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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은 당신의 초능력!” 라이온 펜슬과 라이온 출판사

  • 2024.09.23
포르모사 문학관
지난 11일 금정장(金鼎獎) 시상식에서 줘룽타이(卓榮泰, 좌) 행정수반으로부터 특별공로상 트로피를 수여받은 리셴원(李賢文, 우) 라이온 출판사 대표 - 사진: CNA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어느 날 곰 한 마리가 거리를 걷다가 버터 파이 여러 개를 맞고 사자로 변했습니다. 버터가 일본 도넛처럼 머리에 달라붙어 수사자의 갈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사자로 변한 곰은 거울에 비친 머리 위의 버터 덩어리가 녹기 시작한 것을 봤습니다. 그는 버터가 다 녹으면 다시 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며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타이완 문구기업 라이온 펜슬(雄獅鉛筆)이 2006년 선보인 마스코트 광고 ‘버터 라이온(奶油獅)의 탄생’, 그리고 2017년 출판된 버터 라이온의 그림책 《버터가 녹았어요(奶油融化了)》를 바탕으로 한 겁니다. 약 20년 전 라이온 펜슬은 기업 브랜딩을 위해 귀여운 라이온 마스코트와 함께 “상상력은 당신의 초능력!(想像力是你的超能力)”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중국어 기업명인 ‘슝사(雄獅, 수사자)’는 ‘곰 사자(熊獅)’와 발음이 같아 버터를 맞고 사자로 변한 곰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소설 《어린 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뱀이냐 모자냐’의 이야기처럼 상상력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버터 라이온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버터가 녹았어요》 - 사진: 청핑서점

이후 버터 라이온이 큰 인기를 끌면서 라이온 펜슬은 다양한 굿즈를 출시하고 이를 주인공으로 한 어린이책 《버터가 녹았어요》를 출판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 변화를 인식시키는 데 목적을 둔 이 작품은 정해진 결말이 없고, 버터가 녹는 이유는 기쁨일 수도 있고, 슬픔일 수도 있고, 다시 곰으로 변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라이온 펜슬은 문구를 파는 회사지만, 우리에게 상상력의 무궁한 가능성을 일깨워 줬습니다. 

타이완 문화부가 주최하는 도서출판대상 ‘금정장(金鼎獎)’이 지난 8월 중 2024 수상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라이온 펜슬의 관계회사 라이온 출판사의 리셴원(李賢文) 대표가 특별공로상을 수상했습니다. 평생 미술 교육에 힘써온 리셴원은 라이온 펜슬 리이원(李翼文) 대표의 친형이며, 1971년 월간지 《라이온 미술(雄獅美術)》을 시작으로 400권 이상의 미술 도서를 출판해 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버터가 녹았어요》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정부 차원의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이 개관하기 훨씬 전에 ‘라이온 미술상’을 설립해 훗날 문화예술 발전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지난 11일 금정장 시상식에서 줘룽타이(卓榮泰) 행정수반으로부터 트로피를 수여받은 리셴원은 “48년 전 제1회 금정장에서 창간된 지 5년이 된 《라이온 미술》 이 우수잡지상을 받았고, 지난해 영업을 마친 라이온 출판사가 올해 특별공로상을 받는 등 금정장은 라이온의 시작과 끝에서 시종일관 지지를 보여주며 구체적 행동으로 타이완 미술계를 고무시켰다고 언급했습니다. 특별공로상 수상자는 리셴원 개인이지만, 수상소감을 밝히는 내내 ‘나’가 아닌 ‘라이온 출판사’를 주어로 한 그는 “이 상은 출판사 전체 동료, 작가, 독자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라이온 미술》은 창간 25주년인 1996년 과도한 상업화로 폐간된 데 이어, 라이온 출판사도 재정 적자와 시대적 변화로 지난해 일단락되었습니다. 이에 리셴원은 “오늘 많은 젊은 수상자들을 보고 타이완 출판계의 에너지를 실감했다며, 독자가 있는 한 작가도 계속 글을 쓸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뛰어난 비즈니스 마인드로 라이온 펜슬을 빛나게 한 동생 리이원, 그리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통해 타이완 미술계를 지탱해온 형 리셴원, 오늘은 도전정신이 넘치는 라이온 형제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이온 기업의 시작은 리이원과 리셴원의 아버지 리아무(李阿目)가 1934년 창립한 제지회사로, 1956년 ‘라이온’이라는 이름으로 문구를 제조,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유화를 배우던 리셴원은 대학 4학년 때 아버지에게 미술 잡지를 만들도록 설득해 1971년 《라이온 미술》을 창간했습니다. 리아무는 고등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일본 문화산업에 관심이 많아 아들의 의견을 들어줬습니다. 미술관도 갤러리도 없던 시절에는 아주 대담한 발상이었죠. 그러나 수학과를 전공한 리셴원은 미술 지식에 대한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해 졸업 후 잡지를 당시의 편집장 허정광(何政廣)에게 맡기고 파리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시야를 넓힌 그는 장쉰(蔣勳), 시송(奚淞) 등 타이완 문예계 인사들을 만나 그들을 훗날 《라이온 미술》의 편집장으로 초청했습니다. 

타이완이 ‘문화의 사막’으로 불렸던 1970년대, 이 잡지는 문화계의 카톡방처럼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을 연결시키고 작품을 발표, 교류, 평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에 힘입어 규모가 작은 무료 잡지에서 타이완 최고의 예술 잡지로 부상했습니다. 잡지를 시작으로 서양, 중국, 타이완 미술사전과 연감을 편찬하며 타이완 미술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동시에 갤러리, 예술서점, 미술용품 전문점, 미술교실 등 미술 기구를 설립해 미술 인재의 육성에 주력해 왔습니다. 리셴원은 금정장 시상식에서 “나는 평생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며 없었던 길을 끝까지 걸어왔다”며, “50년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온 출판사가 없었다면 타이완 미술도 없었을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라이온 출판사를 위해 사자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의 OST를 틀어드립니다.

《라이온 미술》 편집장을 맡았던 화가 시송은 리셴원, 리이원 형제를 수사자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한 바 있는데요. 형 리셴원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지만 예술가처럼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일처리가 깔끔한 한편, 훌륭한 안목을 가진 동생 리이원은 회사의 장점을 살려 라이온 펜슬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갔습니다.

라이온 펜슬은 중국 문구업의 위협에도 해마다 10억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417억 원, 2024/9/11 기준)의 연간 매출을 창출하며, 미국 월마트와 디즈니, 일본 산리오의 수주와 함께 동남아, 중동 진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좋은 성적은 시장 수요에 대한 정확한 관찰, 그리고 신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혁신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리이원에 따르면, “문구를 장난감, 그리고 과학기술과 접목시킨다”는 것이 라이온 펜슬의 핵심 전략입니다.

백수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처럼,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은 라이온 형제는 각자의 재능을 발휘해 타이완의 문구산업과 미술산업을 세계무대로 끌어올렸습니다. 예술과 문화는 나라의 소프트파워로 국방과 외교에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죠. 타이완 문화계에 평생을 바친 라이온 형제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뿐만 아니라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법까지 보여줬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王寶兒,「李賢文獲金鼎獎特別貢獻獎 喊話相信台灣出版生命力」,中央社。
2. 邱祖胤,「雄獅圖書熄燈 李賢文:台灣美術道路不會結束」,中央社。
3. 王俊傑、黃建宏、林怡秀、雷逸婷,「編輯台前,人與時代的在場:李賢文訪談」,現代美術PLUS。
4. 馬岳琳,「李賢文、李翼文 — 雄獅兄弟的繽紛人生」,天下雜誌。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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