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올해로 32회째를 맞은 아시아 최대, 세계 제4대 국제도서전인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이 지난 2월 25일 순조롭게 막을 내렸습니다. ‘캐치 더 리딩 웨이브(閱讀造浪, Catch the Reading Wave)’를 주제로 한 올해 도서전에는 총 34개국, 출판사 509개, 해외 출판 관계자 654명이 참여했으며 저작권 상담 회의는 1910회로 작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람객의 경우 6일 동안 55만 명을 기록해 거의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도서전 개막일인 지난 20일 오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개막식에 참석해 도서전 문학상 및 출판디자인상인 금접장(金蝶獎)의 수상자들에게 상을 수여했습니다. 차이 총통은 치사에서 “이번 타이베이도서전은 2024년에 들어 동아시아 지역의 첫 국제도서전”이라며, “주빈국으로는 타이완과 함께 자유, 민주,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네덜란드가 초청되었으며 도서전을 통해 양국의 우의가 더욱 두터워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차기 총통으로 당선된 라이칭더(賴清德) 부총통이 주빈국관에서 주타이완 네덜란드 대표와 서적을 교환했고 도서전에서 책 61권을 구입했습니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 참여한 차이잉원 총통(좌1) - 사진: 안우산
현 총통, 부총통 외에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도 도서전에 등장해 막 출판된 최신 회고록의 신간발표회에 참석했습니다. 도서전 기간 동안 천지엔런(陳建仁) 행정원장, 정원찬(鄭文燦) 부원장,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시장, 수전창(蘇貞昌) 전 행정원장, 정리쥔(鄭麗君) 전 문화부 장관 등 많은 정부 고위직이 참여해 실제 행동으로 타이완 출판업을 지지했습니다. 자오정민(趙政岷) 타이베이국제도서전 기금회 이사는 “문화부의 적극 지원과 국내외 작가의 참여 덕분에 올해 도서전에는 막대한 인파가 몰려 타이완 출판업의 에너지를 입증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올해는 타이완이 세계무대에 오른 지 4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624년 네덜란드인이 타이완 남부 타이난(台南)에 질란디아 요새를 세워 타이완에 대한 38년 간의 식민지 통치를 시작했습니다. 명나라로부터 ‘임금의 교화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化外之地)’으로 여겨졌던 타이완섬은 이때부터 세계사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400년 후인 2024년, 타이완과 네덜란드는 각각 아시아 최초, 세계 최초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로 긴밀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빈국관에 들어가기 전에 타이완과 네덜란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는데, 라이 부총통은 이곳에 안내원의 소개를 들으면서 한참 머물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일러스트 작가 딕 브루너(Dick Bruna)가 만든 토끼 캐릭터 ‘미피(Miffy)’도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인데, 독자들은 귀여운 미피 인형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섰습니다. 주빈국관은 타이완-네덜란드의 교류 역사, 네덜란드 당대문학, 네덜란드 아동문학 등 세 가지 전시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속가능한 건축 재료로 구축되어 환경에 대한 네덜란드의 중시를 입증했습니다.
주빈국관인 네덜란드주제관 - 사진: 안우산

네덜란드 인기 토끼 개릭터 미피(Miffy) - 사진: 안우산
도서출판, 정부 차원의 교류 외에 음식문화의 교류도 이번 전시회에서 펼쳐졌습니다. 지난 2월 21일 네덜란드에 정착, 차 전문가 면허증을 보유한 타이완인 리루팅(李如珽)이 주빈국관에서 네덜란드 치즈와 어울리는 타이완 차를 소개했습니다. 리루팅이 갖고 있는 직업은 ‘티 소믈리에(tea sommelier)’라고 하는데, 최근 몇 년 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새로운 직업으로 차의 역사, 종류, 생산과정 등 전문지식을 가지고 고객이 주문한 요리와 어울리는 차를 추천하는 티 전문가입니다.
리루팅은 보통 치즈하면 레드 와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타이완차의 식감과 맛은 치즈와 찰떡궁합이라며, 네덜란드에서 일하면서 차, 버블티에 대한 젊은 네덜란드인들의 관심을 발견한 후 이 의외의 조합이 생각났다고 밝혔습니다. 행사 현장에서는 네덜란드의 남부 하우다(Gouda) 지방에서 생산한 하우다 치즈, 그리고 타이완의 홍차와 우롱차가 제공되며, 참여자들은 취향에 따라 체험하고 싶은 조합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한 참여자는 해산물수프, 초콜릿, 일본식 육수 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네덜란드 치즈와 타이완 차 - 사진: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제공
한편 올해 도서전에는 한국주제관이 없지만 SF소설 《천 개의 파랑》으로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일러스트 작가 이수지 등이 초청되었습니다. ‘괴물신인’이라 불리는 천선란 작가는 첫 해외 팬미팅을 타이완 독자에게 선사했습니다. 《천 개의 파랑》은 그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며 각종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보편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우연히 인지 능력 칩이 들어간 휴머노이드 경마 기수 '콜리'가 과도한 혹사로 인해 크게 다친 경말 '투데이'를 위해 스스로 낙마한 이후 벌어진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천선란 작가는 도서전 행사에서 “이 소설은 한국 경마계의 스캔들에서 영감을 받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은 한 줄에서부터 시작한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타이완 독자는 남성의 관점에서 접근한 대부분 SF소설과 달리 천선란 작가의 작품은 따뜻하고 서정적이라 읽는 내내 종종 울컥했다며, 천선란 작가의 첫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이 타이완에서 출판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괴물신인'이라 불리는 천선란 작가 - 사진: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제공
또한 아동문학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의 수상자 이수지 작가도 이번 도서전을 통해 처음으로 타이완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이완 방문 계획을 4년 후로 미룬 그는 《여름이 온다》, 《파도야 놀자》, 《그림자 놀이》 등 작품으로 타이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책의 물성과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판타지 세계와 현실 세계의 묘한 경계를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되도록 페이지의 경계를 피하는 대부분 그림책과 달리, 이수지의 작품은 경계선을 거울, 선, 벽, 바닥 등으로 만들어 독자들을 그의 그의 환상 세계로 초대합니다.
이수지 작가는 도서전 특강에서 “그림책은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즐겨 읽는 작품”이라며, “어른들은 항상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다뤘냐고 물었는데, 책 취지보다 어린아이처럼 마음대로 상상하고 해석하는 것이 포인트이고 규칙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동문학에 국한되지 않고 무궁한 상상력을 통해 이수지만의 판타지 세계를 구축해 초심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 줬습니다.

아동문학 노벨상의 수상자 이수지 - 사진: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제공
전 세계에서 온 출판업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것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오는 6월 개최될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많은 타이완 작가들과 출판업자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합니다! 엔딩곡으로 올해 타이베이도서전에 참여한 홍콩 작사가 린시(林夕)가 작사, 가수 겸 배우인 왕페이(王菲)가 노래한 ‘약소(約定)’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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