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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문학에 담긴 언어의 다양성, 세계명작의 타이완어 번역 열풍 📚️

  • 2025.04.21
포르모사 문학관
《어린 왕자》, 《오만과 편견》 등 세계명작의 타이완어 번역본 출판에 힘쓰고 있는 정칭홍(鄭清鴻) 전위(前衛)출판사 편집장 - 사진: CNA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께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타이완 최초의 국가급 문학박물관인 타이완문학관(臺灣文學館)이 주최하는 2025 타이완문학상이 지난 4월 15일부터 공모를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특히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데, 바로 외국인도 응모할 수 있다는 점! 중화민국 영주권 또는 취업허가증을 가지고 계신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응모하실 수 있습니다.

타이완문학상은 ‘창작장(創作獎)’과 ‘금전장(金典獎)’ 2부문으로 나뉘며, 총 13개의 상이 수여될 예정입니다. 우선 창작장 부문은 타이완어, 하카어, 원주민어 등 중국어가 아닌 타이완 토종 언어를 진흥하는 데 목표가 있고, 각 언어별로 소설, 에세이, 시 부문에서 한 명씩에게 수여됩니다. 금전장 부문은 2024년 7월 1일부터 2025년 6월 30일 사이에 출판된 타이완 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소설, 에세이, 시, 논픽션, 시나리오 등 장르의 제한 없이 모두 응모 가능합니다. 타이완에서 문학 창작을 하고 계신다면,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25 타이완문학상 공모가 지난 15일부터 시작되었다. - 사진: 타이완문학관

타이완문학상 창작장과 같은 목적으로, 타이완 문화부도 2018년부터 ‘토종 언어 창작 지원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수한 토종 언어 작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출판되면서 그동안 중국어가 독점해 온 출판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이 중 세계명작의 타이완어 번역본은 원작의 높은 인지도에 힘입어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나. 최근 몇 년간 출판된 타이완어판 명작으로는 《레 미제라블》, 《어린 왕자》,《그림 동화》, 《빨간 머리 앤》, 《은하철도의 밤》, 《오만과 편견》, 《라쇼몬》 등이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대표작, 《1984》의 타이완어판도 출간되어 문단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명작의 타이완어 번역’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린 왕자》 타이완어판 - 사진: 보커라이


타이완어 사용 현환 🧮

이민사회로 잘 알려진 타이완은 17세기부터 네덜란드인, 정씨왕국, 청나라, 일본 등 여러 식민정권의 지배를 거쳐 오늘 같은 다언어 사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식민지 시대와 중화민국 초기, 두 차례 국가 주도의 언어정책으로 인해 토종 언어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행정원이 2020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타이완인의 주요 사용 언어는 중국어가 66.4%로 가장 높고, 타이완어는 31.7%로 그 뒤를 이어, 하카어와 원주민어는 각각 1.5%와 0.2%에 불과한데요. 또한 중국어가 아닌 토종 언어의 사용률은 연령에 정비례하고, 즉 젊은 세대일수록 토종 언어를 덜 사용한다는 거죠. 6~14세 사이의 가장 어린 연령층을 보면, 무려 92%가 중국어를 사용하고, 타이완어와 하카어는 각각 7.4%와 0.3%에 그칩니다. 

타이완 토종 언어 중 사용 인구가 가장 많은 타이완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이완어의 현황이 건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많은 타이완어 사용자들이 말하고 듣는 데는 익숙하지만, 읽고 쓰는 데까지 능숙한 경우는 드물고, 오래 기간 이어진 언어정책 때문에 타이완어를 ‘저속한 언어’로 여기는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타이완어판 명작 출판에 힘쓰고 있는 정칭홍(鄭清鴻) 전위(前衛)출판사 편집장은 “타이완어 사용자들이 지식 전승에 대한 책임 의식이 부족해서 결국 보존 운동의 참여자가 되기보다는 방관자 심지어 반대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자 스준저우(施俊州) 역시 “사용 인구만큼의 관심이나 논술, 실천이 부재하다”며, 타이완어 보존 운동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냈습니다. 타이완어는 드라마, 음악 등 대중매체와 타이완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만, 다른 토종 언어들보다 소멸 위기의 긴박함이 덜하다 보니, 정작 언어 보존이나 부흥을 위한 움직임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현실입니다.


