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타이완의 소리 RTI공식 앱 내려받기
열기
:::

[스승의 날]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스승의 날과 공자묘(孔廟)

  • 2023.09.27
랜드마크 원정대
타이완 첫 공자묘(孔子廟)인 타이난공자묘(台南孔廟) - 사진: 타이난시정부관광국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나는 선생님이 될 거야!(我要當老師!)’ 이 말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된 타이완 드라마 <마날선사(麻辣鮮師)>의 주인공 쉬레이(徐磊)가 말한 대사로, 일본 만화 <원피스(One Piece)>의 명대사인 ‘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에 못지않게 타이완에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마날선사>는 타이완의 첫 캠퍼스 코미디 드라마이자 타이완에서 재방송률이 가장 높은 드라마입니다. 스토리가 워낙 단순하기 때문에 뛰어난 연기 없이도 출연할 수 있는 만큼 데뷔한지 얼마 안된 신세대 배우들에게 가장 적합한 훈련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돌 제조기’, ‘아이돌 육성반’ 등의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타이완판 <꽃보다 남자>인 <유성화원(流星花園)>의 F4맴버 역을 맡은 옌청쉬(言承旭)와 주샤오톈(朱孝天), 현재 중국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타이완 배우 안이쉬안(安以軒), 그리고 가수 판웨이보(潘韋柏), 뤄즈샹(羅志祥) 등이 모두 <마날선사>에 출연한 적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은 드라마 ‘학교 시리즈’죠.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통해 확고한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를 얻은 사람은 주인공 쉬레이 역을 맡은 배우 셰주우(謝祖武)입니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인해 주인공의 이름은 배우의 본명보다 더 유명하며 선생님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특히 드라마 속에 격의 없는 성격으로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동시에 항상 학생 편에 서서 학교 측과 싸우는 모습으로 학생들의 존중을 받았습니다. <마날선사>는 타이완 80-90년대생의 인생 드라마라면, 주인공 쉬레이는 그들의 인생 선생님입니다. 드라마 방영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매일 밤 방송이 끝나자마자 바로 전화로 친구와 드라마 내용을 이야기했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럼 청취자 여러분의 인생 선생님은 누구실까요? 내일은 9월 28일, 타이완 교사절(教師節), 스승의 날입니다. 이 날은 유교 창시자 공자(孔子)의 생신으로 중화민국 정부로부터 스승의 날로 지정되었습니다. 매년 이날에 타이완 곳곳에 공자를 모시는 공자묘(孔子廟)에서 ‘석전례(釋奠禮)’라는 제사를 지냅니다. 석전례의 ‘석’자는 ‘베풀다’는 뜻이며, ‘전'자는 제물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석전례란 제물을 공자에게 바치는 제전입니다. 공자에 대한 제사는 공자가 돌아가신 이듬해인 기원전 4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 노나라(魯國)의 군주 노애공(魯哀公)이 산둥(山東) 취푸(曲阜)에 위치한 공자 구택에서 첫 공자묘를 세웠고 계절에 맞추어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기원전 2세기 중국의 가장 위대한 황제의 하나로 꼽힌 전한 무제(漢武帝)가 백가를 배척하고 유학만을 존중하는 ‘파출백가, 독존유술(罷黜百家,獨尊儒術)’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공자 제사는 정식으로 확립되었습니다.

맹자(孟子)는 “공자가 《춘추(春秋)》를 완성하니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하였다(孔子成春秋,而亂臣賊子懼)”라고 말했습니다. 《춘추》 작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역사기록의 영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또한 전한 고제(漢高祖) 유방(劉邦)이 항우(項羽)를 토벌하고 나라를 통일한 후 유생 육가(陸賈)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居馬上得之,寧可以馬上治之乎?)”고 유방에게 간언했습니다. 무력을 통해 건국하고 권력을 차지해도 무력에만 의존한다면 결국 민심을 잃어버리고 나라를 멸망시킨다는 뜻입니다. 중국 황제들이 정권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공자 제사를 국가급 행사로 취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가 주변 나라로 확산되면서 베트남, 한반도, 일본 등 곳에 많은 공자묘가 세워졌습니다. 18세기 이후 중국인의 해외 이주와 함께 유럽, 미국 등 곳에도 공자묘가 생겨났습니다. 전 세계 공자묘는 한때 3천여 개에 달했고 현재는 1,300여 개가 있습니다.  공자묘가 없어진 가장 중요한 원인은 1966년부터 벌어진 중국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었습니다. 당시 공자 제사는 미신으로 간주되어 전면 금지되었고 관련 유적지와 유물도 크게 파괴되었습니다. 1984년이 되어야 공자 고향에 있는 취푸 공자묘의 제사가 회복되었습니다. 

