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새해 첫 달 타이완 문학계에 희소식이 전해왔습니다. 타이완 시인 링위(零雨, 본명 王美琴 왕메이친)가 미국 뉴먼중국어문학상(Newman Prize for Chinese Literature)을 수상했습니다. 타이완인으로는 양무(楊牧), 주톈원(朱天文), 장궤이싱(張貴興)에 이어 네 번째입니다. 링위를 추천한 코시마 브루노(Cosima Bruno) 런던대학교 교수는 링위의 작품은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문학, 철학, 예술, 신비주의를 융합해 자본주의, 페미니즘, 환경보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간결하고 세련되면서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 미-중관계연구소가 2008년 설립한 뉴먼중국어문학상은 미국 최초로 중국어 문학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으로, 2년마다 시상합니다. 뉴먼이라는 이름은 미-중관계연구소 설립에 크게 기여했던 뉴먼 부부의 성에서 따온 겁니다. 문학적 가치는 이 상의 유일한 평가기준이며 중국어로 작성된 모든 작품이 노미네이트될 수 있습니다. 역대 수상자로는 앞서 언급한 타이완 작가 외에도 중국 작가 모옌(莫言), 한사오궁(韓少功), 왕안이(王安憶), 옌롄커(閻連科), 홍콩 작가 시시(西西)가 있습니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3월 열릴 예정입니다.
역사, 가족, 공간을 위주로 창작해온 링위는 냉정한 필치로 정곡을 찌르고 삶에 대한 통찰을 그려내는 데 능합니다. 이번 수상에 앞서 2015년 《전원/오후 5시 49분(田園╱下午五點四十九分)》으로 우줘류(吳濁流)문학상 시 부문 가작상, 2022년 시집 《딸(女兒)》로 타이완문학관 주최의 금전상(金典獎)을 수상했고, 로테르담 국제 시 페스티벌과 홍콩 국제 시의 밤 등 글로벌 행사에도 초청된 바 있습니다. 오늘은 타이완 현대시의 대표 시인 링위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설가에서 시인으로 ✍️
대가족 출신인 링위는 어릴 적부터 가족 내 복잡한 인간관계를 관찰하며 다양한 인간성을 몸소 경험했고, 특히 전통 가정에서 억압과 비해를 받은 여성의 신분은 훗날 그가 창작의 길로 들어서는 관건이었습니다. 금전상을 수상한 시집 《딸》은 가부장제 아래 여성이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담아 만장일치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창작의 길을 시각한 것은 시가 아니라 소설이었는데요. 중학교 때부터 소설에 빠져 소설가를 목표로 여러 신문 문화면에 기고하며 소설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다만 끝없는 수정 과정이 지옥 같다는 생각으로 인해 짧고 깔끔한 시로 창작의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당시 지인의 요청으로 시 간행물 《현대시(現代詩)》의 교정을 맡았는데, 교정 과정에서 시의 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적성에 딱 맞는 장르를 찾아 시인으로서 창작해왔죠.
1982년 서른을 넘긴 링위는 첫 번째 시작 <해돋이>를 발표한 후부터 지금까지 시 창작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오픈북과의 인터뷰에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매일 쓸 수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다”며, “영감이 떠오르면 쓰고 없으면 다른 일 하고, 억지로 쓰는 것은 자신을 슬럼프에 빠뜨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직장인이 추구하는 워라벨처럼 시인 역시 삶과 창작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죠. 그는 이어 “창작 외에 인생은 할 일이 많은데,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다”며, 시인과 작품의 균형 잡힌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첫 시집 《성의 연작(城的連作)》은 타이완 현대시의 전성기가 한참 지난 1990년에야 출판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펴낸 시집마다 자신의 삶과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수상 경력과 달리 링위는 지금에 집중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1986년부터 시간《현대시》의 편집장으로 일하다 6년간 과로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자유를 되찾은 후 방문학자로 하버드대에 가 캠퍼스에서 책을 읽고 시를 쓰고 강의를 들으며 신체적과 심리적 주권을 되찾았습니다. 세 번째 시집《특집가족(特技家族)》에 수록된 〈케임브리지 다이어리〉 가 이 시기의 작품입니다.
《현대시》가 1997년 폐간된 후, 링위는 시인 샤위(夏宇), 홍홍(鴻鴻), 정수메이(曾淑美) 등과 함께 2001년 《현재시》를 창간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주제로 한 《현재시》는 기존의 창작과 독서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독특한 시 간행물입니다. 포스터부터, 전화번호부, 캘린더, 패션잡지, 신문까지 다종다양한 시각 요소를 활용해 시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한편, 서점, 미술과, 도서관과 협력해 전시를 열어 2000년대 타이완의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전대미문의 형식은 젊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형식에 치중하다 보니 시의 본질이 없어졌다는 비반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 시인들은 독자 취향에 맞추기 위해 사진과 이미지를 대량으로 넣어 시의 순수성을 파괴했다고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다만 현재의 관점에서 문학과 예술의 경계에 도전하는 것은 문학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좋은 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시》가 링위가 시를 쓰게 된 계기라면, 《현재시》는 뜻이 맞는 시인들과 함께 해낸 작품입니다. 비록 《현재시》는 2012년 제10호 발간 후부터 줄곧 휴간 상태지만, 이에 링위는 시간의 자유도를 감안할 때 어느 날 갑자기 발간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현재시》의 재개를 기다리면서 시처럼 들리는 노래, 싱어송라이터 정이농(鄭宜農)의 ‘내가 세상을 포기해도…(就算我放棄了世界)’를 틀어드립니다.
외로움에 대하여 ✨
마흔이 된 후 링위는 시 창작과 교직을 병행하면서 삶에 집중해 왔습니다. 급변하는 세상과 달리, 자본주의를 동반하는 욕망을 최소화하고 손빨래, 요리, 청소 등 평범해 보이는 순간을 충실하게 보내며 삶의 아름다움을 혼자 즐기고 있습니다. 외로움은 창작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조건이자 창작자의 숙명으로, 외로움을 즐겨야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링위는 말했습니다. 그의 삶은 시처럼 간단해 보이지만 나름의 리듬이 있습니다.
소박한 삶이지만 링위는 작품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은데요.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라이프스타일은 끊임없이 새로운 진전을 이루는 창작과 모순되지 않으며, 이미 루틴이 되었기 때문에 타인이나 환경의 제한을 받지 않고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창작은 진보라기보다는 세대마다 보는 시각이 다를 뿐, 자신을 더 넓고 먼 세상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링위의 시는 바쁜 현대인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과 성공을 추구하다 지쳤다면, 그의 시를 읽으면서 잠시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좀 전에 띄워드린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는데요. “내가 세상을 포기하더라도 나를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의 말을 조용히 듣는 나처럼(就算我放棄了世界 請你別放棄我)” 링위의 시는 이 조용한 노래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독자들을 격려하고 있겠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董柏廷,「賀!台灣詩人零雨獲頒 2025紐曼華語文學獎」,自由藝文。
2. 「賀 詩人零雨獲得第9屆美國「紐曼華語文學獎」(Newman Prize for Chinese Literature)」,國立臺灣文學館。
3. 沈眠,「詩人計畫.零雨》深情而無窮大的浩瀚系詩人」,OPENBOOK。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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