대세로 급부상한 타이완어 💪

과연 언어란 단지 일상에서 쓰이는 도구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의 뿌리를 잇는 다리일까요? 보는 관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죠. 중앙연구원 사회학 연구소 왕홍룬(汪宏倫) 연구원에 따르면, 민주화 이후 타이완어의 유행에는 두 번의 물결이 있었는데, 하나는 계염령이 해제된 지 얼마나 되지 않은 1990년대, 다른 하나는 2010년 후반부터 지금까지입니다. 90년대의 열풍은 독재정권과 언어통제에 대한 반항이었다면, 지금의 흐름은 타이완인의 본토의식 고양과 관련이 깊다고 황 연구원은 분석합니다. 즉, 그 당시는 국민당 정부에 대한 저항, 지금은 양안관계의 맥락에서 ‘중국’이라는 외부 대상을 향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황 연구원은 여기서 한 가지 경고도 덧붙이는데, 바로 언어로 너와 나를 나누는 것은 차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0년은 타이완어 문학 출판의 원년이라고 많은 출판계 인사들이 생각합니다. 그보다 앞서, 2018년에는 타이완어 밴드 ‘에그플랜트 에그(EggplantEgg, 茄子蛋)’가 골든 멜로디 어워즈(금곡장)에서 최우수 신인상과 최우수 타이완어 앨범을 수상, 2019년에는 타이완 공영방송 PTS(公共電視)에서 타이완어 채널을 개설, 2020년에는 여러 타이완어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며 흥행에 성공했죠. 이처럼 타이완어가 유행의 한 축으로 급부상한 현상은 타이완어 문학의 든든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특히 《어린 왕자》 타이완어판이 출판되자마자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인 ‘보커라이(博客來)’의 신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죠. 정부의 지원과 문화계의 오랜 노력이 모여 타이완어 문학은 출판계의 변두리에서 대중 시장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디오북의 발행을 통해 좋은 언어 교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읽고 듣는 문학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타이완어 문학이 앞으로 마주할 도전은 무엇일까요? 그 이야기에 앞서 타이완어 감성을 담은 노래, 에그플랜트 에그의 ‘浪子回頭’를 함께 들어보시죠.


타이완어 문학의 도전과 미래 ☀️ 

《어린 왕자》의 타이완어판 출판을 담당하는 정칭홍 편집장은 중앙사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왕자》가 특별한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원작의 높은 인지도는 물론, 내용도 쉽고 친숙해서 타이완어로 번역되었을 때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콘텐츠를 찾기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타이완어 문학은 상대적으로 작은 독자층을 겨냥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중국어 출판물과 경쟁해야 합니다. 그래서 “왜 굳이 명작을 타이완어로 다시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요. 이에 정 편집장은 《오만과 편견》의 출판을 통해 하나의 답을 찾아냈습니다. 중국어 번역본을 읽을 때 “너무 상류층 같다”, “외국 느낌이 강하다”는 거리감 있는 반응과 달리, 타이완어판은 훨씬 더 친근하고 부담없이 읽힌다는 피드백이 있었던 겁니다. 결국, 대중성이야말로 타이완어 문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정 편집장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어의 특성상 타이완어 출판은 번역부터 편집까지 중국어 출판물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인데요. 구어체를 중시해서 중국어와 말투나 문법 구조가 확연히 다르고, 단순히 중국어의 논리로 옮겨서는 안됩니다. 정 편집장은 타이완어 문학이 오래 지속되려면,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내용과 디자인, 편집 등 여러 면에서 어떻게 새로운 돌파를 해나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큰 과제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출판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타이완어 콘텐츠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죠. 이와 관련해 PTS 타이완어 채널의 루동히(呂東熹) 사장은 ‘보도자(報導者)’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타이완어 부흥’이 아니라, ‘타이완어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우가 자연스럽게 타이완어로 연기하고, 가수가 타이완어로 노래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타이완어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이완어 책을 읽는 것이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는 게 바로 루 사장이 바라는 정상화겠죠.

언어는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한 민족, 한 사회, 한 나라의 정체성을 담은 지식의 결정체입니다. 타이완어를 비롯한 토종 언어가 사라지지 않도록, 독자로서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 그 소중한 한 걸음 한 걸음이 필요하죠! 우리의 언어, 우리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며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張榮祥,「2025台灣文學獎4/15徵件 首開放外國籍人士投件」,中央社。
2. 趙彥翔,「『1984』台文版問世 譯者周盈成:證明台語也能讀經典文學」,中央社。
3. 邱祖胤,「翻譯世界文學經典 讓台語文走得更遠」,中央社。
4. 鄭清鴻,「從最多數的弱勢,成為最大的小眾:當代台語文學出版的意義與展望」,Verse。
5. 〈八九、我國本土語言使用人口呈現世代遞減之現象,政府刻正推動沉浸式教學,允宜借鏡國外成功案例,賡續積極推動,以利本土語言往下札根永續傳承〉,立法院。
6. 蕭歆諺,「台語正潮?流行文化領頭後,台語能走向正常化嗎?」,報導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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