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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Rti 회장이자 소설가 핑루(平路)의 타이완 3부작② 📚️

  • 2025.02.24
포르모사 문학관
작가 핑루의 시리즈 소설 '타이완 3부작' - 사진: 청핀서점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문학계의 최대 행사인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이 올해 초 막을 내렸지만 그 영향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언급된 정치인들의 추천 도서 리스트 외에,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타이완 국사 편찬 기관인 국사관(國史館) 천이선(陳儀深) 관장의 리스트도 참고할 만한데, 특히 최근 2년간 출판된 《장징궈 일기(蔣經國日記)》는 장징궈 전 총통이 1960년부터 1979년까지 직접 작성한 일기로, 중화민국의 유엔 탈퇴, 타이완-미국 단교, 228사건 이후 최대 민중봉기인 ‘메이리다오 사건(美麗島事件)’ 등 중대사건을 담고 있어 높은 역사적 가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정과 인간관계 등 사적인 기록도 있어 총통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

2024 타이완문학상 금전장(金典獎) 대상의 수상작, 전 Rti 회장이자 소설가 핑루(平路, 본명 路平 루핑)의 《몽혼의 땅(夢魂之地)》은 장징궈 전 총통을 모티브로 한 타이완 문학계에서 보기 드문 소설인데요. 천궈웨이(陳國偉) 중싱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장징권 전 총통은 타이완 현대사의 중요한 주도자로서 영향력이 크지만 문학에서는 거의 주제로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근현대적이고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역사인물을 다루는 것은 이미 어려운 일인데, 핑루는 이 기초 위에 민속신앙 요소를 더해 1950년대 후반 중화민국의 타이완 이전 역사를 탐색했습니다. 허와 실을 오가는 이중적인 서사 구조를 통해 판타지 소설을 읽는 재미와 역사소설에 담긴 지식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핑루의 대표작인 ‘타이완 3부작’의 마지막 작품 《몽혼의 땅》 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장징궈 일기》 - 사진: 국사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

지난주 소개된 타이완 3부작의 1부작 《동방지동(東方之東)》과 2부작《포르모사(婆娑之島)》 에 이어 12년 만에 출판된 《몽혼의 땅》은 긴 준비 기간인 만큼 핑루 최고의 소설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국가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관이 아니지만 다양한 정부 고위층을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무당입니다. 어릴 때부터 신력(神力)을 가진 주인공은 어느 날 무리한 요구를 한 손님에게 몰래 주문을 걸어 신력을 잃게 되었는데, 신력을 되찾기 위해 하루종일 거리를 헤매다가 신력이 있는 한 젊은 남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남성과 가까워지면서 주인공은 신력을 회복했지만 이상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주인공은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장징궈 전 총통의 노년 시절, 젊은 남성은 타이완 최초의 한족정권인 정씨왕국의 초대 왕 정성공(鄭成功)의 내면세계로 소환됩니다. 두 역사인물에 빙의된 이유는 아버지와의 복잡한 관계 때문입니다.

주인공과 젊은 남성의 아버지는 1949년 이후 중화민국 정부를 따라 타이완으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으로,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갈 것 같은 마음으로 이 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특히 주인공의 부모 모두 1955년 장징궈 총통이 지휘한 ‘다천섬 철수(大陳島撤退)’와 함께 중국 저장 다천섬에서 타이완으로 왔습니다. 미국과 협력한 이 작전은 중화민국이 중국대륙을 잃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외성인에게는 대륙 수복을 위한 ‘반공대륙(反共大陸)’의 시작입니다. 가오슝의 해안마을 치진(旗津)에서 정착하게 된 주인공 아버지는 원양어업에 종사해 늘 집에 없는데, 고아나 다름이 없는 주인공은 타이베이에 있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홀로 집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성폭력을 당했고 결국 사찰로 도망쳐 무당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젊은 남성의 아버지도 반공대륙의 꿈을 품은 외성인으로, 성격이 부드러운 아들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주인공과 젊은 남성 모두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심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상처투성이 된 아이입니다.


