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음력으로 오늘은 정월 초나흗날인데요. 타이완에서 이 날은 신들이 인간으로 돌아오는 날로 여겨져 올 한해의 순조로움을 빌기 위해 사람들이 과일, 생선, 고기, 전통 과자와 사탕 등 제물을 넉넉하게 준비해 제사를 지냅니다. 또한 대부분 상점은 내일, 즉 정월 초닷샛날에 개업하기에 초나흗날에 재복을 관장하는 신인 재복신, 혹은 재물신(財神爺)을 맞이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렇다면 타이완에서 설에 필요한 제물이나 설맞이 용품들은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을까요? 비교적 알려진 곳으로는 타이베이 다다오청(大稻埕)에 소재하는 디화제(적화가 迪化街)입니다. 타이완 전역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 디화제는 해마다 설맞이 용품을 구입하는 인파로 붐빕니다. 그런데 타이베이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설맞이 핫플레이스가 있는데 바로 중국 특유의 설 음식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남문시장(南門市場)입니다. 디화제가 비교적 타이완식의 설맞이 거리라면 남문시장은 중국 각지의 먹거리가 타이완에서 총집결된 곳입니다.
청나라 시절에 타이베이의 5대 성문의 하나인 남문은 현재 중정기념당 근처에 위치하며 일본 통치 시대에 일본 고급 관원이 생활했던 동네였는데 상업 활동이 발달해 일본 정부가 ‘쳰쉐이시장(千歲市場)’을 설립했습니다. 1949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권이 타이완으로 이전한 후 일본 관원들로부터 소속을 접수했고 천쉐이시장이 '남문시장'으로 개명했습니다. 장제스를 따라온 사람들이 중국 각지의 음식을 들여오면서 남문시장은 소위 외성인(外省人)의 먹거리 천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타이완의 한족은 주로 본성인(本省人)과 외성인(外省人)으로 나뉘는데 본성인은 1945년 일본 패전 전에 타이완으로 건너온 한족과 그들의 후손을 뜻하며 외성인은 장제스 정권을 따라 타이완으로 온 한족과 그들의 후손을 뜻합니다. 장제스와 대부분 국민당 군인들은 중국 져쟝성(浙江省) 출신이기에 남문시장에서 파는 것도 져쟝 음식 위주입니다.
지하철 공사로 2019년부터 재건축 중인 남문시장은 근처 화광(華光)이라는 동네로 잠시 옮어갔으며 올해 5월에 원래 주소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오픈할 예정입니다. 현재 남문시장이 위치한 장소는 지상 2층의 건물인데 1층에서는 각양각색의 식재료와 명절 음식을 구입할 수 있고 2층은 푸드코트입니다. 우선 1층에서 음식을 사서 2층에서 식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본성인 출신인 저는 대학교에 들어야 외성인의 음식을 처음 접했는데요. 타이완 국립정치대학교 옆에 외성인 마을인 후아난신춘(化南新村)이 있으며 이 곳은 원래 정치대의 교사 기숙사였고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어 현재는 타이베이시정부로부터 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닌 동안 과거 후아난신춘에 사셨던 외성인 교수의 댁에서 쟝수성(江蘇省)과 산둥성(山東省) 요리를 맛보았는데 정말 한 번만 먹어도 평생에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 그 후 외성 요리에 대한 관심을 생기면서 아주 즐겨 먹는 편입니다.
작년 가족들이 타이베이에 놀러 왔을 때 처음 남문시장에 갔는데요. 들어가자 입맛을 돋우는 요리의 향기가 솔솔 나면서 배가 터지도록 마음껏 먹을 준비를 했습니다. 우선 똑같이 외성 요리를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작전을 짰고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리스트, 즉 먹킷리스트를 완성하기 위해 이 위대한 미식 모험을 떠넜습니다!

