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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 타이완식 발렌타인데이,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 2023.08.21
포르모사 문학관
중국 베이징 이화원(頤和園)에 있는 견우직녀 벽화 - 위키백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귀신의 문이 열렸지만 사랑의 힘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일은 타이완과 중국의 발렌타인데이, 칠석(七夕情人節)입니다. 사랑의 시즌을 맞이해 호텔, 레스토랑, 놀이공원, 리조트 등이 커플을 겨냥한 칠석 특별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싱글들을 위한 곳도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인연을 관장하는 신, 월하노인(月下老人, 약칭 월노月老)을 모시는 사당(月老廟)입니다. 타이완에서 가장 신통한 월노 사당은 이번주 <랜드마크 원정대>에서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우선 칠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의 인연을 관장하는 신 '월하노인(月老)' - 사진: 중화민국 교통부 광관국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도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사죠. 타이완은 한국만큼 매월 14일마다 사랑에 관한 기념일이 없지만 여전히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 그리고 음력 7월 7일 칠석을 지냅니다. 이 중 칠석은 옥황상제의 벌을 받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烏鵲橋)에서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로 전해집니다만, 애초에 견우와 직녀는 사람이 아니라 별자리일 뿐이었습니다.

수러우운(蘇柔雯)의 석사논문 〈칠석날의 유래 및 풍속에 관한 연구 (七夕節的由來及其節俗研究)〉에 따르면, 농업사회에서 자연에 크게 의지했던 사람들이 하늘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으로 원시종교를 만들어내어 별자리를 인격화 또는 신격화시켰습니다. 가을철에 익은 농작물을 수확한 음력 7월, 이 때 하늘에서 가장 빛나고 각각 동쪽과 서쪽에 있는 견우성과 직녀성은 사람의 숭배 대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남경여직(男耕女織), “남자는 농사짓고 여자는 베를 짠다”는 전통 농업 구조에서 견우성은 수확이 많은 풍년, 직녀성은 가문의 번창을 기원하는 이미지를 부여받았습니다.

중국 최초의 시집《시경(詩經)》에서 직녀성과 견우성은 겉만 번지르르한 권력자를 풍자하는 천체로만 사용되었고 아직 사랑 이야기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維天有漢,監亦有光。跂彼織女,終日七襄。雖則七襄,不成報章。睆彼牽牛,不以服箱。 -《詩經》

한나라 시대에 들어 견우직녀의 전설은 크게 발전되어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후한 시작〈고시십구수(古詩19首)〉의 하나인 〈초초견우성(迢迢牽牛星)〉에서 은하수로 가로막힌 견우성과 직녀성을 통해 이별의 슬픔을 표현했습니다. 이 때부터 견우와 직녀는 점차 인격화되었습니다.

迢迢牽牛星,皎皎河漢女。
纖纖擢素手,札札弄機杼。
終日不成章,泣涕零如雨;
河漢清且淺,相去復幾許!
盈盈一水間,脈脈不得語。
-〈迢迢牽牛星〉

그러나 이루지 못한 사랑은 결코 사람들이 원하는 해피엔딩이 아니죠. 둥지를 잘 짓고 사랑에 충실한 까치가 견우와 직녀가 재회할 수 있게 만드는 최상의 인선으로 꼽혔습니다. 후한 말의 서적 《풍속통의(風俗通義)》에서 견우직녀가 칠석날에 까치가 놓은 다리로 은하수를 건너 재회했다는 묘사가 나타났습니다. 그 후 이 비극적인 이야기가 점점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織女七夕當渡河,使鵲為橋。 -《風俗通義》

