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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된 신세대 작가 웅전이(翁禎翊) 🧑‍⚖️

  • 2025.02.03
포르모사 문학관
판사가 된 신세대 작가 웅전이(翁禎翊)의 최신작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그대(你在暗中守護我)》 - 사진: 보커라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9일간의 설 연휴가 지나고 오늘은 타이완의 새해 첫 근무일이자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입니다. 올 겨울은 추위가 뼈 속까지 파고드는 엄동이죠. “겨울이 깊어지면 봄도 멀지 않았다”라는 속담처럼 조금만 더 버티면 따뜻한 봄이 올 겁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8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타이완 TSMC가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액을 발표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강력한 AI 수요로 올해도 성장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TSMC는 타이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과학기술과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데요. 특히 TSMC 문화교육기금회가 1998년 설립된 후 장학금, 문화교육, 음악교육에 힘써왔습니다. 이 중 타이완 3대 신문의 하나인 《연합보(聯合報)》와 함께 2004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TSMC청년학생문학상’은 문학의 꿈을 품은 많은 젊은이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입니다. 16~20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단편소설, 에세이, 시 세 부문으로 나뉘며, 1만~30원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44만~1320만 원, 2025/1/18기준)의 푸짐한 상금이 증정됩니다.

지난 연말 신작을 출판한 신세대 작가 웅전이(翁禎翊)도 TSMC청년학생문학상을 통해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수상은 아니지만 문학상 페이스북 팬페이지의 공유를 통해 신작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그대(你在暗中守護我)》에 수록된 〈항성 같은 어른(恆星一樣的大人)〉은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글은 저자가 판사가 된 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어른의 세계에 대한 통찰과 반성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글을 쓰는 판사 웅전이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야구로 보는 청춘 이야기 🍏

1995년생인 웅전이는 일찍부터 문학적 재능을 드러낸 조숙한 작가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18살에 야구로 지나간 우정을 그린 에세이 〈포크볼(指叉球)〉을 통해 권위있는 린룽산문학상(林榮三文學獎)을 수상했습니다. 글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초등학교 반친구가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교과서를 덮고 야구에 빠졌던 지난 세월을 돌아봤습니다. 시간은 2005년,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동양인 최다승을 기록한 타이완 투수 왕젠민(王建民)이 마이너 리그에서 메이저 리그로 올라갔던 해였습니다. 왕젠민은 이듬해인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19승의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왕젠민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저자와 반친구 K도 왕젠민의 발자취를 따라 야구의 꿈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프리미어12 경축 퍼레이드에 참여한 왕젠민 투수 코치 - 사진: CNA 

K는 포크볼을 잘 하는 반에서 최강의 투수지만 그와 같은 팀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복잡한 가정배경 때문에 담임선생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K를 멀리하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에야 이를 알게 된 저자는 당시에 왜 담임선생이 자꾸 야구를 하지 말라고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죠.

초등학교 졸업식 전날의 경기에서 저자는 K와 맞붙었습니다. 저자는 타자, K는 투수, 9회말 3루에 주자가 있습니다. 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공이 떨어졌습니다. 3루 타자는 함성을 지르면서 홈으로 돌아왔습니다. K가 던진 볼넷으로 경기가 끝났고 저자와 K의 우정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졸업 후 진학을 위해 공부에 몰두한 저자는 야구를 포기했고, 중학교 야구부에 가입한 K는 코치와 다투다 결국 야구부를 떠났습니다. 저자가 다시 K의 소식을 들었을 때 곧 결혼할 K는 이미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야구 경기를 통해 인생을 썼습니다. 마지막 공을 치지 않고도 이긴 저자와 힘껏 던지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K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전자는 타이완 최고 명문대 타이완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해 이른바 ‘인생의 승리자’가 되었고, 후자는 한동안 건달 생활을 했지만 새 가정을 꾸렸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문단의 주목을 받은 저자는 대학교 이후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0년 수상작〈포크볼〉이 수록된 첫 에세이집 《행성이 찬란할 때(行星燦爛的時候)》로 정식 등단했습니다. 이 작품은 12살부터 24살까지 입시의 스트레스 속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법학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기록했습니다. 한 마디로 저자의 청춘을 담은 작품이죠.


웅전이의 데뷔작 《행성이 찬란할 때(行星燦爛的時候)》 - 사진: 보커라이

18살에 린룽산문학상을 받았지만 웅전이는 대학 이후 문학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유시문예(幼獅文藝)》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에서 A조 센터를 맡다가 B조, C조로 떨어진 연습생으로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좌절은 나쁜 일이 아니고 오히려 그가 쓰고 싶은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수’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데뷔작을 편집할 때 일부러 〈포크볼〉이외의 모든 문학상 수상작을 제외했습니다. 첫 에세이집으로는 이례적인 일인데요.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우수는 진정한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음에 잘했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처럼 인생도 예측 불가한 여정이죠. 

그 뒤의 이야기를 담은 최신작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드대》를 소개하기 전에, 타이완 인디밴드 ‘굿 밴드(好樂團, Good Band)’의 ‘당신에게 청춘을 줄게(我把我的青春給你)’를 띄워드립니다.


좋은 판사는 법에 능통할 뿐이 아니야 ⚖️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그대》 출판에 앞서 웅전이는 《연합보》에서 신작에 수록된 글,  판사의 일상과 남모르는 내면을 담은 〈항성 같은 어른〉을 우선 공개했습니다. 서른 살에 판사가 된 저자는 직장동료들의 지나친 존경심 때문에 초조해하는데, 그 이유는 언젠가는 그 존중을 당연시하게 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그의 서기관이 피고인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분노한 저자는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엄중히 사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과를 받은 서기관은 재판이 끝난 후 저자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저자는 방금 한 것은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 자신의 대학교수가 한 말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도 유사한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시절 조교를 맡았던 저자는 한 온라인 수업에서 장비 문제로 인해 학생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했는데, 항상 친절한 교수는 악의적인 댓글을 보자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향해 긴 말을 했습니다. 교수의 협조로 저자는 사과를 받았고, 자책 대신 존중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당시 자신이 행성 같은 소년으로, 겉으르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실은 다른 사람을 통해 빛을 발 할 수 있다며, 반대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교수는 별처럼 아름다운 빛이 나는 항성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제 판사가 된 저자도 교수처럼 항성 같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글 마지막에 저자는 좋은 판사는 법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옹정익의 작품은 심오하고 난해한 글이 아니라, 언제나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자신에게 일깨워주는 존재입니다. 영화 <인셉션>에서 현실인지 꿈인지 알려주는 주인공의 팽이처럼, 우리 인생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필요하죠. 2025년의 시작은 좋은 책을 읽으면서 새해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웅전이가 강조하는 선의를 가지고 봄을 기다립시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翁禎翊,〈指叉球〉。
2. 翁禎翊,恆星一樣的大人。
3. 蔣亞妮,「只要成為一顆行星:翁禎翊在《行星燦爛的時候》」,幼獅文藝。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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