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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이 품고 있는 일제시기 건축물 4. 구 타이난 지방법원

  • 2023.11.21
대만주간신보
2016년 사법박물관으로 재탄생한 구 타이난 지방법원 건물. - 사진: 문화부

타이완의 대표적인 역사도시 타이난으로 떠납니다. 타이난에는 타이난 기차역을 시작으로 현재 타이완문학관으로 사용하는 구 타이난주청, 현 타이난미술관 1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 타이난 경찰서, 애국부인회(愛國婦人會), 타이난 지방법원, 하야시(林) 백화점 등 일제시기 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는데요. 현재 타이난시 중심에 남아있는 일제시기 건축물을 소개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옛 타이난 지방법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사법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과거 타이난 지방법원 건축물은 이미 100년이 훌쩍넘었지만 현재에도 우아하고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과거 타이난 지방법원 건물은 현재 총통부로 사용하고 있는 과거 대만총독부와 현재 228 공원 안 국립타이완박물관으로 있는 과거 타이완박물관과 함께 타이완의 일제시기를 대표하는 3대 건축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건축물 자체가 갖고 있는 아우라가 상당합니다. 1912년에 건축된 일제시기 타이난 지방법원은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법원 건물입니다. 대만총독부는 ‘대만총독부법원직제(臺灣總督府法院職制)'를 제정하고 서양식 법원 제도를 타이완에 도입하면서 전국 주요 도시에 법원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타이난 지방법원은 원래 청나라 때 세워진 만수궁(萬壽宮)과 안핑현 문묘 자리를 빌려 운영하다 이후 새 원사를 건립할 부지를 선정해 다이쇼 원년인 1912년에 완공했습니다.  

대만총독부 영선과(營繕課)

타이난 지방법원은 대만총독부 영선과(營繕課)에서 설계, 건축한 대표적인 건물인데요. ‘영선과’란 무엇일까요?

조선총독부의 영선과

1915년 5월에 출판된 조선총독부훈령(朝鮮總督府訓令) 제26호 제4조에 따르면 총독관방 토목국 산하에 토목과 및 영선과를 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토목과와 영선과가 관장하는 사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토목과는 도로, 하천, 항만, 사방 용지, 수면 매립 및 사용, 지방토목공사 감독, 토지수용 등과 관련된 사항을 담당하고, 영선과는 영선에 관한 사항, 지방영선공사의 감독에 관한 사항, 관유재산의 정리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영선'이란 건축물을 새로 짓거나 수리하는 작업을 일컫는 말로, 토목과가 땅과 하천 따위를 고쳐 만드는 공사를 하거나 강과 내를 고쳐 닦고, 항구를 쌓고, 길을 닦고, 굴을 파고, 철도를 놓는 등의 작업을 했다면 영선과는 주변 건축물을 짓고 건축 공사에 감독을 맡았으며, 정부 소유의 건축 재산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것입니다.

대만총독부의 영선과

일제 초기에 대만총독부는 각 지역별 관청과 주요 정부기관으로 대부분 기존의 청나라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나, 1896년 대만총독부는 정식으로 영선(營繕) 조직 설립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민정국 임시 토목부’ 산하에 토목과와 함께 영선과를 설치하여 총독부 직속의 토목건축 영선공사를 담당하였습니다. 이후 재무국 토목과에서 민정부 토목과, 민정부 토목국, 총독부 토목부로 개편되다가 1925년 재정을 이유로 토목국 영선과는 '회계과 영선계'로 편입되었고, 결국 1929년에는 총독부 직속으로 변경되어 관방 영선과가 설립되었습니다. 

대만총독부의 영선과가 하나의 조직으로 자리를 잡을 무렵인 1910년 일본 도쿄제국대학에서 건축과를 졸업한 이데 카오루(井手薰)는 타이완으로 건너와 총독부 청사 공사에 참여하기 시작합니다. 이데 카오루는 이후 총독부 토목부 영선과 직원으로 일하며 타이베이 관방 건물 공사에 관여하다 결국 1929년 총독관방 영선과장에 오르죠. 1940년 퇴직 전까지 총독부 영선과에서 오랜기간 재직한 인물입니다. 이데 카오루는 대만총독부 청사를 시작으로 타이베이 고등학교 교사 및 강당(1928년), 타이베이 제국대학 교사(1928년), 경찰회관(1930년) 및 타이베이 공회당(1935년) 등 타이베이시의 주요 관사를 설계하고 건축하였습니다. 

