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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룰 수 없는 소망은 꿈이 남긴 흔적” 중민루이(鍾旻瑞)《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

  • 2023.05.29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린룽싼(林榮三)문학상 단편소설상의 최연소 수상자 중민루이(鍾旻瑞)의 데뷔작 《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觀看流星的正確方式)》- 사진: Reedmoo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연일 30도를 넘어 여름의 맛을 점차 느끼게 하는 5월 말입니다. 여름하면 바다, 수박, 백사장, 그리고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납량특집이 생각나죠. 타이완 영화의 애청자시면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요. 여름은 들뜬 상태에 처하는 청춘의 가장 좋은 대명사입니다. <남색대문(藍色大門)>, <영원한 여름(盛夏光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 등 대표적인 타이완 청춘 영화 모두 한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꽃다운 소년소녀의 정서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 작가 중민루이(鍾旻瑞)는 22살 때 〈수영장(泳池)〉이라는 작품으로 2015년 린룽싼(林榮三)문학상 단편소설 대상을 수상해 최연소 수상 기록을 세웠습니다. 2019년 17살 때부터 작성한 글들을 수록한 단편소설집《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觀看流星的正確方式)》을 통해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해당 작품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단편소설집 《닉 애덤스 이야기(The Nick Adams Stories)》에 경의를 표한다는 취지에서 편성되어 각 편 주인공의 나이에 따라 10살 소년부터 36살 남자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남성의 성장 이야기를 위주로 작성했으나 중민루이는 일인칭 관점을 많이 사용하므로 독자가 읽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데요. 각 편의 이야기가 독립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마치 장편소설을 읽는 것 같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중민루이는 ‘성장 과정에서 삶의 유동성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소설을 통해 성별, 성적 취향과 무관한 사람 간의 상태를 기록하고 싶다’며 일인칭 관점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성애자 외에 남성 동성애자, 여성 동성애자 등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청춘들의 모습 모두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중민루이는 서술자의 신분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물건, 공간, 사건에 대한 묘사로 등장인물의 내면을 다루는 데 애썼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그를 라이징 스타로 만든 작품 〈수영장〉입니다. 18살의 수영 과외선생, 36살의 아버지와 9살의 아들을 둘러싸는〈수영장〉은 남동성애자의 3가지 인생 단계를 담아냅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마지막 여름방학, 18살의 주인공은 수영장에서 라이프가드로서 알바하다 한 부자를 만났는데요. 물을 두려워하는 아들이 수영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도록  아버지가 주인공을 고용했습니다. 첫 수업시간에 아들은 아버지의 엄한 주시 아래 수영장에 들어갔습니다. 울음을 삼키고 있었던 아이를 보고 주인공은 어린 시절 때 처음으로 물에 들어갔던 무서운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내가 지켜줄게”라고 했습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순간에 과거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이와 약속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의 아버지는 주인공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주인공은 아이의 방에서 ‘네스호의 괴물’ 네시(Nessie)의 포스트를 봤는데 아이는 “자라서 더 이상 물이 무섭지 않으면 그 공룡을 찾으러 네스호에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인공은 웃으면서 아이에게 “널 한입에 잡아먹는 게 두렵지 않냐’고 물었고 아이는 ‘그래도 괜찮다. 그는 이 세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공룡”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주인공은 아이가 강요받지 않고 오히려 꿈을 이루기 위해 수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아이는 “나는 절반의 너, 너는 절반의 아빠”라며 세 사람의 인연을 그려냈습니다. 

그러나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주인공은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 주인공은 라이프가드를 그만두고 미지의 감정에서 탈출하려고 했지만 아이와의 약속으로 인해 결국 아이를 포기하지 못 했습니다.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는 주인공은 애매모호한 관계 속에 선을 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먼저 선을 그은 사람은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여름방학이 끝나자 수영과외도 끝났습니다. 18살 소년의 사랑도 여름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중민루이는 ’소년은 수영장에서 다른 아이들이 점점 자라는 것을 보고, 호수 속에 공룡이 나타나 아이를 삼키는 것을 본다’고 작성했습니다.

린룽싼문학상의 심사위원 메이쟈링(梅家玲)은 “수영장의 비유는 성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개인의 위치가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생생하게 묘사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남동성애자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마다 자라는 과정에서 사랑, 욕망, 성적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습니다. 중민루이는 수영장과 네스호를 계속 움직이는 인간과 사회의 상태, 네스호의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사회화와 성장의 과정을 비유했습니다.

또 하나의 좋은 예시는 책 제목이 된 작품 〈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입니다. 해당 작품은 한 연인이 바닷가에서 별똥별을 보았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성적인 연인은 감성적인 주인공에게 “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은 미처 소원을 빌지 못해서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별똥별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철저하게 깨뜨리는 동시에 두 사람의 결말을 암시했습니다. 중민루이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은 꿈이 남긴 흔적’이라고 작성해 시적의 글귀로 청춘을 정의했습니다. 별똥별을 올바르게 보는 방식은 소원을 미리 외워서 제시간에 비는 것이 아니라, 놓치는 겁니다. 청춘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세게 잡으려고 해도 절대 잡을 수 없는 거죠. 네스호의 괴물에게 잡아먹혀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청춘이 남긴 흔적입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과정을 겪어 점차 어른이 되는 거죠.

중민루이의 작품을 읽는 과정 내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모험 이야기를 많이 그려내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작품들, 그리고 각종 사랑의 모습을 다루는 타이완 만화 《밤이 이슥할 때까지(直到夜色溫柔時)》가 떠오릅니다. 후자는 올해 초 타이완에서 출판해 큰 주목을 받고 이성애자, 동성애자, 장애인,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사람이 가진 성적 욕망을 묘사했습니다. 마치《별똥별을 보는 올바른 방식》에 수록된 각양각색의 이야기와 대조할 수 있습니다.

중민루이는 인터뷰에서 “별똥별을 볼 때 어느 한 점에 시선을 집중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시야를 넓히고 온 하늘을 눈에 담아야 반짝거리는 별똥별을 포착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올바른 방식을 토로했습니다. 청춘은 별똥별처럼 인생이라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소중한 존재죠. 사람마다 스스로의 청춘을 경험했고 스스로의 별밤을 구축했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마음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鍾旻瑞,《觀看流星的正確方式》。
2. 潘柏翰,〈《觀看流星的正確方式》書評:從日常刻鑿靈光,捕捉男孩路上的魔幻時刻〉,關鍵評論網。
3. 廢廢子、簡莉穎,《直到夜色溫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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