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즐길거리가 가득한 콘텐츠의 시대입니다. 여가 시간에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 유형을 꼽으라면, 저 개인적으로는 책, 음악, 팟캐스트, 영화, 드라마, 예능, 유튜브, 애니메이션, 가끔씩 웹툰도 찾아봅니다. 콘텐츠 산업이 발전할수록 미디어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웹툰의 영상화, 영화의 소설화, 시의 음악화 등 콘텐츠 전환은 오래 전부터 새로운 소식이 아니었죠. 디지털 시대에 탄생한 유튜브가 영상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 처럼, 웹툰과 웹소설도 문학과 출판의 정의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미생>, <신과 함께>, <이태원 클라쓰>, <무빙>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타이완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웹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 웹툰이 2014년 라인웹툰이라는 이름으로 타이완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한 후 오랫동안 일본 만화가 독점해온 타이완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반 만화에 비해 1회당 분량이 짧은 웹툰은 스마트폰을 수시로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겨냥하여, 모바일 환경에 부합하는 스토리보드는 물론, 빠른 스토리 전개를 통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대인들이 통근 시간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합니다. 타이완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콘텐츠 소비 트랜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전통 만화, 46%가 웹툰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웹툰 이용 비율은 10대 68%, 20대 57%, 30대 46%, 40대 38%, 50대 37%, 60대 28%로 연령에 반비례합니다. 역시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소비문화입니다.

2022년 타이완인 웹툰 이용 비율은 10대 68%, 20대 57%, 30대 46%, 40대 38%, 50대 37%, 60대 28%로 연령에 반비례한다. - 사진: 타이완콘텐츠진흥원
올해로 타이완 라인웹툰 10주년을 맞아 한국 웹툰작가계 대표 커플로 유명한 <여신강림> 야옹이(본명 김나영) 작가와 <프리드로우> 전선욱 작가가 지난 20, 21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만툰툰 여름 파티(漫TOON²夏日派對)’에 참여해 타이완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부부가 함께 타이완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야옹이 작가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여신강림>의 드라마화 과정을 공유하면서 IP 라이선스를 통해 작품을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 산업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선욱 작가는 플랫폼이 작가에게 제공하는 지원, 그리고 다른 웹툰 작가와의 협력 경험을 언급하며, 타이완에서 팬미팅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타이완 ‘만툰툰 여름 파티(漫TOON²夏日派對)’에 참석한 한국 웹툰 <여신강림> 야옹이(본명 김나영) 작가 - 사진: 라인웹툰 페이스북
현재 타이완에서 웹툰 플랫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라인웹툰은 한국 작품을 타이완에 소개하는 것 외에도 100명이 넘는 타이완 현지 작가들을 발굴했습니다. 야옹이 작가, 전선욱 작가와 함께 10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타이완 웹툰 작가 엠리자드(M蜥, Mlizard)가 이 중 한 명인데요. 타이완의 종교문화를 담은 미스터리 로맨스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要是未曾相遇就好了)>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그는 청각장애인이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창작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습니다. 지난해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으로부터 ‘생명사랑 훈장’을 수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표작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의 드라마화도 확정되었습니다. 그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라인웹툰이 주최하는 웹툰 공모전과 웹툰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플랫폼이 창작자에게 열어준 새로운 가능성을 긍정했습니다.
IP 기반의 콘텐츠 전환은 이야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죠.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될 때 이야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차별적인 재미와 예술성을 구현하고, 동시에 콘텐츠 개발에 소요되는 작업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결과물이 어떻든 웹툰 팬덤의 기초 위에 일정 수의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웹툰의 영상화가 콘텐츠 산업의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M리자드의 작품뿐만 아니라, 라인웹툰에 연재 중인 이색적인 농구 코미디 <집돌이의 농구(宅男打籃球)>, 타이완 민간신앙을 주제로 한 <길 안내자(引路人)>, 미스터리 스릴러인 <검은 상자(黑盒子)> 등 타이완 웹툰들도 드라마 또는 영화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해 한국의 또 다른 웹툰 플랫폼 카카오 웹툰도 2021년 타이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오명수 카카오 웹툰 타이완 CEO는 타이완 언론 보도자(報導者)와의 인터뷰에서 웹툰은 인터넷 만화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의 하나라며, 타이완사람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력이 강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 기업 외에 타이완 웹툰 플랫폼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 플랫폼으로는 타이완콘텐츠진흥원 산하 CCC웹툰(CCC追漫台), 게임사 감마니아 소속 모조인(MOJOIN)이 있는데, 전자는 3개월에 한 번씩 투고 모집을 하고, 후자는 창작자 기고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난 2월 열린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서 CCC웹툰, 모조인, 라이웹툰 등은 타이완콘텐츠진행원이 주최한 타이완만화관 관련 활동에 참여한 바 있는데요. 올해 타이완만화관의 테마는 우주비행선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타이완 만화의 유니버스를 상징합니다. 만화는 마법처럼 우리를 다른 우주로 데려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타이완만화관은 오늘(29일)까지 열린 2024 타이완만화박람회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린 2024 타이완만화박람회에 참여한 타이완만화관 - 사진: CNA
이어서 올해 타이완만화관의 테마에 딱 맞는 노래, 판샤오쉬안(范曉萱)의 ‘꼬마 마법사의 마법책(小魔女的魔法書)’을 틀어드립니다.
다음으로 최근 영화화에 이어 뮤지컬화까지 확정한 타이완 오리지널 웹툰 <결혼 안 하는 세 자매(不想結婚的三姐妹)>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타이완의 전통 결혼 가치관에 도전하는 이 작품은 한 집에 사는 세 자매가 성격과 직업이 다르지만 똑같이 비혼의 삶을 추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혼보다는 자신의 삶에 더 충실한 생활 태도가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올해 초 단행본 출시 이래 세 차례 재판에 들어갔습니다. 웹툰 원작가 르샤짜오(日下棗)는 지난 19일 뮤지컬 기자회견에서 뮤지컬화를 통해 웹툰의 팬덤을 넓히고 타이완 만화의 대중화를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이 작품으로 불안감을 극복하고 웹툰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독자의 피드백을 받은 적 있는데, 작품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준 모든 독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 오리지널 웹툰 <결혼 안 하는 세 자매(不想結婚的三姐妹)>의 동명 뮤지컬 기자회견. 웹툰 원작가 르샤짜오(日下棗, 좌3)도 출석했다. - 사진: CNA
타이완 웹툰 혹은 만화 산업은 일본, 한국, 미국에 비해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100%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는 이 다원화된 땅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여전히 잠재력이 큽니다. 웹툰 플랫폼과 정부의 추진으로 최근 타이완 웹툰은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타이완 최초의 국가급 만화박물관이 타이중에 개관한 가운데, 앞으로 정부 차원의 더 많은 지원과 협력이 기대됩니다. 콘텐츠 산업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웹툰이 더욱 활발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플랫폼, 웹툰 작가, 출판사의 노력 외에 독자들의 지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타이완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타이완의 작품과 창작자들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文化內容策進院,《2022年臺灣文化內容消費趨勢調查報告》。
2. 王寶兒,「韓漫女神降臨與青春白卷作者夫妻檔 首度攜手訪台」,CNA。
3. 徐筱嵐,「成為漫畫家的理由 M蜥:做不到放棄 用畫筆證明我選擇的人生」,太報。
4. 洪琴宣、陳德倫,「網路條漫世代崛起!韓國平台如何打造跨國漫畫生態系、黏住8千萬讀者?」,報導者。
5. 葉冠吟,「台漫『三個不結婚的女人』不只電影化 再推音樂劇」,CNA。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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