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타이완의 공창(公娼)제도를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계속해서 타이베이 다다오청(大稻埕)에 위치한 공창관(公娼館) ‘원멍러우(文萌樓)’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862년 단수이(淡水)항이 개방된 이후 서양과의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단수이강 연안에 있는 다다오청은 토사의 침적으로 막힌 완화(萬華)를 대신해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화물집산지가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완화에 있었던 성산업도 점차 다다오청 일대로 이전되었습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들어 일본 정부가 타이완 곳곳에 합법적인 성매매 장소인 유곽(遊廓)을 설치해 매춘소를 집중관리했습니다. 이 중 완화 유곽은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약 560명의 공창이 있었습니다. 반면 중심상업지역인 다다오청은 문인, 상인, 고급 관료, 일본 황실 등 상류층이 즐겨찾는 고급 술집, 그리고 이러한 장소에서 흥을 돋우는 ‘예단(藝旦)’으로 유명했습니다. 또한 당시 다다오청에서 가장 유명한 술집인 ‘쟝산러우(江山樓)’를 중심으로 많은 유흥장과 매춘소가 나타났으며 1925년에 지어진 원멍러우는 바로 이 중의 하나였습니다. 원멍러우는 유곽에 있지 않지만 1941년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 공창관이 되었습니다.

원멍러우 거실 - 사진: 뮤지엄50
일본 패배 후 중화민국 정부가 일본의 공창제도를 유지해 성매매가 이루어진 ‘작업방(執業房)’안에 에어컨과 화장실의 설치 여부에 따라 공창관을 1등급(甲級, 갑급), 2등급(乙級, 을급), 3등급(丙級 ,병급)으로 분류했습니다. 1등급은 에어컨과 화장실, 2등급은 에어컨만 있고, 3등급은 에어컨과 화장실이 모두 없는 곳입니다. 당시 원멍러우는 시설이 가장 좋고 비용이 가장 높은 1등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1등급의 비용은 15분 당 1,200뉴타이완달러, 1970년의 환율로 하면 한화로 약 9,300원입니다. 수익 배분의 경우 공창 대 공창관 주인, 7대3의 비율은 가장 보편적이었습니다. 작업 완료 후 공창관 주인은 공창에게 작은 목패를 주는데 공창은 목패를 스스로의 상장 안으로 던지고 영업이 끝난 후에 하루의 수익을 계산합니다.

원멍러우 작업방 - 사진: 뮤지엄50

공창관 등급표 - 사진: https://www.youtube.com/watch?v=QDgOEh8IeFs 캡쳐
만 20세 이상, 부모의 동의를 받은 여성만 공창이 될 수 있었고 공창은 자유롭게 다른 공창관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지정된 병원에서 정기검진, 2개월에 1회 혈액검사, 6개월에 1회 엑스레이 검사를 해야 하며, 월 2회 이상 사전 신청 없이 검사하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됩니다. 또한 공창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공창관 근처에 24시간이나 늦게까지 영업하는 약방, 산부인과, 보신용 식품 가게가 많이 나타났습니다.
공창관의 관할기관은 경찰서였는데 주인이 공창들의 사진을 공창관에 붙여야 경찰들의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들의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사창에 비해 작업 환경이 비교적 안전하고 단순하며 손님에게 콘돔을 사용하는 등 요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원멍러우로 예를 들자면, 카운터에 가장 가까운 다둥(大同) 경찰서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으며 문제가 생길 때 수시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공창관과 경찰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성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폭력조직의 위협을 덜 받았습니다. 추가로 현재 다둥 경찰서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타이완신문화운동기념관(臺灣新文化運動紀念館)’이 되었습니다.

