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타이완의 전통 요괴 모신아(魔神仔)의 전설, 외모, 정의, 문화적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 오늘은 여러 가지 대표적인 모신아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납량특집 2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모신아하면 지난주 언급한 ‘빨간 옷 소녀(紅衣小女孩)’가 대중매체를 통해 가장 널리 알려집니다. 1998년 3월 1일 한 가족이 ‘타이중(台中)의 양밍산(陽明山)’이라 불리는 다컹(大坑)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 속에 빨간 옷을 입는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소녀는 등산 행렬의 맨 뒤에 따라갔고 얼굴에는 푸른빛이 돌면서 노파처럼 생겼습니다. 여행이 끝난 후 가족 중 한 명이 갑자기 병사했는데 다른 가족들이 빨간 옷 소년을 만났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해답을 구하기 위해 그들은 한 공포 예능 프로그램에 영상을 보내 결국 전 타이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귀신을 믿는 사람은 빨간 옷 소녀가 모신아, 혹은 인간을 잡아먹는 악귀라고 주장하는 반면, 과학적 증거를 중시하는 사람은 단지 좀 특이한 옷을 입는 등산객일 뿐이고 카메라 때문에 이상한 빛이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영상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비판에 대해 담당 프로듀서는 절대 조작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진상이 어떻게 되었든 빨간 옷 소녀는 하루아침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타이완의 가장 유명한 도시전설이 되었습니다. 그 후 이를 모티브로 한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이 기괴한 이야기도 타이완 사람의 머릿속에 각인되었습니다.
다만 사건 경과를 살펴보면 죽음과 악운을 가져온 빨간 옷 소녀는 사람을 길을 잃게 하는 모신아와 많이 다릅니다. 산속, 아이 등 특징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거의 없습니다. 빨간 옷 소녀가 모신아로 여겨지는 주요 원인은 2015년부터 잇달아 개봉된 영화 시리즈<마신자: 빨간 옷 소녀(紅衣小女孩)>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빨간 옷 소녀는 원래 사람이었는데,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가 딸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딸을 모신아로 만들었습니다. 죽은 소녀는 항상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을 산속으로 유도해 넋을 잃게 합니다. 따라서 영화의 각색을 통해 “빨간 옷 소녀는 곧 모신아”라는 이미지가 부각되었습니다.
빨간 옷 소녀 영화 시리즈의 흥행으로 인해 타이완의 또 다른 도시전설을 바탕으로 한 외전영화 <인면어: 저주의 시작(人面魚:紅衣小女孩外傳)>이 2018년 개봉되었습니다. 외전영화라고 하지만 빨간 옷 소녀의 이야기와 거의 상관 없고 영화 1편, 2편에서 등장한 인물과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럼 인면어는 무엇일까요? 인면어는 빨간 옷 소녀의 전설과 비슷하게 언론보도와 티비 프로그램에서 유래합니다. 1995년 타이완의 주요 일간지 자유시보(自由時報)는 타이완 가오슝(高雄)의 한 계곡에서 낚시꾼들이 역돔(틸라피아) 한 마리를 낚아 구워 먹으려고 할 때 갑자기 타이완어(민남어)로 “고기가 맛있냐(魚肉好吃否?)”고 하는 소리가 들렸고, 역돔 위에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후 공포 예능의 방송과 함께 사람 얼굴이 있는 인면어의 전설이 널리 퍼졌습니다.
그러나 해당 소문은 도시전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 방영 후 역돔의 소비량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여 관련 업자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그렇다면 인면어는 정말 존재할까요? 사실 인면어 전설이 등장한 시점은 마침 타이완이 큰 경제적 성과를 거두던 1990년대입니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사람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자연 환경에 오염과 폐해를 많이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하천이 공장폐수로 오염되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기형적인 역돔도 발견되었습니다. 2006년 개봉된 한국 영화 <괴물>의 줄거리와 엄청 비슷하죠. 따라서 인면어가 환경오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추측도 나타났습니다. 또한 외전영화에서 인면어는 빨간 옷 소녀와 같이 모신아라고 불리기 때문에 타이완에서 모신아는 점점 요괴의 대명사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전설의 사회적 배경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죠.
