11/22 기준)의 장려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저출산과 타이중으로 이동하는 인구 추이로 인해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장화는 각 정당이 매우 중시하는 선거구인데요. 지난 10월 14일 민진당 대선 후보자 라이칭더(賴清德) 부총통은 “결전 중타이완(決戰中台灣, 타이완 중부에서 결전을 치른다)”라고 언급했고, 같은 날 제2야당 타이완민중당의 대선 후보자 커원저(柯文哲) 당대표도 “타이완 중부를 얻는 자는 천하를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 총통 선거 전후, 타이완 언론들이 장화와 윈린의 경계선이자 타이완 가장 긴 하천인 줘수이강(濁水溪)을 기준으로 그 이북은 국민당을 지지하는 파란색 진영, 그 이남은 민진당을 지지하는 초록색 진영이라 불립니다. 3차례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이 기준은 예전처럼 명확하지 않지만 여전히 참고할 만합니다. 경계선에 있는 타이완 중부,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장화와 타이중은 미국의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경합주)처럼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구입니다. 2024년 총통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대선 후부자들이 타이완 중부를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면서 기세를 돋우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고도하면 보통은 타이난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그러나 사실 장화도 타이완에서 일찍 개발된 도시의 하나였습니다. 1723년 청나라의 제5대 황제 옹정제(雍正)가 ‘장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3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8세기부터 중국과의 활발한 무역으로 항구였던 푸청(府城, 즉 타이난), 장화 루강(鹿港), 타이베이 멍쟈(艋舺, 현 완화 萬華)는  ‘이푸얼루싼멍쟈(一府二鹿三艋舺, 1푸청, 2루강, 3멍자)’라는 속담이 생겼을 만큼 타이완의 3대 도시로 부상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인접한 타이중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전에는 장화는 줄곧 타이완 중부의 중심지였습니다.


18세기 타이완 3대 항구도시 '이푸얼루싼멍쟈(一府二鹿三艋舺)' - 사진: 타이완지도-위키백과 / 한국어-안우산

300년 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화는 상공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신발 제조사인 ‘바오성공업(寶成工業)’, 타이완 최대 타이어 제조사 ‘정신타이어(正新輪胎)’ 등 기업이 모두 장화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블-A로 불리는 타이완 컴퓨터 회사 ‘에이서(Acer)’와 ‘에이수스(Asus)’의 창립자 스전룽(施振榮)과 스충당(施崇棠)도 장화 루강 출신입니다. <랜드마크 원정대> 타이중 시리즈에서 소개해 드렸다시피 타이완 5대 가문의 하나인 ‘루강 구가(鹿港辜家 고씨)’가 바로 장화 루강을 기반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장화는 장화시를 중심으로 발전된 북장화와 위안린(員林)시를 중심으로 발전된 남장화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북장화에 속한 루강은 19세기 후반부터 토사의 침적과 루강을 경유하지 않는 철도 공사로 점차 몰락되었습니다만, 급속한 인구 감소 때문에 많은 역사적 건물들이 오히려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타이완 100대 역사 건물’에 선정된 중산로(中山路)는 루강의 오랜 역사를 담은 구시가 지역으로, 루강 구씨 가문의 고택이던 루강민속박물관, 타이완 가장 대표적인 마주묘의 하나인 루강마주묘(鹿港天后宮), 146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과자점 ‘위전자이(玉珍齋)’ 등 루강의 랜드마크가 모두 중산로 일대에 있습니다. 장사가 번창한 중산로 상가는 비바람을 막기 위해 거리에 천막을 쳤고 땅이 돌로 덮여 있어 흙이 보이지 않아 ‘하늘도 땅도 보이지 않는 거리(不見天地街)’라고 불렸습니다.