건축가 모리야마 마츠노스케(森山松之助, 1869-1949)

타이난 지방법원 역시 총독부 영선과의 관리감독하에 세워졌는데요.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오사카 태생 모리야마 마츠노스케가 꼽습니다. 앞서 소개한 이데 카오루와 같이 모리야마 역시 도쿄제국대학 건축과를 나왔는데요. 1897년 졸업 당시 ‘대학강당(University Hall)'이란 작품으로 1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데 카오루보다 몇 년 앞선 1907년 타이완으로 건너온 모리야마는 1921년 타이완을 떠나기 전까지 수많은 주요 건물 건축에 기여했는데요. 여기에는 타이완 총독부 관저, 타이베이주청, 타이중주청, 타이난주청, 전매국, 철도부, 타이난 우체국 등 남과북을 횡단하며 타이완을 대표하는 주요도시에서 관청 및 관사를 짓는데 매진했습니다. 그랬던 그는 “더 이상 타이완에서는 할 일이 없다”며 1921년 총독부 관직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돌아가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열었습니다.      

맨사드 지붕(Man Sard Roof)

스타일 면에서 타이난 지방법원은 바로크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공간 조직에서는 비대칭적으로 처리되며 두 개의 입구가 있습니다. 입구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펼쳐있는 넓은 로비의 바로크식 돔이 인상적인데요. 특히 이 건물의 특징으로는 19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유행하고 유럽에서 유행한 뒤 20세기 초 일본 건축가들도 애용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맨사드 지붕(Man Sard Roof)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붕 밑 다락방’이라는 뜻의 맨사드는 건물의 지붕면의 경사 완급을 2단으로 나누어 상단은 완만하게 하단은 보다 가파르게 만든 지붕을 말합니다. 건물에 입체감과 볼륨감을 줘서 아름답게 보일뿐만 아니라 지붕 공간을 넓게 만들어줘 다락방 등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타이난 지방법원의 지붕 구조는 오각형 모양으로 지붕 안쪽에는 한 층 정도의 높이가 있어 건축가들이나 작업자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설치해 놓았다고 합니다. 현재 ‘사법박물관’으로 개방된 이 건물의 지붕 바로 밑은 일명 ‘고양이길’이라고 불리며 하루 최대 20명까지 들어가 탐방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요. 지붕에 설치된 창을 통해 건물 안에서 밖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구 타이난 지방법원의 지붕이 건축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붕의 모양이 그대로 잘 보존 된데 있습니다. 타이난 지방법원에서 멀지않은 구 타이난 주청(현 국립타이완문학관)은 건축적으로 그 양식이 매우 유사하지만 타이난 주청의 지붕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되어 기존에 건축물이 갖고 있었던 웅장한 맨사드 지붕의 형태를 더 이상 볼 수 없어졌죠. 반면 타이난 지방법원의 건물은 건축했던 당시 그대로 맨사드 지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더욱 소중합니다.  

2016년부터 ‘사법박물관’으로

타이완에 현존하는 유일한 일제시대 대형 지방법원 건물인 타이난 지방법원은 2016년 내부 보수를 완료해  타이완 정부로부터 국가 2급 고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동시에 10여 년 간의 정비를 마치고 2016년 사법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정성공 시대에 군영(軍營)으로서 군대의 역할을 하던 이곳이 일제시기 지방법 질서의 상징으로 전환되면서, 이곳을 둘러싼 역사도 뒤바뀌었는데요. 건축물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과 함께 타이난 지방법원에서 일어났던 중요한 사법 역사, 예를 들어 일제시기 일본 당국의 재판, 백색 테러, 계엄 후기의 민중 항쟁 등이 목격된 장소입니다.

현재에는 사법박물관으로 변모하여 대중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니 타이난으로 여행을 가거가 타이난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들어가서 참관해 오래된 건축물이 주는 역사의 향기를 듬뿍 맡고 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게다가 역사의 도시 타이난은 지난 10월 31일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2024년 가봐야할 쿨한 여행지 30곳(The Coll List 2024)' 중 한 곳으로 선정되었죠.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타이난에 바로 역사적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400년의 도시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난은 <대만주간신보>에서 소개해드린 일제시기 건축물 외에도 청나라, 정성공 시대, 네덜란드 식민 시대 등 각 시대 별 건축물들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현재 타이난에 남아있는 건축물들은 타이난만이 갖고 있는 항해와 제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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