그런데 왜 7월 7일을 선택했을까요? 견우성과 직녀성은 진짜로 음력 7월 7일에 만나는 건가요? 견우성과 직녀성의 거리는 16광년 정도라고 하는데, 직녀성이 가만히 있다고 해도 견우성은 빛의 속도로 16년 동안 움직여야 직녀성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과학적으로 볼 때 견우성과 직녀성은 만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중국 학자 위단(于丹)에 따르면 옛날 중국사회에서 1, 3, 5, 7, 9 등 홀수가 행운의 숫자, 양수(陽數)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음력 1월 1일(설날), 3월 3일(삼짇날), 5월 5일(단오), 7월 7일(칠석), 9월 9일(중양) 모두 좋은 날입니다. 또한 짝수인 2와 6이 음수(陰數)에 속하지만 “짝이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음력 2월 2일(타이완 토지신 투디궁土地公 생신)과, 6월 6일(옥황상제가 인간 세계를 순시하는 천황절) 등도 길한 날짜입니다. 그리고 앞에 언급한 논문에 따르면, 매월 7일(음력)은 양기가 충만한 시점으로 대를 잇기 적합한 날이라고 합니다. 2개의 7이 쌍을 이루는 7월 7일은 더더욱 상서로운 날이죠. 견우와 직녀가 칠석에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다만 유교와 봉건사상의 대두와 함께 음양의 융합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기 보다 여자가 전통 예절에서 해방되어 마음껏 놀고 쉬는 방향으로 변모되었습니다.   

칠석이 중국의 발렌타인데이가 되기 전에, 베를 잘 짜는 직녀에게 좋은 손재주를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치차오제(乞巧節/七巧節)’였습니다. 또한 전설에 따르면 직녀는 옥황상제의 7번째 딸인데,  직녀의 언니들이 직녀와 견우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협조를 몰래 제공했습니다. 그 후 직녀와 언니들은 아이의 수호신인 ‘치싱냥냥(七星娘娘)’ 또는 ‘치냥마(七娘媽)’가 되었고, 음력 7월 7일도 여자를 위한 명절 ‘뉘얼제(女兒節)’가 되었습니다. 현재 타이완 남부 타이난(台南), 중부 장화(彰化) 루강(鹿港)에서 여자아이가 16살이 되면 성년례를 치르고 직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做十六歲)이 바로 여기서 비롯됩니다. 이어 근대에 접어들어 상업활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칠석의 전통 풍습과 견우직녀의 전설이 하나가 되어 점차 타이완과 중국의 발렌타인데이로 탈바꿈했습니다. 비교적으로 내성적이고 감정이 억압된 타이완 사람과 중국 사람에게는 스스로의 마음을 표현하기 좋은 기회입니다. 


칠석에서 비롯된 전통 성년례(做十六歲). - 사진: CNA

칠석의 유래는 여기서 멈추고 다음은 타이완 연애소설의 대표 작가이자 감독 지우바다오(九把刀, 본명 커징텅 柯景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00년대 타이완 인터넷 소설이 한창 유행했을 때부터 그는 작품이 다양하고 다산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2010년대에 들어 처음으로 감독을 맡아 스스로의 소설을 각색해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等一個人咖啡)> 등 작품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21년 그의 소설 《월하노인(月老)》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가 개봉되어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소설 주인공은 첫사랑과 프러포즈했던 순간에 농담처럼 번개를 맞아 저승길을 떠났습니다. 저승에서 인간의 인연을 장관하는 월하노인이 되어 첫사랑의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 제2의 인생, 혹은 첫번째 ‘귀생’을 시작했습니다.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주인공이 첫사랑에게 고백한 말입니다.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有些事一萬年也不會變)’ 지금의 관점으로 볼 때 다소 올드하지만 소설은 20년전인 2002년에 출판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젝스키스의 대표곡 ‘커플’의 가사처럼 인생의 반쪽을 찾는 게 사람의 본능이죠.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개봉된 바 있어 관심이 있으시면 칠석절에 보기에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연애소설 《월하노인(月老)》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 사진: CGV

그럼 청취자 여러분 모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한 칠석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蘇柔雯,〈七夕節的由來及其節俗研究--兼論臺俗十六歲成年禮〉。
2. 于丹,《于丹品漢字【24節氣.14個歲時節慶】:從甲骨文到古詩詞,邂逅古典時光之美》。
3. 朱建陵,「七夕不是中國情人節!?是女兒節」,中時新聞網。
4. 「七娘媽是孩子守護神?與淒美的愛情故事有關」,寶島神很大。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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