중산로 일대의 골목길은 루강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인데요. 이 중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골목인 ‘모루샹(摸乳巷)’, 꼬불꼬불하고 길을 잃기 쉬운 골목인 ‘쥬취샹(九曲巷)’, 반쪽만 있는 우물인 ‘반볜징(半邊井)’은 놓치면 안되는 중산로 3대 명소입니다. 우선 이름만 들어도 궁금해지는 모루샹은 청나라 시대에 도랑이었고 일본 식민지 시대에 들어 붉은 벽돌로 지어 골목이 되었습니다. 골목길이 매우 좁기 때문에 장난으로 여자의 가슴을 만진다는 뜻의 모루샹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여자의 가슴을 피하기 위해 조심히 걸어야 한다고 해서 군자의 골목을 의미하는 ‘쥔쯔샹(君子巷)’이라고도 합니다. 이어 한자어로 ‘구곡항’이라는 쥬취샹은 아홉 개의 골목이 아니라 모양이 아주 구부러진 한 골목입니다. 도둑, 추석 후부터 부는 강한 계절풍, 그리고 직선만 가는 귀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미궁처럼 지은 겁니다. 다음으로 반볜징은 반쪽이 집에 있고 다른 반쪽이 길에 있는 우물입니다. 옛날에 부자들만 우물을 파서 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루강의 부자집은 우물의 반을 집 안쪽에 짓고, 나머지 반은 집 밖에 두어 가난한 사람들이 물을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유적들은 루강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골목 '모루샹(摸乳巷)' - 사진: 장화현정부


반쪽은 가옥 안에 있고 반쪽은 길거리에 있는 '반볜징(半邊井)' - 사진: 장화현정부

루강에는 삼다(三大)가 있는데, 바로 많은 고적, 많은 길거리 음식, 그리고 많은 인간 문화재입니다. 타이난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고도만큼 수많은 청나라 시대와 일본 식민지 시대의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상인, 문인, 정치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특색있는 길거리 음식과 과자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또한 현재 타이완 국보급의 인간문화재 36명 중 6명이 루강에 있고, 이는 루강의 깊은 인문적, 역사적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죠.

마지막으로 저희 RTI 방송국은 타이베이 본사, 단수이 지국, 윈린 커우후(口湖) 및 바오중(褒忠)지국 외에 루강에도 지국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1969년 지어진 루강지국은 규모가 가장 큰 RTI 지국으로 과거는 24시간 동안 중국을 향해 방송을 송출했으며, 국방부 소속으로 헌병대가 주둔했고 방송국 밖에는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는 해자가 있었습니다. 현재 더 이상 사용되지 않지만 냉전체제 하의 군사적 시설로 소중한 시대적 가치가 있으므로 2018년 문화부가 지정한 문화경관이 되었습니다. 지난 3월 26일 타이완 텔레비전 및 라디오의 날을 맞아 신비스러운 루강 지국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루강 지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전 RTI 부사장 천량광(陳亮光)이 시민들을 이끌고 방송국의 역사, 건축, 시설 등에 대해 일일이 안내했습니다. 현 RTI 부사장 이밍리(李明俐)는 이 자리에서 “루강 지국을 ‘타이완의 소리 방송 단지’로 만들기 위해 현재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오늘 행사를 통해 이 공간을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루강 방송단지가 대외 오픈되면 청취자 여러분들께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루강을 방문할 때 역사의 숨결도 느낄 수 있고, 저희 RTI 지국도 구경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대되네요.


RTI 루강지국의 해자 - 사진: CNA


가이드를 하고 있는 전 RTI 부사장 천량광(陳亮光)- 사진: RTI

엔딩곡으로 뤄다유(羅大佑)의 노래 ‘루강(鹿港小鎮)’를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陳志忠,「為升直轄市加碼,凡入籍彰化縣加碼3000元禮金」,TVBS。
2. 趙容萱,「賴清德提『決戰中台灣』 柯文哲揭2縣市似美國大選搖擺州」,UDN。
3. 「彰化300,生日快樂! 彰化300博覽會正式開幕」,彰化縣政府。
4. 「央廣邀民眾深入前鹿港分臺,分享神秘電臺記憶」,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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