라쟈오샹러우(辣椒鑲肉) - 사진: https://shop.foodieat.tw/
첫 번째 미식은 2002년부터 2020년까지 타이완 최고 갑부를 차지한 전자제품 제조사 폭스콘(Foxconn, 홍하이-鴻海)그룹 창업 회장 궈타이밍(郭台銘)의 결혼식에서 등장한 요리, 라쟈오샹러우(辣椒鑲肉)입니다. 고추로 고기를 감싸는 라쟈오샹러우는 맵지 않고 뚱뚱한 찹쌀고추, 혹은 청룡고추(糯米辣椒/青龍辣椒)를 사용해 어린아이도 즐겨 먹을 수 있는 요리입니다. 바삭바삭한 고추의 향기와 부드러운 고기의 육즙이 입에서 폭발하면서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 명실상부한 꿀조합입니다.

후저우쫑(湖州粽) - 사진: 타이베이 관광 웹사이트
이어서 두 번째 미식은 후저우쫑(湖州粽)입니다. 후정우는 져쟝성 북쪽에 있는 도시인데 삼각형 모양의 타이완 쫑즈와 달리 후저우쫑은 원추형이고 안에 넣은 재료에 따라 주로 단팥쫑즈와 돼지고기쫑즈로 나뉩니다. 전통적인 후저우쫑은 간장으로 조미한 생찹쌀과 돼지고기를 댓잎으로 감싸 물에 끓여 만든 것인데 현재 남문시장에서 노른자, 햄, 타이완식 소지지와 말린 돼지고기인 라러우(臘肉)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후저우쫑이 잇따라 등장하게 되어 더 풍부한 맛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후저우쫑을 드시고 싶으세요? 여기서 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립니다. 타이완 대표 음식점 딘타이펑(鼎泰豐)에서도 후저우쫑을 판매하고 있으니 당장 타이완에 오지 않으셔도 후저우쫑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쑹가오(鬆糕) - 사진: 타이베이 식재료 플랫폼
다음에 후식으로 갑시다! 우선은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이 가장 좋아한 쑹가오(鬆糕)입니다. 쌀로 만든 중식 떡인 쑹가오는 져쟝 원저우시(溫州市)의 대표 디저트인데 약혼이나 결혼 때 선물로 많이 등장하고 명칭 중 높은 곳을 뜻한 ‘고(高)’와 같은 발음의 한자가 들어가 있기에 영전, 진급을 축하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쑹메이링이 좋아한 단팥 맛은 항상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놓여 있으며 몽환적인 분홍색 외모를 지닌 홍국(红麴) 맛도 추천드립니다. 말랑말랑한 쑹가오는 귀여운 모습으로 남문시장에서 홍일점처럼의 존재인데 먹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남문지장에 왔다고 할 수 없죠.

신타이롼(心太軟) - 사진: 타이베이 식재료 플랫폼
마지막으로는 이름부터 흥미진진한 신타이롼(心太軟)입니다. 중국어로 마음이 너무 여리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신타이롼은 대추의 씨를 빼서 찹쌀떡이나 으깬 타로인 위니(芋泥)를 넣은 디저트인데 대추씨를 부드러운 재료로 대체하기에 겉으로는 바삭하면서 속으로는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한 모습을 여린 마음으로 묘사하는 데에서 유래합니다. 참 생생한 표현이죠. 건강식품으로 많이 알려진 대추는 노화 방지와 미용 등 효과가 있어 여성 사이에서 워낙 인기가 많은데 달콤한 찹쌀떡이나 위니와 같이 먹으면 더욱 완벽한 디저트가 될 것입니다.
제 마음 속에 남문시장 4대 천왕을 소개해 드렸는데, 청취자 여러분께서 가장 드시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벌써부터 궁금하네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설 지내는 분위기가 갈수록 희박해져 아쉽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은데 저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남문시장에서 여전히 가득 차는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에서 중국 각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죠. 외성인에게 남문시장은 고향의 맛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존재며 본성인에게는 새로운 맛을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미식을 통해 외성인과 본성인은 너나없이 함께 타이완에서 화기애애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南門市場。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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