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신예 영화인을 장려하는 2023 타이완 골든 하베스트 어워드(金穗獎, 금수장)가 지난 5월 13일 타이베이 화산 영화관(華山光點電影館)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타이완 감독 리안(李安)이 받은 첫 대규모 영화상인 만큼 골든 하베스트 어워드는 타이완 영화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꿈을 품은 청춘들이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는 데 시금석과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올해 학생부문 실험영화상과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량리팡(亮立方) 스튜디오가 죽음에 관한 작품 2편 <애프터 라이프(After Live)>와 <리라이프(百夜縫生Relife)>를 선보여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시아 나라에서 금기처럼 꺼내기 힘든 주제를 겨냥한 그들은 국립 타이난 예술대학교(國立臺南藝術大學)의 대학원생입니다. 무덤을 만드는 사토장이와 훼손된 시신을 복원 처리하는 시신복원사 등 대부분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직업에 착안해 인간의 생로병사를 기록했습니다.
우선 실험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 <애프터 라이프>는 타이완 가장 오래되고 대규모의 공동묘지인 타이난(台南) 난산 공동묘지(南山公墓)에서 일했던 한 사토장이의 삶을 다룹니다. 난산 공동묘지는 풍수지리설에서 후손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는 명당자리로 17세기부터 많은 유명인의 안식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타이완에서 최초로 발견된 중국인의 묘지인 정전양(曾振暘)의 묘, 청나라 시절의 지식인 스츙팡의 묘(施瓊芳墓), 타이완에 온 지 얼마나 안 되어 바로 세상을 떠난 정성공(鄭成功)의 아들 2명의 묘(藩府二鄭公子墓), 그리고 정성공의 첩들의 묘(藩府曾蔡二姬墓). 이 4개의 묘는 타이난의 문화재로 난산 공동묘지의 유구한 역사를 지켜보았습니다.
1869년 중국 푸젠(福建) 샤먼(廈門) 주재 미국 영사관 르 장드르(Charles William Le Gendre)가 타이난을 방문했을 때 난산 공동묘지에 관한 기록을 남긴 바 있습니다. “성문 밖에 큰 묘지가 있는데 해 질 무렵 번화하고 활기차는 성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죽음의 어둠을 통과해야 한다. 이는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고 당시의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청나라 시절 타이난 성문의 하나인 다난문(大南門, 대남문) 밖에 위치했던 난산 공동묘지는 일치시기 이후 학교를 비롯한 공공시설의 건설로 인해 좀 더 남쪽으로, 즉 현재의 위치로 이장하게 되었습니다.
앞에 소개해 드린 청나라 시절의 묘지 외에, 난산 공동묘지에는 다양한 민족과 신분을 가진 사람, 총 6만여 명이 안장되어 있습니다. 19세기 타이완 남부 지역에서 교육사업에 혼신한 영국 선교사 토마스 바클레이(Thomas Barclay), 일치시기의 사회운동가이자 중화민국 입법위원인 차이페이훠(蔡培火), 228사건의 피해자 탕더장(湯德章)의 어머니, <랜드마크 원정대> 첫번째 시간에서 소개해 드렸던 백색테러 피해자 스수이환(施水環), 타이난 유명 사업가 쉬운룽(許文龍)의 아버지 등이 있습니다. 민간단체가 문화재 자격 신청을 제출한 무덤 100개 중 현재는 10개만 신청 통과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토지 부족으로 인해 타이완 정부는 토장을 엄격히 관리하고 화장을 대대적으로 장려하기 시작하자, 난산 공동묘지의 철거 여부도 각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합리적인 개발과 문화재 보존 사이에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와 동시에 무덤을 만드는 일로 생계를 꾸리는 사토장이들은 밥줄이 끊기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애프터 라이프>의 감독 쉐뤄이(薛若儀)와 황성쥔(黃聖鈞)은 “애초에 사토장이 진타이랑(金太郎)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난산 공동묘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하기만 했고 어떻게 표현할지는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몇 년 동안 찍다 보니 진타이랑 할아버지는 먼저 돌아가셨다”며,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는 전통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아닌 좀 더 실험적인 방향을 선택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들은 난산 공동묘지의 실제 영상과 에니메이션으로 할아버지가 생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재현하며, 시적의 표현을 통해 언젠가 사라질 난산 공동묘지의 마지막 순간들을 담아냈습니다.
다음에 사양 직업에 속하는 사토장이와 다르게,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의 수상작 <리라이프>는 최근에 생긴 매우 드문 직업 시신복원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과거 혈연사회에서 규모와 격식에 치중한 장례식은 고인보다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타이완의 저출산 추세와 서양 나라의 장례식 문화 수입에 따라, 타이완의 장례식은 점차 개인화, 소규모화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시신은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닌 고인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로 생을 마감한 고인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시신을 복원해주는 새로운 직업 시신복원사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타이완에는 시신복원사가 백 명밖에 없는데 <리라이프>의 주인공 정운핑(鄭文萍)이 바로 그 중의 한 명입니다. 제작진은 “첫 촬영 때 아무 생각 없이 몹시 추운 장례식장에 들어가 구강암으로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을 보았다”며, “정운핑은 적절한 속도로 시신을 복원했고 복원 작업은 8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시신이 시간에 따라 부패해지기 때문에 시신복원사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고 수시로 대기해야 합니다. 게다가 부족한 인력으로 장시간 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죽음 앞에 인간적이지 못한 근무환경 속에서 시신복원사들은 여전히 침착하게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최선을 다해 복원 작업을 완성합니다. <리라이프>는 매우 절제하는 서사로 이 위대한 직업의 일상을 여실히 기록했습니다.
현재 타이완에서 시신복원사는 아직 구체적인 시스템이 부재하고 대부분 학생 모집을 통해 기술을 전승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주인공 정운핑은 “어떤 사람은 학생을 받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단지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시신복원은 돈을 잘 버는 직업이 아니다”며, “학생들을 더 올바른 위치로 이끌 수 있도록 대충대충 하는 태도는 절대 용서하지 않고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직업에 대한 확고한 다짐은 매우 존경스러운 거죠. 작업 과정 뿐만 아니라 여가 시간에 짧은 동영상을 만들고 고생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현재 정운핑은 온라인 생방송과 SNS를 통해 시신 복원 기술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죽음을 금기시하는 타이완에서 <애프터 라이프>와 <리라이프>는 매우 소중한 작품입니다. <애프터 라이프>는 곧 사라질 기억들을 영원히 간직될 수 있는 순간으로 만들어내며, <리라이프>는 깨진 영혼들에게 신생을 부여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죽음 앞에 서 있고 평생을 바치는 분에게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타이완 장례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으시면 <포르모사 문학관> 14번째 시간에서 소개해 드렸던 장례식장 직원 다스슝(大師兄)의 작품을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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