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제16대 중화민국 총통•부총통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이날엔 지난 8년 동안 타이완을 이끌어 왔던 차이잉원 전 총통이 정식으로 퇴임하였고, 라이칭더 신임 총통과 샤오메이친 신임 부총통이 공식 취임하며 4년의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취임식에는 역시 많은 가수들의 공연들이 있었습니다. 제14대 총통•부총통 취임식에서도 축하 공연을 했었던 소화기 밴드(滅火器樂團), 타이완어(민남어) 가수 저우즈총(周自從), 하카족 출신 힙합 스타 왕종웨이(王鍾惟), 원주민 여가수 이리·가오루(以莉·高露, Ilid Kaolo) 등 다양한 문화 또는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나름대로의 특색 있는 멋진 공연을 선사하며 타이완의 다원성과 포용성을 세계에 보여줬습니다. 이 중 원주민 출신 여가수 이리·가오루는 <녹도 세레나데 綠島小夜曲>, <야생 백합도 봄이 있어(野百合也有春天)'>, <유수같은 세월(似水年華)> 등 옛날 인기곡들을 불렀으며, 부드러우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모두의 귀를 호강시켰습니다. 오늘 멜로디 가든 방송에서는 이리·가오루에 대해서 한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리·가오루는 1975년 화렌현 한 아메이족(阿美族) 마을에서 태어나 7살 때 타이베이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어릴적부터 타이베이에서 자랐으나, 아메이족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원주민 가무의 보존 및 홍보를 취지로 하는 음악 단체 ‘원무자(原舞者)’와 ‘와일드 파이어 뮤직(野火樂集, Wild Fire Music)’에 가입하고 원주민 전통 음악을 습득하면서 여기 저기 공연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남편 천관위(陳冠宇)와 이란현 난아오(南澳)향에서 유기농 벼재배에 돌입하며 왼손으로는 벼를 재배하고 오른손으로는 음악을 창작하는 농부가수가 됐습니다.
도시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난 느리고 소박한 발걸음 생활을 하면서 이리·가오루는 생각을 정리할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고 모어인 아메이족어와 중국어로 음악 창작을 시작하고 2011년 첫 개인 앨범 《경쾌한 삶(輕快的生活)》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앨범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경쾌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노래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포근한 엄마의 품에 안겨 감상하는 듯한 따스한 선율이 담긴 <풍성한 벼이삭(結實纍纍的稻穗)>, 햇빛이 잘 드는 날에 푸르른 밭을 보며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는 <경쾌한 삶>,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때에 듣기 좋은 <휴식(休息)> 등 마음이 편안해지게 만드는 음악들이 이리·가오루의 감미롭고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위로와 힐링으로 다가와 안정감과 평안함을 줍니다. 이리·가오루는 이 앨범으로 타이완의 가장 권위 있는 음악시상식 제23회 금곡장(金曲獎) 시상식에서 ‘최우수 원주민 가수상’, ‘최우수 원주민어 음반상’, ‘최우수 신인상’ 등 3관왕을 거머쥐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5년 6월, 이리·가오루는 펀딩으로 모인 후원금으로 4년 만에 두번째 정규 앨범 《아름다운 순간(美好時刻)》 을 발행했습니다. 이 앨범은 총 열 곡을 수록했으며, 이 중 6분 분량으로, 수록곡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첫번째 트랙인<우아한 여자(優雅的女士)>는 백색테러 수난자 가오이성(高一生)의 장녀 가오쥐화(高菊花) 여사에게 헌정한 노래입니다.
가오이성은 20세기 초 아리산 저우족(鄒族) 출신의 중요한 지식인이었습니다. 백색테러 시기, 국민당 정부가 원주민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가오이성을 꺼려서 반란 혐의로 그를 체포하고 총살했습니다. 아버지 가오이성이 사망한 후, 가오쥐화는 집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유학을 포기하고 미군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돈을 벌었습니다. 가오쥐화 여사의 슬픈 과거를 알게 된 이리•가오루는 가오쥐화 여사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로 했으며, 그 결과 <우아한 여자>는 탄생했습니다. 앨범에 가사가 적힌 종이를 펼치면 <우아한 여자>의 가사가 중국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 동시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일본어에 익숙한 가오쥐화 여사가 쉽게 가사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2021년, 이리•가오루는 세번째 정규 앨범 《너를 찾아(尋找你)》를 내놓았습니다. 이 앨범은 이리•가오루가 무려 6년 만에 발표한 앨범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션들의 대거 참여로 인해 이전 작품에 비하여 더욱 풍부한 음악적 색채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은 이리•가오루가 머리 속의 소중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작성한 노래 8곡으로 꾸며졌으며, 이 중 <17살의 너(十七歲的你)>라는 수록곡은 일제강점기 한 타이완 소년이 꿈과 소망을 품고 바다로 나가 항해하다가 그의 배는 일본 해군에 편입되고 결국 전쟁 속에서 소년은 배와 함께 가라앉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곡은 이리•가오루가 남편의 할머니의 형제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노래라고 합니다.
작품마다 따뜻하고 감성이 넘치는 목소리와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으로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안겨주는 이리•가오루의 앞으로의 후속 작품들도 기대하면서 오늘의 엔딩곡으로 이리•가오루의 <17살의 너>를 띄어드리면서 멜로디 가든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Rti한국어방송의 진옥순이었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이 시간대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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