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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으로만 읽을 수 있는 화제작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

  • 2025.01.13
포르모사 문학관
번역이 불가능한 책으로 여겨졌던 일본 추리소설《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가 지난 9월 타이완에서 출판되었다. - 사진: 안우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종이책이 좋아요? 아니면 전자책이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 전자책 리더기를 구입한 후부터 전자책을 위주로 읽어왔습니다. 출퇴근길에 핸드폰 대신 리더기,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편해도 가끔씩 종이책을 그리는데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과 냄새는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죠.

지난 2023년 ‘종이책으로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화제가 된 일본 추리소설이 있었는데, 작가 스기이 히카루의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世界でいちばん透きとおった物語)》입니다. 얼핏보면 평범한 추리소설 같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작가의 신박한 발상에 놀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번역이 불가능한 책으로 여겨졌던 이 소설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지난해 9월 타이완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소식이 일본에 전해지자 많은 일본 작가들이 SNS를 통해 놀라움을 표했고, 저자 본인도 타이완판을 읽고 “완벽하게 번역하려면 전 세계에서 타이완만이 할 수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타이완판은 출판되자 품절되었고,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출판 한 달 만에 5쇄까지 찍었습니다. 스포일러가 절대 금지되고 전자책도 출판되지 않아 종이책을 직접 사서 읽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어판은 아직 출판 소식이 없지만 오늘 방송을 통해 이 희귀한 작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타이완 전자책 시장규모 📖

소설 소개에 앞서 타이완의 출판 시장 상황을 살펴봅시다.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도서 매출은 종이책 69.44%, 전자책 14.61%, 오디오북 7.93%의 순입니다. 타이완의 경우 전자책의 시장 점유율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 2.62%에서 2020년 3.57%, 2021년 4.19%, 2022년 4.14%로 상승했으며, 글로벌 통계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가 2023년 성인 회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참고할 만합니다.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2%는 종이책, 31%는 둘 다 좋다, 7%는 전자책을 선택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종이책이 여전히 주류이죠.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출판업 전체 매출이 매년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책이 가까운 미래에 주류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전자책 시장을 포기한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는 종이책에 대한 애정이 깊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타이완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가 2023년 성인 회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이책/전자책 설문조사 결과 - 사진: 보커라이 페이지 캡처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란? 🫥

줄거리를 쉽게 드리자면, 주인공 토우마는 유명 추리 소설가의 혼외자로, 어머니 곁에서 자랐고 아버지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 별세 후 전에 몰랐던 이모형제의 의뢰를 받아 아버지가 남긴 미출판 소설인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의 원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출판업에서 일했던 어머니가 2년 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주인공은 아버지가 생전에 사귀었던 몇몇 여성들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주인공은 처음에 못 이기는 척하며 의뢰를 응낙했지만 그 과정에서 바람기로 소문난 아버지의 추한 모습을 알게 되면서 복수 같은 이상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자신을 버린 사람은 영락없는 쓰레기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심리죠. 하지만 아버지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그와 불륜을 저지른 어머니가 너무 어리석지 않았을까 하는 모순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내면적 갈등 속에서 주인공은 한 걸음 한 걸음 진실에 다가갔습니다. 이어 소개할 부분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작 또는 타이완판을 읽을 생각이 있다면 다음 파트를 건너뛰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스포일러 주의※※※

주인공은 아버지의 연인들을 통해 아버지가 누군가를 죽일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아버지가 암에 시달리면서도 죽기 전에 이 소설을 꼭 완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버지가 죽일 뻔했던 사람은 바로 태어나기 전의 주인공이었고, 당시 아버지는 주인공 어머니에게 낙태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의지로 무사히 태어난 주인공은 사고로 인해 어릴 때부터 종이책을 읽으면 머리가 어지러워 전자책만 읽을 수 있는데요. 수술 후유증으로 눈이 예민해져 종이 뒷면의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주인공이 자신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설을 쓰기로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책이 출판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왜 특별할까요? 포인트는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의 모든 문장들이 좌우 대칭이라는 겁니다. 그래야 종이 뒷면의 글자가 비치지 않아 눈이 과민한 주인공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소설을 끝까지 읽지 못했는데요. 남편의 마지막 소설이 혼외자를 위해 쓰인다는 사실을 아버지의 아내가 받아들이지 못해 원고를 불태워 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아버지가 쓴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라는 책 제목을 빌려 원고를 찾는 과정을 동명소설로 썼습니다. 바로 우리가 읽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죠. 가장 투명한 이야기라고 하는 이유는 종이가 비어 있는 곳에서는 뒷면의 글씨가 전혀 보이지 않고 빛으로 비춰도 투명한 유리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에 대한 아버지의 미안함과 사랑을 담은 러브레터이자 종이책에 대한 작가의 진심 어린 고백입니다.



완벽한 죄우대칭을 이루는 문장들 - 사진: 안우산


종이책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 ❤️

사실 이야기만 보면 그다지 특별한 추리소설은 아니고, 심지어 스토리보다 형식이 앞선 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독서의 즐거움으로는 평생 한 번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이책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으면 이토록 번잡한 작업을 해낼 수 있을까. 타이완판의 편집자 차이청환(蔡承歡)은 중앙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자책 지지자로서 ‘전자책으로 출판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다가 책을 읽고 나서야 인정했다며, 타이완 독자들도 이러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타이완판 출판 작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한 타이완판의 번역자 젠제(簡捷)와의 대담에서 일본어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한자를 바꿔가며 글자 수를 조절할 수 있지만 중국어는 전혀 안 된다며 번역의 어려움을 털어놨습니다. 이에 번역자 젠제는 중국어는 어떻게든 바꿔 말할 수밖에 없지만 번역은 이런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독자들에게 독서의 감동을 일깨우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 문장이 좌우대칭일 뿐만 아니라, 책띠지의 문장까지 완벽한 좌우대칭이 되어 있습니다. 작가와 편집자, 번역자의 노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디지털 트렌드에서 종이책은 서서히 대체될 수밖에 없지만 독서의 감동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죠. 일본 언론에 따르면, 소설 속편이 오는 29일 출간될 예정인데, 작가가 또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 작품이 앞으로 한국에서 출판되면 청취자 여러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책따지의 문장까지 죄우대칭을 이룬다. - 사진: 안우산

엔딩곡으로 타이완 싱어송라이트 츠셔우(持修)의 ‘투명(透明的)’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杉井光,《世界上最透明的故事》。
2. 【有雷】《世界上最透明的故事》編譯對談
3. 吳尚軒,「【深度報導】疫後狂飆仍僅佔書市5% 電子書待克服的兩大挑戰」,太報。
4. 2023博客來全民閱讀報告
5. eBooks - Worldwide, Stat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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