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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온 줄 알았다!" 미얀마의 거리 화신제(華新街)와 한국의 거리 중싱제(中興街)

  • 2023.03.22
랜드마크 원정대
미얀마의 거리 '화신제(華新街)'에서 맛볼 수 있는 미얀마 요리 - 사진: 안우산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이민사회인 타이완은 예로부터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모이는 곳입니다. 타이베이와 신베이시에서 외국에 있는 줄 아는 특화거리 5개가 있는데요. 최근 들어 드라마 <화등초상(華燈初上)>으로 주목을 받은 일본의 거리 ‘탸오통(條通)’, 지리적 위치로 인도네시아 이민들이 밀집한 타이베이 기차역 인도네시아의 거리, 영어로 미사를 진행하는 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필리핀의 거리, 타이완 미얀마 화교들의 제2의 고향 미얀마의 거리 ‘화신제(華新街)’, 한국 화교가 타이완에 정착한 한국의 거리 ‘중싱제(中興街)’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신베이시에 위치한 미얀마의 거리와 한국의 거리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2거리가 소재하는 융허구(永和區)와 중허구(中和區)부터 살펴봅시다. 융허구와 중허구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보통 슈앙허(雙和, 2개의 허), 혹은 중융허(中永和) 지역이라 불립니다. 원래 중허에 속했던 융허는 급증한 인구 때문에 1950년대에 분리되었습니다. 타이베이와의 사이에 강 하나밖에 없는 융허가 신베이시의 가장 작은 구로 타이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행정구역입니다. 심지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 비해 밀도가 더 높습니다. 타이베이와 가깝다는 장점을 지녀 타이완 중남부 지방에서 타이베이로 상경한 청년, 그리고 외국 이민들이 중융허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미얀마의 거리와 한국의 거리도 이러한 배경 하에 형성되었습니다.  


미얀마의 거리 '화신제(華新街)' - 사진: 신베이시 관광국

중허 화신제에 위치한 미얀마의 거리는 타이완에서 가장 큰 미얀마 화교의 동네입니다. 화신제의 ‘화’자는 화교의 화(華)를 가리키고 ‘신’자은 새롭다는 의미입니다. 화교가 타이완에서 새롭게 정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죠.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는 미얀마는 중국와 동남아시아 나라의 중요한 통로입니다. 청나라 시대에 많은 중국인이 장사하거나 전란을 피하기 위해 미얀마로 이주했고 이 중 중화민국 군인도 포함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정치적 원인과 경제 및 교육적 원인으로 미얀마 화교들이 타이완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1950년 중국공산당에 의해 진압된 국민당 군인이 중국 윈남, 태국, 미얀마, 라오스의 접경지대, 이른바 황금의 삼각지대(金三角)로 피신했습니다. 그러나 1949년 중화민국과 단교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승인한 미얀마는 유엔에게 미얀마에 있던 중화민국 군인들이 철퇴하는 것을 요구해, 중화민국은 군인들을 타이완으로 데려왔습니다.   

다음에 경제 및 교육적 측면에서 1960년대 미얀마 군정부가 경제적 제한, 중국어 학교 폐지 등 화교를 배척하는 일련의 정책을 실시했는데요. 1964년 심지어 대규모 화교 배척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미얀마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었던 화교들이 타이완, 홍콩, 마카오, 미국, 호주 등 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타이완으로 온 화교들이 대부분 중화민국을 조국으로 여깁니다. 중화민국 정부도 화교를 대상으로 다양한 우호 정책을 실시하며 일부 미얀마 화교 학생들이 타이완에서 공부하면 타이완 신분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 매우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 미디 지(Midi Z, 趙德胤)는 바로 화교 학생으로 타이완에 왔습니다. 그는 미얀마를 주제로 여러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현재 중국 윈남, 태국, 미얀마 먹기리로 널리 알려져 있는 화신제는 신베이시의 관광 정책으로 ‘동남아시아 관광 음식거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때 중화민국 군인이 소재했던 태국 도이매쌀롱(Doi Mae Salong)에서 한 달 동안 다큐멘터리를 찍어본 적이 있는데요. 중국, 미얀마와 태국 음식을 융합하는 요리에 푹 빠졌습니다. 새콤하고 매콤한 조미료에 중국인의 요리법으로 만들어져 참말로 미식입니다. 따라서 화신제에서 황금의 삼각지대 특성을 살린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한국의 거리 '중싱제(中興街)' - 사진: 신베이시 관광국

