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타이완의 졸업 시즌입니다. 졸업이란 한 단계의 끝이자 새로운 단계의 시작입니다. 특히 대학에서의 졸업은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감당하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두려움, 불안함 등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시기입니다. 6월에 들어 요즘 타이완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들은 잇따라 졸업식을 여는데, 졸업식의 제일 하이라이트는 바로 졸업식 노래를 합창하는 것이죠.
요즘 시대의 졸업식 노래는 아주 다양하지만, 옛날 졸업식 노래로 사용되었던 노래는 이 두 곡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학교의 푸른 나무(青青校樹)>이고, 다른 하나는 <여가(驪歌)>입니다.
<학교의 푸른 나무>의 원곡은 1871년 미국에서 발간된 악보집 《The Song Echo》에 나온 < Song for the Close of School(졸업을 위한 노래)>입니다. 이 곡은 1884년 일본에서 가사를 붙여 <우러러보면 드높은 은혜(仰げば尊し)>라는 노래를 만들고 음악 교과서에 수록시켰는데, 이 노래는 일제시기에 타이완에 전해지게 됐고, 중화민국 국민정부 시기에는 신주(新竹)여자고등학교의 국어 교사 궈훼이(郭輝)에 의해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 형식의 중문 가사로 바뀌었고 졸업식 노래로 사용됐습니다. 타이완 유명 감독 허우샤오시엔(侯孝賢)의 ‘바람이 춤춘다(風兒踢踏踩, 1982)’와 ‘동동의 여름방학 (冬冬的假期, 1984)’ 등 영화에 등장할 만큼 커다란 존재감을 지녔던 노래였습니다.
<학교의 푸른 나무(青青校樹)>
<학교의 푸른 나무> 외에, 옛날에 졸업가로 많이 쓰였던 또 다른 노래 <여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작별)>에 가사를 붙여 부른 노래입니다. <올드 랭 사인>은 서정적인 가락 덕분에 각국 언어로 개사돼 애창되고 있다는데,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영미권에서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부르는 축가로 쓰이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장례식, 졸업식, 그리고 행사의 끝 또는 작별인사로서 널리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타이완에서는 <여가>라는 노래로 리메이크되어 지난 백 년 간 졸업식에서 애창됐었는데, 여기서 이 노래를 짧게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고 느끼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주로 부르던 애국가의 선율도 '올드 랭 사인’이었습니다. 그럼 타이완판 ‘올드 랭 사인’인 <여가>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여가(驪歌)>
<학교의 푸른 나무>와 <여가>는 멜로디가 심플해 조금만 익숙해지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지만, 가사 내용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 요즘 시대 졸업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대중가요로 대체됐습니다.
단골 졸업식 노래로 애창되고 있는 대중가요로는 홍콩 출신이지만 타이완에서 데뷔한 남자 가수 저우화젠(周華健)의 <친구(朋友)>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수 안재욱이 리메이크하여 불러서 유명하죠. 이 노래에 나온 “친구는 일생을 함께 가지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올 수 없겠지만(朋友 一生一起走 那些日子 不再有), 한마디 말에 한평생을 걸고 일생의 정을 한잔 술에 나누자(一句話 一輩子 一生情 一杯酒)”등 내용의 가사가 졸업생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주기 때문에 졸업식 축하 노래로 많이 애용되고 있습니다.
저우화젠(周華健) - <친구(朋友)>
저우화젠의 <친구> 외에, 중화권에서 최고의 인기와 명성을 누리는 타이완 원주민 출신 여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가 부른 <영원한 그림(永遠的畫面)>도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작별 인사를 하지는 않지만 헤어진다고 해서 우정이 변하기 마련인 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어(不說再見 我們卻了解 分開了不代表會改變)” 등 공감을 유발하는 가사로 졸업 시즌에 특히 큰 사랑을 받는 명곡입니다. 여기서 이 노래 장후이메이가 부른 <영원한 그림>을 함께 듣겠습니다.
장후이메이(張惠妹) - <영원한 그림(永遠的畫面)>
기존에 존재하는 대중가요를 졸업식 노래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은 졸업생들이 직접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서 졸업식에서 부르는 추세입니다. 2012년 타이완의 15개 고등학교의 총 53명 학생들이 손잡고 <연(風箏)>이란 졸업가를 선보였는데, 이 노래는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때부터 학생들이 직접 졸업가를 제작하는 문화가 생기게 됐습니다.
<연(風箏)>
가장 사랑받는 학생 자작 졸업식 노래 중 하나를 꼽자면 2016년 가오슝 다오밍(道明)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제작한 <꿈의 청사진(夢想藍圖)>이란 노래입니다.이 곡은 남녀 학생 두 명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트렌디하면서도 감미로운 멜로디, 친구들과의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가사로 큰 인기를 끌어내며 93개교를 제치고 당해년도 최고의 졸업식 노래 1등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노래의 가창을 맡은 남학생 셰자취안(謝嘉全)과 여학생 쉬웨이팡(許維芳)도 이 노래를 계기로 가수로 데뷔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공식 뮤직비디오는 3년 만에 유튜브에서 1000만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노래 작업에 참여했던 학생들 간에 수익배분 및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에 2019년 9월 뮤직비디오를 삭제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한국의 졸업 시즌이 아니지만 청취자분들이 오늘 제가 타이완의 졸업철을 맞이하여 소개해 본 타이완에서 유행했거나 유행하고 있는 졸업식 노래들을 들으며, 학창시절 친구들과 선생님의 소중한 추억을 회상해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엔딩곡으로 가오슝 다오밍(道明)고등학교의 2016년도 졸업식 노래 <꿈의 청사진>을 띄어드리면서 방송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Rti한국어방송의 진옥순이었습니다.
<꿈의 청사진(夢想藍圖)>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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