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에 이탈리아 도시 운동 기구 ‘치따슬로(이탈리어: Cittaslow, 영어: Slowcity)’로부터 ‘슬로시티(Slowcity)’ 자격을 받은 먀오리(苗栗) 난좡(南庄)을 소개해 드렸고, 오늘은 난좡과 같이 슬로시티 인증을 통과한 먀오리의 또 다른 마을 산이(三義)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해당 기구의 로고는 ‘느림의 상징’ 달팽이인데, 슬로시티 자격을 받은 난좡과 산이도 각각 다른 달팽이 인증 로고가 있습니다. 난좡의 로고에는 타이완 원주민의 토템과 하카인(客家)의 꽃무늬로 구성된 달팽이 껍질이 눈에 매우 띕니다. 이는 난좡의 다민족 문화를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죠. 다음으로 산이의 로고를 보면 나무무늬의 달팽이 껍질이 있습니다. 이 달팽이는 마치 나무를 실어서 열심히 나르는 것처럼 산이의 목각 공예를 상징합니다.

달팽이 모양의 슬로시티 인증 로고 - 사진: 먀오리 관광국
주로 산지로 구성된 산이는 습한 기후로 인해 토양 pH(수소 이온 농도 지수)가 낮아 녹나무를 비롯한 굵고 키가 큰 나무 성장에 적합한 환경입니다. 1920년대부터 산이 주민이 현지의 목재를 활용해 일본과 중국의 명장에게 기술을 배우고 산이의 독특한 목각 공예를 발전시켰습니다.
산이의 목각 공예 발전 과정을 통해 타이완의 역사를 알 수 있는데요. 우선 일치시기에 일본 시장으로 수출하기 위해 일본인이 선호하는 신상과 동물을 위주로 제작했습니다. 1950년대에 들어 냉전의 시작과 함께 미국은 타이완 목각 공예품의 가장 큰 시장이 되었고 60년대 이후 일본 경제 회복에 따라 다시 일본으로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타이완 경제가 크게 발전했던 80년에 내수시장이 중요해지고 불교 선정(禪宗)의 창사자 보리달마, 도교의 신 관우(關羽) 등 타이완 민간신앙에 관한 공예품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90년대부터 타이완 정부가 목각 공예를 산이의 특색 관광으로 지정해 목각 공예품 경진대회 및 페스티벌 개최, 목각 박물관 성립 등 정부 차원의 추진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저렴한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타이완의 목각 산업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산이 목각 산업은 뛰어난 예술성과 백 년의 역사를 가진 독창성으로 승부를 겨루기로 결심했습니다. 중국산 공예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학술계와 협력해 현대 미술의 개념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각계의 노력 끝에 산이의 목각품은 전통적인 공예품에서 현대성이 강한 예술품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현재 산이목각박물관은 경진대회에서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으며 글로벌화의 흐름 속에서 타이완을 대표하는 독보전인 목각 예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타이완 조각가 주밍(朱銘, 본명 朱川泰)이 바로 먀오리 출신입니다. 산이 옆에 있는 마을 통샤오(通霄)에서 태어나 15살 때부터 조각을 배우기 시작한 주밍은 목각을 현대 조각과 접목시켜 타이완의 대표 예술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주밍의 대표작 '태극 시리즈' - 사진: 주밍미술관
주밍의 작품은 주로 세 가지 주제로 나뉠 수 있는데요. 첫번째는 과거 타이완의 일상을 담는 ‘향토 시리즈’입니다. 1972년 중화민국이 유엔에서 탈퇴한 후 ‘타이완 본위(臺灣本位)’라는 사고방식이 대두되면서 문학, 예술, 영화, 음악 등 분야에서 향토색이 짙게 풍기는 작품은 점차 대세로 부상했습니다. 물소와 소달구지를 비롯한 농촌 풍경, 고향 통샤오에서 모래 놀이를 한 아내의 몸짓, 앞에 소개해 드린 관우의 신상. 주밍은 섬세한 관찰력으로 타이완의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두번째는 동양의 정신 문명이 묻어있는 ‘태극 시리즈’입니다.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지닌 태극 시리즈는 주밍의 대표작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전시된 후 ‘무게감과 생동감을 동시에 갖춘 대작’이라 높이 평가된 바 있습니다. 태극 시리즈로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주밍은 멈추지 않았고 세번째 시리즈 ‘인간 시리즈’의 창작을 시작했습니다. 태극 시리즈와 달리 인간 시리즈는 점토, 스펀지, 스테인리스 스틸, 폴리스티렌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소형 조각작품입니다. 자유분방한 창작 정신을 지닌 주밍은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었던 주밍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현재 그의 작품은 주로 신베이시 진산(金山)에 위치한 주밍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산이목각박물관에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산이의 랜드마크하면 목각박물관 외에 끊어진 철도교인 룽텅(龍騰)단교(斷橋)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07년에 지어진 룽턴단교는 타이완 가장 오래된 철도교로 1935년의 421대지진과 1999년의 921대지진을 거쳐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먀오리현정부로부터 문화재 자격을 받은 철도 유적입니다.
룽텅의 옛 명칭은 ‘위텅핑(魚藤坪)’인데, 전설에 따르면 다리 옆에 위치한 호수 ‘리위탄(鯉魚潭 잉어담, 현 잉어담 저수지)’에는 사람을 괴롭혔던 괴물 잉어 ‘리위징(鯉魚精)’이 있었습니다. 괴물을 없애기 위해 주민들이 호수 주변에서 ‘위텅’, 즉 데리스라는 유독 식물을 심었고 호수 옆에 있는 산을 관우의 무기 청룡언월도를 의미하는 ‘관다오산(關刀山)’으로 명명했습니다. 그 후 괴물 잉어는 사라졌고 주민들은 드디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차 세계 대전 이후 괴물을 연상시키는 ‘위텅’은 불길한 존재로 여겨 상서로운 뜻을 가지고 있는 ‘룽텅’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룽텅(龍騰)단교(斷橋) - 사진: 먀오리 관광국
사실 타이완에서 리위탄이라 불리는 호수는 룽텅 리위탄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리위탄마다 각각 다른 전설을 가지고 있는데요. 호수 모양이 잉어 같다는 화리엔(花蓮) 리위탄은 타이완 원주민 아메이족(阿美族)의 사냥터이고, 잉어가 많은 난터우(南投) 리위탄은 풍수지리설에서의 명당자리입니다. 따라서 리위탄은 정해진 이미지가 없고 자연경관에 대한 지역민의 상상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현재 룽턴단교에는 더 이상 기차가 보이지 않지만 레일바이크를 타면 옛 철도 노선을 체험할 수 있고 산이의 아름다운 삼림 경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산이를 구경하면서 좋은 추억만 남기시기 바랍니다. 운이 좋으면 길거리에서 먀오리의 귀여운 마스코트 마오리먀오(貓裏喵)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산이 레일바이크 체험 - 사진: 먀오리 관광국
엔딩곡으로 올해 타이완 금곡장 최우수 하카인 가수상을 수상한 펑쟈후이(彭佳慧)의 노래 ‘거실에서 꾸던 꿈(我在客廳做的夢)’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國際雙慢城,苗栗觀光旅遊網。
2. 〈三義鄉誌-木雕產業〉,三義鄉公所。
3. 三義木雕博物館。
4. 馮紹恩,「陳芳明:朱銘作品勝過雄辯,更替台灣鄉土文學論戰敲下定音錘」,遠見雜誌。
5. 朱銘作品精選,朱銘美術館。
6. 簡齊儒,鯉魚潭的傳說,臺灣文學館。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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