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타이완의 소리 RTI공식 앱 내려받기
열기
:::

닭발, 취두부, 두리안까지…“타이완식 피자의 변신은 무죄”

  • 2025.03.21
랜선 미식회
▲타이완피자헛이 2023년 할로윈을 맞아 기간 한정으로 출시했던 '닭발피자'. [사진 = 타이완피자헛 홈페이지 캡처]

[*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먹어야 할 타이완 전통 음식부터 각 지역 특산물과 현대 감각을 더한 퓨전 음식까지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Rti한국어방송의 금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입니다.  안녕하세요 랜선미식회 진행자 손전홍입니다.

나폴리를 방문한 사보이가의 왕비 마르게리타(Queen Margherita of Savoy)를 위해 구운 파이! 도우 위에 토마토소스, 바질, 모차렐라 치즈 얹고 구워내 이탈리아 국기를 닮음 음식으로 애국심을 어필했는데, 이게 왕비님 취향을 저격했다더라…많은 분이 알고 계시는 현대 피자의 기원입니다.

이거 사실일까요? 여기에도 논란이 좀 있는데…이건 뒤에서 다시 설명해 드릴게요!

어쨌든 우리가 아는 피자…만인이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하와이안 피자를 두고 벌어진 호불호 논쟁처럼, 토핑 취향은 있을지언정 피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좀처럼 보기 드물죠.

특히 타이완은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만큼이나 피자에 진심인 나라예요. 토마토 소스와 바질, 치즈를 얹은 이탈리아식 피자에서 좀 더 나아가 각종 해산물, 채소, 고기, 열대과일까지. 타이완인 입맛에 제격인 토핑들을 개발하며 타이완식 피자! ‘T-피자’만의 영역을 구축했죠.

▲열대 과일 왕과 황금빛 보물의 만남! 피자헛 '두리안 망고 피자'. [사진 = 타이완피자헛 홈페이지 캡처]

이 중심엔 타이완의 피자 3대장이라 불리는 ‘피자헛’, ‘도미노피자’, ‘나폴리피자(拿坡里披薩)’가 있습니다.

이른바 타이완 피자 3대장은 기존 메뉴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각자만의 색깔이 분명한 개성 있는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는 전략으로 타이완 국내 피자 시장을 꽉 잡고 있죠.

오늘 랜선미식회에서는 이 피자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이탈리아 자존심 나폴리 피자

이탈리아 나폴리 사람들은 피자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강합니다.

‘나폴리 피자 만들기 기술’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고, 나폴리 피자 협회(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를 운영하면서 진정한 나폴리 피자 전문 요리사, 피자 장인, 피자이올로(Pizzaiuolo)를 양성하고 있죠.

피자(pizza)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건 중세시대인 997년입니다.

이탈리아 라치오의 가에타 지역에서 처음으로 문서화 됐죠. 하지만 이때 언급됐던 피자는 우리가 아는 피자는 아닙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흐른 1891년, 후에 걸작이라고 평가 받는 이탈리아 요리책이 한 권 출판되는데요.

바로 모던 이탈리아 미식의 아버지라 불리는 펠레그리노 아르투지(Pellegrino Artusi)가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 요리들을 수집, 소개한 요리책인 '부엌의 과학과 좋은 식사의 기술(Science in the Kitchen and the Art of Eating Well)'입니다. 

여기엔 ‘리브레띠 알라 피자(Libretti Alla Pizza, 영문식 표기: Pizza a libretti)’라는 음식이 등장합니다.

이게 진짜 우리가 아는 피자일까 싶었는데? 이것도 아닙니다. 계란 등을 넣어 만든 반죽을 기름에 튀기는 거라고 나오거든요.

바로 여기서 이탈리아 나폴리의 마르게리타 피자가 등장할 차례입니다. 풀네임은 피자 알라 마르게리타(Pizza alla Margherita)!

이탈리아 사보이가의 마르게리타 왕비는 통일된 이탈리아의 첫 번째 왕비로 매우 상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에 언급했지만 피자는 나폴리 요리사 라파엘 에스포시토(Raffaele Esposito)가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사보이가의 마르게리타 왕비를 위해 만든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죠. 마르게리타 여왕은 라파엘 에스포시토가 바친 피자를 먹고 맛있다며 극찬했고, 피자에 왕비의 이름을 붙여 헌정했다더라…멋있는 스토리죠. 이 이야기 덕분에 마르게리타 피자는 나폴리의 명물이 됩니다.

참고로 이탈리아 최초의 피자 가게는 마르게리타 왕비가 나폴리를 방문했다고 알려진 때보다100년이나 앞선 1780년에 이미 문을 열었습니다. 나폴리 요리사 피에트로 콜리치오(Pietro Colicchio)가 세운 가게였습니다.

최초의 피자 가게는 콜리치오라는 사람이 열긴 했지만, 나중엔 이 가게를 다른 피자 장인이 인수했고, 그의 딸과 사위에게 물려주게 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 사위가 바로 마르게리타 왕비에게 피자를 바친 에스포시토입니다.

그리고 에스포시토가 마르게리타 왕비의 피자라는 스토리를 붙이면서 마르게리타 피자는 입소문을 타게 됐죠.

에스포시토가 운영한 피자 가게는 아직도 피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왕비가 보낸 친필 편지가 걸려있는데, 영국 BBC는 이게 가짜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뉴욕 피자부터 시카고 피자까지미국식 피자

▲신베이 이탈리아 화덕 피자 맛집 '파파피자(Papa Pizza)'의 페루자 페퍼로니 피자. [Rti 손전홍 촬영]

어쨌든 맛있는 피자에 붙은 재밌는 스토리… 덕분에 마르게리타 피자는 나폴리에서 명물이 되는데요.그런데 이 피자…이탈리아보다는 뜬금없이 미국에 먼저 퍼지게 됐죠.