타이완신문화운동기념관(臺灣新文化運動紀念館) - 사진: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1997년 타이베이시정부가 공창제를 폐지한 후 완화와 다다오청의 공창들은 원멍러우를 거점으로 공창자구회를 결성해 항쟁운동을 벌였습니다. 공창 관슈친(官秀琴)과 리쥔(麗君)이 자구회 회장, 부회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공창제의 폐지를 2년 후로 미루었습니다. 항쟁이 일단락되면서 1999년 자구회는 ‘일일춘협조회(日日春關懷互助協會)’로 개편되어 오늘날까지 성노동자들의 권익을 쟁취해 왔습니다. 특히 성매매를 규율하는 법률인 <사회질서유지법>이 1991년 불법 성매매의 처벌 대상을 성노동자 및 성매수자에서 성노동자로 개정해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일일춘협조회는 공창들의 전업을 협조하는 것 외에 성노동자의 인권 보장, 오명 벗기, 올바른 성교육 보급 등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20년이 지난 후, 2011년 마침내 불법 성매매의 처벌 대상을 성매매의 모든 참여자로 개정했고 성산업 특별구역의 규범을 확립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도시 재개발 이슈가 수면 위로 가시화되는 가운데, 일일춘협조회는 타이완 성산업의 역사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원멍러우의 문화재 신청 작업을 시작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2006년에 드디어 아래 사 가지 이유로 타이베이시정부로부터 문화재 자격을 받았습니다. 첫째, 일본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바로크 건축으로 보존 상태가 상당히 양호함. 둘째, 공창관 및 성노동자 권리운동의 거점으로 다다오청 일대의 발전을 기록함. 셋째, 실내 설계가 공창관의 수요를 반영하며 역사적 가치를 구현함. 그러나 문화재 자격은 면죄부가 아닙니다. 2011년 한 부동산 투기꾼이 원멍러우를 구입해 오랫동안 원멍러우를 세내어 쓴 일일춘협조회를 고소했습니다. 소송 결과 일일춘협조회는 2017년 패소판결을 받아 원멍루어를 떠났습니다. 비슷한 시기인 2014년 완화 유곽에 있었던 공창관 ‘칭윈거(清雲閣)’가 잠정적인 문화재 자격을 받고도 땅주인에 의해 철거되었습니다. 다행히 각계의 노력으로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었으며 현재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완화 유곽에 있었던 공창관 ‘칭윈거(清雲閣)’ - 사진: 타이베이시문화국
2006년 극단적 선택을 한 자구회 회장 관슈친에 이어 2014년 부회장 리쥔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일춘협조회 관계자에 따르면 리쥔은 마지막 순간까지 원멍러우가 철거되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결국 원멍러우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소송에서 승리한 새 주인은 여전히 문화재 사용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데, 타이베이시정부와 민간기구의 협조를 통해 2019년 원멍러우의 복원 계획이 드디어 시작되었고 2022년 새로운 모습으로 재오픈했습니다. 복원 작업은 공창관의 구조를 유지하고 1층에는 공창들의 사진이 있는 거실, 성매매가 이루어진 작업방, 2층에는 공창관 주인의 방과 공창들이 쉴 수 있는 방이 있습니다. 현재 원멍러우는 타이완의 성산업 박물관으로 후세들에게 공창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원멍러우에서 생활했던 관슈친과 리쥔은 원멍러우의 새로운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지만 하늘에서 이 장면을 보면 기쁨의 미소를 지으시겠죠.

공창자구회 회장 관슈친(官秀琴) - 사진: LIN BO-LIANG 타이완현대미술데이터뱅크

공창자구회 부회장 리쥔(麗君) - 사진: 일일춘협조회
뿐만 아니라 100세가 넘은 전 집주인 린이궤이(林一桂) 할아버지가 원멍러우에서 살았다가 근처의 양로원으로 이사했는데, 지금도 가끔씩 원멍러우에 갑니다.

100세가 넘은 전 원멍러우 집주인 린이궤이(林一桂) 할아버지 - 사진: 원멍러우 페이스북
다만 원멍러우에 대한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11월 1일부터 인근의 건설공사 때문에 원멍러우는 안전 문제를 고려해 대외 개방을 중지했습니다. 수많은 고난을 겪어온 원멍루어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고 그가 다시 열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엔딩곡으로 전 공창 리쥔(麗君)이 부른 노래 '행복'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05년 스위스의 민간단체인 '노벨평화상 2005재단'이 발표한 여성 공동추천후보 1천명 가운데, 전 공창 리쥔도 포험되어 있었습니다. 이 노래는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사고도 여전히 대중에게 얕잡히는 성노동자들의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台北市市定古蹟歸綏街文萌樓。
2. 吳若瑩,〈性/感地誌: 公娼館文萌樓的保存與大稻埕性/產業地景〉。
3. 林冠瑜,大稻埕內的百年溫柔鄉 ─ 從江山樓到文萌樓,台北村落之聲。
4. Zoe Chen,「台北萬華『青雲閣〗從殘骸中華麗變身!自被迫拆除到依據原外觀修復,重現日本時期華麗巴洛克建築」,Taipei Walker。
5. 鄭學庸,「公娼麗君 提名諾貝爾和平獎」,自由時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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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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