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최근 타이완 페이스북에서 글 한 편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9월 20일까지 좋아요 수는 4,910개, 공유 수는 2,182개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은 올해 TSMC청년학생문학상(台積電青年文學獎) 단편소설상을 수상한 <귀가 있어도 입은 없다(有耳無喙)>입니다. 저자는 현재 타이중제일고등학교(台中一中) 2학년 재학생 셰완퉁(謝宛彤)입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타이완 TSMC의 문화교육기금회와 일간지 연합보(聯合報)가 공동 주최하는 TSMC청년학생문학상은 16-20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입니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TSMC청년학생문학상은 소설, 시, 에세이 등 3가지 부문이 있으며 타이완 신예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대표적인 신인문학상입니다.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타이완 작가 주요우쉰(朱宥勳)과 중민루이(鍾旻瑞)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단편소설상의 수상작은 장기요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간병 대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노인이 아니라 교통사고와 당뇨병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저자의 삼촌입니다. 제목 <귀가 있어도 입은 없다>는 타이완어 속담에서 비롯된 것인데, 원문은 “아이는 귀가 있어도 입이 없다(囡仔人有耳無喙, Gín-á-lâng ū-hīnn-bô-tshuì, 小孩子有耳朵沒嘴巴)”입니다. 이 속담은 아이가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어도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는 뜻입니다. 과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의 자주적 사고능력과 표현력보다는 아이가 말을 잘못했느냐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소위 ‘어른들의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아이한테 “들어도 묻지 말라”, “입을 꽉 다물라” 등의 말을 자주 했죠. 이러한 교육방식은 아이의 자주성을 빼앗고, 심지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는 비록 아이들이 용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격려하지만, 이처럼 뿌리 깊은 관념은 여전히 타이완 사회에 존재합니다. 특히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쉬쉬해야 합니다.
이 작품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로 볼 수 있고, 저자 할아버지 집의 부엌에서 시작됩니다. 식탁 옆에서 빠른 속도로 작동하는 가래흡입기, 큰 소음을 내는 천장 선풍기,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와 소독약 냄새… 비좁은 부엌은 삼촌의 병상 때문에 더 비좁아졌습니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려는 저자는 항상 할머니에게 혼나며 질문을 해도 할머니의 잔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식사 후 어머니는 늘 저자에게 “쓸데 없이 참견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아버지는 항상 따뜻한 눈빛으로 저자를 위로합니다.
옛날 저자가 할아버지 집에 살았을 때 삼촌은 자주 그를 매점에 데려가 간식이나 아이스바를 사줬습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아래 저자는 삼촌의 오토바이에 앉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삼촌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당뇨까지 악화되어 삼촌은 점점 외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자를 데리고 매점에 가서 간식을 사주고 싶어했습니다. 다만 이미 자란 저자는 더 이상 어린 시절처럼 천진난만하지 않고, 삼촌이 왜 이렇게 철이 없는지, 왜 몸을 잘 챙기지 않는지만 생각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촌은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시골 매점에서 펼쳐진 삼촌과 초카딸의 아름다운 추억은 이제 끝났습니다.
삼촌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구급차 소리가 휴대폰 진동 소리처럼 자주 들리며 병원을 찾는 일도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요리사였던 할아버지는 항상 좋은 요리를 한 상 가득 차려 놓았지만, 이 좋은 요리는 결코 의사가 말한 좋은 음식이 아닙니다. 할아버지 집에서든, 저자가 살고 있는 집에서든, 온 가족이 삼촌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꺼내지 않고, 남들이 물어봐도 어물어물 넘깁니다. 삼촌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입을 다뭅니다.
식탁에도 점점 조용해집니다. 중국어에 서투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타이완어를 잘 못하는 손자들, 그리고 눈치만 보는 어른들… 온 가족이 침묵에 빠졌습니다. 시끄러웠던 부엌에는 음식을 씹는 소리와 가래흡입기의 소리만 들립니다. 어느 날 삼촌은 기침을 심하게 했는데도 온 집안사람들이 아무 소리도 못 들은 듯 자기 일을 게속했고 저자만 삼촌의 병상으로 다가갔습니다. 가래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르고 땀투성이 된 삼촌을 본 저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핏발이 선 눈동자가 도움을 청하는 듯 보이며 반쯤 벌어져 있는 입이 무슨 말을 하려 해도 하지 못했습니다.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기 시작한 저자는 거울 속에 비친 창백한 얼굴을 보면서 한동안 넋을 잃었습니다. 그 후 저자는 삼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저자는 이렇게 작성했습니다. “삼촌의 가슴에 있는 거즈에 핏자국이 날 때마다 할머니는 새로운 거즈를 가지러 가지 않는다. 나는 속으로 삼촌이 아프냐고 물어봐야 할지 말지 고민한다. 삼촌은 그저 계속 기침을 한다. 마치 아이스바를 먹다가 사레가 든 것처럼, 숙모가 상속유산을 위해 할어버지 집으로 찾아온 것처럼, 친척들의 감정 없는 관심처럼, 의사가 삼촌의 상황을 의미심장하게 말한 것처럼, 목에 가래가 낀 느낌처럼, 삼촌이 떨리는 손으로 젓가락을 쓴 것처럼, 삼촌은 마치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기침을 계속한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문학생 심사를 맡은 타이완 작가 린쥔잉(林俊頴)은 “저자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하나도 평범하지 않은 식사 장면부터 시작해 가정을 잔혹한 극장으로 만들며 동양인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작가 천쉐(陳雪)는 “저자는 삼촌과 말하고 싶은 유일한 가족으로서 가족의 상처를 생생하게 묘사해냈다”며 “작품 읽는 내내 아픔을 느끼고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저자는 수상소감에서 “삼촌, 잘 지내셨나요? 제가 상을 받았어요. 제 말을 들으시면 좋은 신호를 주세요.” 라고 했습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시대의 뒤떨어진 속담에서 벗어나, 말을 아끼지 않고 자주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이 있는 이상 말로 마음을 표현해야 하죠.
엔딩곡으로 2020년 타이완 금곡장(金曲獎) 최우수 여자가수상을 수상한 웨이루쉬안(魏如萱)의 노래 ‘그 곳(彼個所在)’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래는 타이완어, 중국어, 영어, 광동어로 창작되어 2018년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홍콩 가수 루카이통(盧凱彤)을 기념하기 위한 곡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 ‘그 곳’, 즉 천국에 간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노래의 영어 제목은 헤븐(Heaven)입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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