청나라 시절에 성·부·주·현정부(省、府、州、縣治)가 있는 곳에 반드시 공자묘를 세워햐 했는데, 타이완은 일본 식민지 시절을 거쳐 일부 공자묘가 철거되었고 현존하는 공자묘가 총 25개입니다. 공자묘에는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현들을 모시는 문묘(文廟)와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인 ‘관학(官學)’이 있으며 이는 묘학제(廟學制)라고 합니다. 타이완의 첫 공자묘는 정씨왕국 시대에 설립된 타이난 공자묘(台南孔廟)입니다. 1665년 ‘정씨왕국의 제갈량(鄭氏諸葛)’이라 불리는 참모 진영화(陳永華)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공자묘의 설립을 군주 정경(鄭經)에게 건의했는데, 의견을 수용한 정경은 당시의 수도인 타이난에서 공자묘를 세웠습니다. 타이난 공자묘는 청나라 초기까지 타이완의 유일한 관학으로 ‘전대수학(全臺首學, 타이완의 첫 학교)’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타이완으로 이전된 중화민국 정부는 중국 전통문화의 계승자이자 수호자로서 1952년 8월 6일 공자 생신을 타이완 스승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타이난 출신인 저는 학창시절 때 시험 전에 항상 타이난 공자묘에 가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빌었습니다. 특히 수능을 앞두고 전교 고3 학생들이 수험표를 가지고 함께 공자묘에 간 적이 있는데요. 각자 원하는 대학교와 학과를 카드에 적어 공자에게 빌며 서로 격려했습니다. 학교에 돌아간 후 선생님이 합격을 의미하는 찐빵과 쫑즈(粽子)를 나눠주셨습니다. 찐방의 중국어인 바오쯔(包子)와 쫑즈의 발음이 ‘꼭 붙을 수 있다’고 의미하는 ‘바오중(包中)’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치면은 엿, 찹쌀떡, 인절미죠. 

한편, 현재 타이완 스승의 날은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입니다. 지난 3월 입법원이 국정휴일법 초안을 심사하는 동안 전국교육산업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스승의 날을 휴일로 지정할 것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을 위한 기념일인데 선생님들이 행사를 준비해야 하고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노조 대표는 말했습니다. 사실 1998년까지 스승의 날은 공휴일이었는데, 1998년부터 실시한 ‘격주 5일 근무 제도’와 2001년부터 실시한 ‘5일 근무 제도’로 인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다만 당시 주 5일 근무 제도의 적용 대상은 교사 등 공무원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스승의 날에 교사는 일해야 하고 일반 근로자만 쉴 수 있는 불합리적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여러 차례 법개정을 거쳐 2016년 12월에 일반 근로자의 주 5일 근무 제도가 드디어 확립되었으며 스승의 날에 전 국민 모두 출근해야 합니다. 교사는 인재 육성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존재로서 더 좋은 노동환경과 대우를 누렸으면 한다는 바람입니다.

엔딩곡으로 앞에 소개해 드린 타이완 드라마 <마날선사>의 OST ‘청춘은 최고다(青春真偉大)’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곡은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함께 불린 노래입니다. 청춘을 교육에 바친 선생님들께 최고의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為什麼要祭孔?」,Ramble Taipei 漫步台北。
2. 「教師節9/28為什麼沒放假?「只紀念不放假」為何掀爭議?」,Yahoo奇摩新聞編輯室。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