미국 해군 제7함대를 기다리고 있는 다천섬 주민들 - 사진: 위키백과


대디이슈(daddy issue) 👨🏻‍🍼

그렇다면 저자는 왜 장징궈 총통과 정성공을 선택했을까요? 두 역사인물 역시 아버지와의 갈등을 겪은 영어로 ‘대디이슈(daddy issue)’가 있는 사람입니다. 우선 정성공은 명나라 후기 중국 동남해안을 휩쓸었던 해상 무역가 정지룡(鄭芝龍)의 아들로, 1662년 네덜란드인을 몰아내어 타이완섬을 점령했습니다. 정성공이 타이완에 정씨왕국을 세우기 전, 정지룡은 정성공이 청나라에 항복하지 않아 결국 처형되었습니다. 엇갈린 정치적 입장으로 인해 부자관계는 죽음으로 끝났습니다. 

장제스-장징궈 부자의 관계도 매우 복잡합니다. 장제스의 유일한 아들로서 장징궈는 어려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았으며, 1920년대 국민당과 공산당의 합작과 함께 소련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후계자를 위한 현대교육을 받으러 갔지만 소련 공상당에 가입해 장제스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쑹메이링(宋美齡)과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 마오푸메이(毛福梅)를 버린 장제스에 대해 불만을 품어 아버지와 멀어졌고, 국민당과 공산당의 합작이 결렬된 후에야 중국에 돌아갔습니다. 외모도 성격도 아버지와 전혀 다른 그는 아버지의 커다란 그림자 속에서 자라 늘 열등감을 느꼈습니다.  

주인공과 장징궈 총통, 젊은 남성과 정성공을 엮은 매개체는 똑같이 대디이슈를 경험한 도교신 나타(哪吒)인데요. 신화에 따르면,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나타는 큰 잘못을 저지르자 부모를 말려들게 하지 않도록 자신의 몸과 뼈를 부모에게 바쳐 자살했습니다. 법술을 통해 부활해도 여전히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다가 부자가 함께 전쟁터에 나선 후에야 화해했습니다. 소설에서 허구의 캐릭터와 실존의 역사인물은 나타를 통해 하나가 되어 인생에서 가장 큰 과제와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핑루는 소설 맨 옆에서 “나타의 이야기는 신력이 아닌 트라우마에 관한 것”이라고 썼는데요. 다시 말하면 《몽혼의 땅》은 역사의 트라우마를 다루며, 저자는 독자와 타이완 역사 사이의 무당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웅이 추락할 때 🦸🏻‍♂️

천궈웨이(陳國偉) 교수는 《몽혼의 땅》은 무당 캐릭터를 통해 타이완 주류 역사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남성 역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파헤치고 이들의 트라우마에 초점을 맞춘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눈에 비친 장징궈 총통은 신체적 고통과 과거에 대한 후회에 휩싸인 노인이자, 아버지를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하는 아들이자, 국민에 대한 반공대륙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실패한 지도자입니다.

판밍루(范銘如) 정치대 교수는 사랑이야기로 역사에 접근한 《동방지동》이나 《포르모사》와 달리, 《몽혼의 땅》은 ‘다른 세대가 겪은 같은 이슈’라는 거시적이면서도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로 타이완의 아픈 역사를 재해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 3부작은 과거에 그치지 않숩나더. 핑루는 언론(Verse)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상처와 경험에서 힘을 얻는 것이 필연적이며, 우리 모두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타이완 3부작은 역사를 통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이토록 복잡한 역사와 주제는 핑루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 타이완만의 독특한 소설이 되었습니다.

엔딩곡으로 《몽혼의 땅》에서 언급된 천수화(陳淑樺)의 노래 ‘꿈에서 깰 무렵(夢醒時分)을 띄워드립니다. 인생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입니다. 타이완 3부작의 한국 출판을 기다리며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平路,《東方之東》、《婆娑之島》、《夢魂之地》。
2. 郭振宇,「連結兩千三百萬哪吒三太子的通靈之術——平路小說新作《夢魂之地》」,Verse。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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