빨간 옷 소녀와 인면어 외에 ‘위산 옐로우 피터 팬(玉山黃色小飛俠)’도 모신아 전설에 자주 언급된 요괴입니다. 타이완 최고봉인 위산(옥산)은 해발고도 3,952m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등산객들의 도전 목표입니다. 1990년대에 들어 등산객 사이에는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는데요. 위산의 한 갈림길에서 삿갓을 쓰고 ‘피터 팬 비옷(小飛俠雨衣)’이라 불리는 노란색 우비를 입는 남자 3명이 등산객에게 절벽으로 인도한다는 소문입니다. 위산을 등정하려면 ‘파이윈산장(排雲山莊)’을 거쳐야 하는데, 산장의 관리원들도 신비한 남자 3명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모신아를 연구하는 학자 린메이룽(林美容)과 리쟈카이(李家愷)는 《모신아에 대한 인류학적 상상(魔神仔的人類學想像)》에서 위산 옐로우 피터 팬의 이야기를 기록했는데요. 이야기 속의 등산색이 요괴의 지시에 따라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지만 얼굴이 없는 위산 옐로우 피터 팬의 실체를 봤다고 했습니다. 위산 뿐만 아니라 타이완 중부 난터우(南投) 치라이산(奇萊山) 등 난이도가 높은 산에도 연이어 관련 목격담이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타이완 괴담 위산 옐로우 피터 팬(玉山黃色小飛俠) - 사진: 안우산
산속에 있는 요괴하면 대부분 타이완 사람이 모신아를 가장 먼저 떠올린 겁니다. 다만 등산 전문가 류촨위(劉川裕)는 옐로우 피터 팬이 원혼처럼 자신을 대체할 사람을 찾는 행위는 모신아와 다르다고 언급한 봐 있습니다. 타이완 민간신앙에는 ‘교대를 잡다(抓交替)’라는 행위가 있는데, 보통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자가 환생을 위해 원혼이 되어 사고 발생 지역에서 자신과 교대할 인간을 잡습니다. 특히 물에 빠진 익수(溺水) 사고, 깊은 산속에 일어난 실족 사고, 혹은 원한을 품고 목매어 자살한 사건에 자주 발생합니다. 지난주 설명해 드렸다시피 모신아는 귀신에 비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요괴로 장난만 칩니다. 반대로 옐로우 피터 팬은 등산객을 잘못된 길로 유도해 죽일 수도 있는데, 좁은 의미에서 모신아로 분류되기 어렵죠. 그런데 모신아의 정의가 점점 넓어짐에 따라 타이완의 대표적인 모신아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있다고 믿을지언정 없다고 믿을 수가 없다(寧可信其有,不可信其無)” 이 말은 타이완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속담인데요. 과학적 근거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현상이 쉽게 미신으로 간주되지만, 인류의 문화, 역사, 자연과의 관계에 있어 여전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빨간 옷 소녀와 옐로우 피터 팬은 산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하면 인면어는 인위적인 환경오염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라 할 수 있죠. 태풍, 지진, 홍수 등 자연 현상에 대해 우리는 경외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신아에 대해서도 존경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16일은 바로 귀신의 문이 열리는 첫날, 음력 7월 1일인데요. 다음주에도 계속해서 타이완의 요괴, 도시전설, 그리고 귀신의 달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林美容、李家愷,《魔神仔的人類學想像》。
2. 臺北地方異聞工作室,「人面魚的都市傳說從何而來?我們又為何會在魚身上看到人臉?」,泛科學。
3. 艾德嘉,「千萬別跟黃色雨衣走?神秘的玉山小飛俠/黃色小飛俠」,黑色酒吧。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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