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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캠퍼스 포크송'의 선구자 - 리솽저

  • 2023.06.16
멜로디 가든
타이완 '교원민가(캠퍼스 포크송)'의 선구자 리솽저(李雙澤) - 사진: 공공TV(公共電視, PTS)

타이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시상식, 중화권의 그래미상이라고 불리는 금곡장(金曲獎, 골든멜로디상)은 1990년 설립된 지 17년이 지난 2007년에 ‘심사위원상’이라는 특별상을 신설했습니다. 금곡장 심사위원상은 심사위원단이 출품작 가운데 특별하고 격려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수상 기준은 심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원칙으로 하며, 이 기준에 달하는 작품이 없을 경우엔 수상작이 없는 해도 있습니다. 이 상은 제정 이후 2년 연속 수상작이 선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2009년이 되어서야 최초의 수상작이 탄생했습니다.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타이완 대중음악 발전에 큰 의미가 있는 앨범인 《리솽저-우리의 노래를 부르자(敬!李雙澤—唱自己的歌)》입니다.   

작곡가이자 가수인 리솽저(李雙澤,1949.07.14-1977.09.10.)는 타이완 캠퍼스 포크송 '교원민가(校園民歌)'의 선구자로 기억돼 왔습니다.1960년대와 70년대 타이완에서 '교원민가'가 유행하며 대학생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켰는데, 교원민가의 타이완 유행에는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 중 하나는 바로 리솽저입니다. 리솽저는 필리핀 화교로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타이완으로 건너와 정착하여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단쟝문리학원(淡江文理學院, 지금의 단쟝대학교) 수학과에 진학했고, 대학 4년 동안 미국, 스페인 등 국가에서 유학한 바 있습니다.   

리솽저의 음악 창작은 그 시대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 참전에 반대하는 젊은 층의 저항 정신이 강해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문화 또는 대항문화라고 불리는 문화 현상이 일어나고 음악, 예술, 문학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됐습니다. 당시 타이완 젊은이들이 서양 문화와 서양 음악을 매우 열광했으므로 그 문화는 타이완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쳤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960년대 시대정신의 아이콘이자 저항문화의 상징적 존재인 미국 포크송 가수 밥 딜런의 음악은 타이완에서 널리 퍼지며 리솽저를 비롯한 수많은 음악인과 학생에게 영향을 줬습니다.  

밥 딜런의 노래를 듣고 “민가는 시민과 땅의 노래다‘라고 깨닫게 된 리솽저는 1976년 12월 3일에 단쟝문리학원에서 열리는 ‘서양민요콘서트’에서 어깨에 기타를 메고 손에 코카콜라 한 병을 들고 무대에 올라섰는데, 이어 무대 아래의 관객들에게 ‘필리핀부터 타이완, 미국,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모든 젊은이들이 다 코카콜라를 마시고 서양 노래를 부르는데, 왜 우리의 노래는 안 부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에 <국부기념가(國父紀念歌)>, <생각나(思想起)> 등 여러 곡 타이완 본토민요를 불렀습니다.  

이날 밤 단쟝문리학원에서 벌어진 이 사태는 ‘단쟝 사건(淡江事件)’이라고 불립니다. 이 사건은 단쟝문리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교육계와 음악계, 언론계 인사들의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리솽저는 “우리의 노래를 부르자”는 신념으로 음악 창작에 몰두하였고, 그의 영향을 받아 수많은 타이완 젊은이들도 “우리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작곡·작사를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1960년대와 70년대에 타이완 캠퍼스에서 ‘교원민가‘가 한참 붐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977년 9월 10일에 리솽저는 단수이(淡水) 바닷가에서 물에 빠진 외국인 관광객을 구하려다가 2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리솽저는 생전에 총 10여 곡의 노래를 발표했는데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메이리다오(美麗島)>입니다. 메이리다오는 직역하면 ‘아름다운 섬’이란 뜻으로, 이 노래에서는 ‘타이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단쟝문리학원 교수였던 량징펑(梁景峰)이 타이완 여류 시인 천슈시(陳秀喜)의 시 <타이완(台灣)>을 각색해서 만든 가사에 리솽저가 멜로디를 붙여 완성한 노래입니다. 

我們搖籃的美麗島,是母親溫暖的懷抱 

우리의 요람 메이리다오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 

驕傲的祖先們正視著,正視著我們的腳步 

자랑스런 조상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어 

他們一再重複的叮嚀,不要忘記,不要忘記 

그들이 거듭 당부하네 잊지말라고 잊지말라고 

他們一再重複的叮嚀,篳路藍縷,以啟山林 

그들이 거듭 당부하네 온갖 고생을 견뎌내며 산림을 일구라고 

婆娑無邊的太平洋,懷抱著自由的土地 

무한한 태평양이 품고 있는 자유의 땅 

溫暖的陽光照耀著,照耀著高山和田園 

따뜻한 햇빛이 높은 산과 들판을 비추고 있네 

我們這裡有勇敢的人民,篳路藍縷,以啟山林 

우리 이곳엔 용감한 시민들이 있어, 온갖 고생을 견뎌내며 산림을 일구고 있어 

我們這裡有無窮的生命,水牛、稻米、香蕉、玉蘭花 

우리 이곳엔 무궁한 생명들이 있어, 물소 쌀 바나나 목련화 

<메이리다오>는 타이완 섬을 개척한 선조들의 고생과 사람과 땅 사이의 정감과 연대성을 노래하는 곡으로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었으나, 1979년에《메이다오》라고 명명된 반체제 잡지가 창간되고 그 잡지에서 주최한 민주화 시위 운동 ‘메이리다오 사건’이 폭발되면서 <메이리다오>는 타이완 반체제 저항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어 중국 국민당 일당 지배 시절에는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던 바 있으며, 지금은 사회운동 노래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리솽저는 이 노래를 녹음·발행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절친인 후더푸(胡德夫)와 양주쥔(楊祖珺)은 밤새도록 그가 남긴 원고를 정리하고 그의 송별식에서 이 노래를 부름으로써 이 노래가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리솽저가 별세한 지 30년이 지난 2008년에 타이완 인디음악 브랜드 ‘와일드 파이어 뮤직(野火樂集, Wild Fire Music)의 음악감독인 슝루시엔(熊儒賢)이 3년에 걸쳐 수집한 리솽저의 음악 작품을 정리하여 《리솽저-우리의 노래를 부르자》라는 앨범을 만들어 발행했습니다. 앨범에는 리솽저가 작곡·작사하고 직접 부르거나 리솽저가 작곡·작사하고 다른 가수가 부르는 총 23트랙이 수록되어 있으며, 그 모든 작품은 30년이 지나도 그 생명력이 식지 않고 깊은 시대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이 앨범은 2009년 제20회 금곡장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함으로써 금곡장 역사상 최초의 심사위원상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래를 부르자’는 신념으로 타이완에서 교원민가의 붐을 일으켰고, 당대와 후대 음악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리솽저는 타이완인들이 잊어서는 안되는 음악인이라고 생각해서 오늘 멜로디가든 시간에 리솽저에 대해서 소개해 봤습니다. 그럼 마무리곡으로 리솽저가 작곡하고 후더푸와 양주쥔이 부른 <메이리다오>를 띄어드리면서 오늘 멜로디가든 방송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진옥순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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