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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淑女)에서 속녀(俗女)로, 쟝어(江鵝)《속녀양성기》

  • 2023.02.06
포르모사 문학관
2016년에 출판된 쟝어(江鵝)의 자전적 에세이집《속녀양성기(淑女養成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요즘 타이완 SNS에서 주목을 끄는 토크쇼 영상 하나가 있는데요. 해당 영상 중 어떤 어머니가 모녀 관계 갈등에 관한 고민을 토로하면서 아이가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해도 되는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스스로의 경험담으로 모녀 관계 문제의 핵심을 찔렀습니다. 전문가가 시상식의 전날에 어머니에게 자신이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패션 센스가  남다른 어머니가 여러 건의를 한 뒤에 전문가는 갑자기 화가 나서 ‘난 이미 쉰 살을 넘었는데 엄마가 꼭 내 일에 간섭해야 돼?’라고 말대꾸했습니다. 그 후 꼼꼼이 생각해본 전문가는 스스로가 항상 어머니의 관심으로 화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긍정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스스로의 어머니와 사연을 공유한 어머니가 매우 비슷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디. 두 사람 모두 무슨 일이든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라 딸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는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배려가 딸에게 있어서 과연 100% 좋은 일인가요? 사실은 잔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겠죠. 전문가가 드레스 사진을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머니의 건의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와! 우리딸 참 예쁘네’처럼의 한마디를 위한 것일 뿐입니다. 딸이 어머니의 긍정이 필요하듯이 반대로 어머니도 딸의 긍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배려가 없으면 어머니는 스스로가 딸에게 소용없다고 느낄 수 있어 전문가가 결국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타이완이든 한국이든 아시아 나라에서 말을 솔직하게 못하고 심지어 거꾸로 말하는 경우가 많죠.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말하지만 할 때마다 관심은 항상 잔소리나 부정이 되어버립니다. 이처럼의 표현 방식은 비효율적이면서 오해될 가능성도 높죠.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작가 쟝어(江鵝) 는 자전적 에세이집《속녀양성기(俗女養成記)》를 통해 타이완 고유의 가족 관계를 생생하게 묘사했는데요. 해당 에세이집이 아직 한국에서 출판되지 않지만 웨이브나 넥플릭스 등 OTT 플랫품에서 2019년 방송된 동명 드라마를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쟝어의 《속녀양성기》는 바로 동명 드라마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제목에 있는 속녀는 무슨 뜻인가요? 속는 한자 세속의 속(俗)자로 타이완어(台語)에서 품위가 없고 촌스럽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1975년 생인 쟝어는 한약(中醫)방의 장손녀로 타이완 경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당시 대부분 부모의 바람과 같이 쟝어의 부모는 이 고명딸이 언젠가 진정한 숙녀(淑女)가 되어 안정적인 직장, 믿을 만한 남편, 화기애애한 가정 등 아름다운 삶을 가지기를 바랐습니다. 다만 타이난 출신인 쟝어는 타이베이로 상경 후 부모의 기대와 달리 숙녀는커녕 오히려 평범한 속녀가 되었습니다. 《속녀양성기》는 바로 쟝어가 숙녀에서 속녀로 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책입니다.


《속녀양성기(俗女養成記)》 동명 드라마 스틸컷 - 사진: CATCHPLAY

수학을 피하려고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쟝어는 졸업 후 예기치 못하게 숫자로 둘러싸이는 무역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사회생활을 20년 넘게 경험한 그는 글쓰는 것은 지친 삶의 대피소로 여겨져 여가 시간에 끊임없이 창작해 왔는데요. 2014년 데뷔작 《하이힐과 버섯머리》는 베테랑 직장인을 상징하는 하이힐과 사회 초년생을 상징하는 버섯머리를 통해 재치있게 회사원의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습니다. 사회생활을 껶으면서 쟝어는 스스로가 숙녀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은커녕 스스로 돌볼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마흔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쟝어는 숙녀의 꿈을 과감하게 버리고 속녀로서 당당하게 인생의 후반을 열기로 결심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자유를 누린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 즉 《속녀양성기》의 창작입니다.