때는 19세기, 이탈리아 남부 지역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대거 이민을 떠납니다.

특히 나폴리 이민자들은 미국 동부 지역으로 이민을 많이 갔는데, 고향 음식인 피자가 너무 먹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화덕이 없어서 직접 만들어 먹긴 힘들었다고 해요.

미국 최초의 피자 가게로 알려진 곳은 1905년에 문을 연 뉴욕 맨허튼의 롬바르디스 피자(Lombardi's Pizza)입니다. 젠나로 롬바르디(Genaro Lombardi)가 운영하던 피자 전문점이죠.

젠나로 롬바르디는 처음엔 이탈리아 식료품만 팔다가 나폴리 사람들이 피자를 그리워하는 걸 보고 화덕을 만들어서 직접 피자를 굽기 시작했어요. 이게 크게 인기를 끌게 됐고, 이후 이탈리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피자 가게가 등장하게 됐죠.

나폴리 피자가 미국식 피자로 변하기 시작한 건 이때쯤부터입니다.

미국식 피자 부흥은 20세기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미국식 피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미국식 피자… 지역에 따라 다른 형태로 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욕식 피자는 나폴리 피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서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를 베이스로 하고 얇은 도우가 특징인데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피자이기도 합니다. 도우가 얇아서 접어먹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죠.

이 때문에 빌 드 블라지오(Bill de Blasio) 전 뉴욕 시장이 피자를 포크와 칼로 먹었다가 탄핵 요구를 받는 웃픈 일도 있었고요.

흔히 우리가 딥 디쉬 피자(deep-dish pizza)라고 부르는 시카고 피자는 시카고의 피제리아 우노(PIZZERIA UNO)란 곳에서 1943년에 탄생합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이 미국식 피자들의 공통점은 토핑을 아낌 없이 넣는다는 겁니다.

나폴리식 피자와 정반대로 미국식 피자…피자 크기도 커지고 피자가 터지도록 토핑을 때려 넣다 보니 묵직한 맛을 내죠.

🍕타이완식 피자 무한변신두리안, 닭발까지 등장

피자는 타이완에 들어와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처음엔 호텔이나 경양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피자헛이 등장한 덕분에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죠.

피자헛은 1986년 타이베이 난징동루(南京東路)에 첫 점포를 열었습니다.

피자헛 1호점이 큰 인기를 누리자, 피자헛의 오랜 라이벌인 도미노피자는 1989년 타이베이 런아이루(仁愛路)점을 통해 타이완 국내에 진출했습니다.

피자헛과 도미노 피자가 미국 프랜차이즈다 보니 타이완도 미국식 피자 스타일을 기반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 피자가 대중화된 이후로 타이완식 토핑이 하나둘씩 생겼는데요.

대표적인게 한국의 깻잎처럼 타이완인들이 즐겨먹는 채소인 고수가 빵빵하게 올라간 고수피자, 그리고 두부를 삭힌 취두부(臭豆腐)를 올린 취두부 피자입니다.

▲피자헛 '고수 피자'. [사진 = 타이완피자헛 홈페이지 캡처]

두리안 피자도 마찬가지죠. 열대과일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피자 토핑도 과일, 그중에서도 과일의 왕 두리안이 올라갑니다.

타이완식 피자를 본 일부 외국인들은 말도 안 되는 조합이라고 이야기해요. 피자 토핑은 치즈, 토마토와 어울리는 고기가 올라가야지 무슨 고약한 냄새가 나는 두리안이나 취두부, 고수를 올리냐는 거죠.

▲피자헛 '취두부 피자'. [사진 = 타이완피자헛 홈페이지 캡처]

▲피자헛 '두리안 피자'. [사진 = 타이완피자헛 홈페이지 캡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23년 타이완피자헛은 할로윈 기간 한정제품으로 ‘유령창펀닭발(幽靈腸粉鳳爪比薩)’ 피자를 선보였는데, 할로윈데이에 맞춰 나온 만큼 비주얼이 남달랐습니다.

유령을 연상시키는 쌀가루 반죽으로 만든 얇은 피 안에 양념 돼지고기가 가득 찬 차샤오창펀(叉燒腸粉)과 오싹한 비주얼의 새빨간 통닭발! 맛은 보기와 달랐습니다.  섬뜩한 비주얼 속에 달큰하고 부드러운 창펀과 함께 꼬들꼬들하고 쫄깃한 뼈 없는 닭발을 통째로 즐길 수 있는 할로윈 피자로 출시 당시에 큰 인기를 끌었죠. 물론 피자에 닭발이라니…괴식이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피자헛 '유령창펀닭발'. [사진 = 타이완피자헛 홈페이지 캡처]

어떤 음식이건 대중화가 이뤄지고 나면 그 나라와 지역의 특성에 맞게 로컬라이즈 된다는 것! 피자가 잘 보여줍니다.

고수, 취두부와 같이 향이 강한 음식을 즐겨 먹는 타이완인이 만든 피자만 봐도 알 수 있죠!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대중들이 사랑하는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피자는 ‘맛’만은 변치 않는 최고의 대중음식입니다.

3월 중순인데 타이베이 날씨는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쌀쌀한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요즘! 저녁으로 따끈한 피자 한판 어떨까요?

Rti한국어방송의 금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손전홍이었습니다.

저는 다음주 금요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참고자료

3월 21일(금) 랜선미식회 삽입곡

[BGM : 제이션(J.Sheon)- 극악한 굶주림의 도시(萬餓城市) (드라마 ‘미식무간:고독한 미식가’ 중에서)]

[BGM : 보린(柏霖PoLin)-데려가줘(把我帶走) (드라마 ‘미식무간:고독한 미식가’ 중에서)]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