이어서 융허 한국의 거리 ‘중싱제(中興街)’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얀마 화교와 마찬가지로 청나라 시절부터 많은 중국인이 전란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 가까운 한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광동(廣東)이나 푸젠(福建) 등 연해 지역에서 온 일반 해외 화교와 다르게 95% 이상의 한국 화교는 산동(山東) 출신입니다.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에서 포로가 된 중국인민지원군이 전쟁 후 중화인민공화국, 중화민국이나 한국을 거주국으로 선택할 수 있었는데, 1954년 1월 23일 타이완을 선택한 군인들이 지룽(基隆)에 도착하며 그 후 1월 23일은 ‘123자유의 날’이 되었습니다. 중국인민지원군 중 일부 사람은 국공내전에서 포로가 되어 부득이하게 한국전쟁에 참여한 중화민국 국민이었습니다. 또한 1970년대에 들어 박정희 정권은 미얀마 정부와 같이 화교 배척 정책을 실시했고 중화민국을 조국으로 여기는 많은 화교들이 타이완으로 이주했습니다. 

케이팝, 케이드라마가 타이완에서 큰 사랑을 받기 전에 한국 화교들이 이미 중싱제에 정착하게 되고 화신제와 비슷한 맥락에서 타이완의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거리가 형성되었습니다. 현재 한국 대표 음식으로 전세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은 바로 한국에서 현지화를 거친 중식 요리인데요. 중싱제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음식점 이쥐동만두집(義聚東劉家水餃)에는 타이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두, 쏸라탕(酸辣湯), 대파쇠고기볶음(蔥爆牛肉) 등 요리 외에 깐풍기, 짬뽕 등 한국식 중화요리도 볼 수 있습니다. 중식요리는 화교들의 발자취를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세계 곳곳에 전성기를 맞고 있죠. 

음식점 뿐만 아니라 중싱제에서도 100% 정통의 한국 식품과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 식품은 해외 수출 버전과 한국 버전으로 나뉘는데 신라면을 예를 들자면 저는 한국 버전이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 작용일 수도 있지만 중싱제에 가서 마음껏 한국 조미료와 라면을 사는 것은 기분 좋게 만드는 작은 행복입니다. 한국 문화의 유행으로 현재 타이완에서 일반 마트조차 한국 식품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 간판이 달려 있는 중싱제에서 쇼핑하는 것은 분위기가 더 있지 않을까요?     

다음에 화교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살짝 말씀드리겠습니다. 화교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두고 중화민국 무호적(無戶籍) 여권을 가지는 장지위(張智瑋)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든 타이완이든 늘 소외되는 한국 화교의 이야기를 <짱개(醬狗)>라는 영화에서 다룹니다. 일반 국민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등 국민인 한국 화교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 곳곳에 분투하는 화교들이 늘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는데 무호적 여권 문제가 되도록 빨리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디에서 태어났든지, 부모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와 상관없이 사람마다 스스로의 의지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국 화교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짱개(醬狗)> - 사진: 야후 영화

많은 한국 화교 가수가 타이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중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가수 손성희(孫盛希)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손성희는 2019년 선풍적 인기를 얻은 타이완 드라마 ‘상견니(想見你)’의 OST를 노래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해당 노래가 한국어 버전도 있으니 오늘은 다른 노래를 띄워드리겠습니다. 손성희의 '항온(恆溫)'입니다. 타이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화교들을 응원합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華新街(緬甸街),新北市觀光旅遊網。
2. 中興街(韓國街),新北市觀光旅遊網。
3. 王心妤,「台韓混血陷身分認同之痛 張智瑋藉醬狗自我療傷」,中央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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