쟝어는 인터뷰에서 ‘우리 부모님의 세대는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는 것만으로도 합격한 인생이었어요.’라고 한 적이 있는데 《속녀양성기》에서도 어머니가 매일 아침에 채식하는 이유를 공개했습니다. 결혼 5년이 되어 드디어 첫 아이, 즉 쟝어를 낳은 어머니는 채식을 통해 하늘에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쟝어는 책에서 ‘아이들이 결국 완벽하지 못한 여자로 자랐고 이 여자마다 다르다. 같은 것은 우리가 여자로서 항상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부모, 가족, 자궁, 난소, 자신, 타인 등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는 점이다.’고 여자의 처지를 그려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그는 어머니의 마음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으며 사람마다의 독특생을 인정했습니다.

《속녀양성기》동명 드라마가 흥행에 매우 성공하기에 2021년에 시즈2가 등장했습니다. 첫 회에서 책에 없지만 모녀 관계의 갈등을 잘 묘사한 장면이 있는데요. 주인공이 중학교에 가기 전에 어머니가 갑자기 엄격해지고 그의 만화책을 모두 태워버렸습니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해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은 엄마다. 중학교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하자 어머니는 ‘중학교는 대단한 거야! 내가 초등학교만 졸업했으니까’라고 속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이 세상에 자식은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없듯이 주인공의 어머니도 선의를 가지고 행동했으나 딸과 잘 소통하지 못해 결국 모순이 생긴 거죠. 이 장면을 통해 타이완 전통 가정의 소통 방식 문제점을 알 수 있습니다. 딸이든 어머니든 분명히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데 왜 항상 엇갈리는 거죠?   

《속녀양성기》가 성공을 거둔 이후 쟝어는 2021년에 《속녀일상(俗女日常)》을 출판했습니다. 《속녀양성기》는 쟝어의 성장 이야기를 다루는 서막이라면《속녀일상》은 그가 타이베이에서 분투하는 인생의 제2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쟝어가 《속녀일상》에서 기록한 것은 마침 모녀 관계 문제에 대한 답변입니다. ‘먼저 앞으로 나아가야 뒤돌아볼 수 있다. 마치 외국어를 배우고 나서 중국어를 좋아하게 된 것 처럼 타인과 먼저 싸워봐야 너그러운 마음을 생길 수 있다’고 썼습니다. 쟝어도 어머니의 나이가 넘어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었는데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영원한 숙제라 성장하면서 수정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에 부합하는 방식이죠. 물론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제일 좋겠죠. 

모녀 관계 외에 《속녀양성기》에서도 조손 삼 세대가 한 집에 사는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집에서 불 끄는 방이 항상 불 켜는 방보다 많아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는 어린 쟝어는 온 가족이 한 집에 모이는 명절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삼촌, 고모, 사촌 동생 등 일 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가족이 드디어 방을 채울 수 있고 불을 켤 수 있기 때문이죠. 등불이 환한 집을 간절히 기다렸던  어린 쟝어와 같이 명절을 좋아한 사람은 쟝어의 할머니였습니다. 그러나 사촌 동생과 친동생이 사고를 칠 때 할머니가 친동생만 혼낸 것을 보고 쟝어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 할머니와 다투었습니다. 할머니가 쟝어의 태도로 오랫동안 그를 용서하지 않고 결국 쟝어가 점점 자라면서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에게 일 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사촌 동생이 같이 산 친동생에 비해 더 귀한 존재 때문입니다. 따라서 쟝어가 결심했습니다. 가족을 보호하려고 더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이처럼 생생하게 가족 간의 세미한 감정을 묘사하는 것은 쟝어의 최대 무기라 생각합니다. 쟝어와 같이 타이난 출신, 타이베이로 상경한 제가 《속녀양성기》를 읽으면서 많은 감동과 위로를 받았고 숙녀가 되지 못해도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속녀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江鵝,《俗女養成記》。
2. 江鵝,《俗女日常》。
3. 李屏瑤,〈中藥行女兒的生活藥方──專訪江鵝《俗女養成記》〉,博客來OKAPI。
4. 郭依瑄,〈中年後放下包袱,從淑女變俗女!作家江鵝:真正的快樂,是不做什麼就很快樂〉,今周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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