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미식회시간입니다.
어린 시절 감기나 몸이 아파서 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쓴 약이 먹기 싫어 울고불고 거센 반항을 때면 의사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사탕을 놓고 "이 약 잘 먹으면, 사탕 하나 먹을 수 있는데?"라는 달콤한 말에 쓴 약을 삼켰던 경험 한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타이완에서는 쓰디 쓴 한약을 먹고 나면 한의사 선생님들이 잘했다며 ‘시엔자리(仙楂粒)’라 불리는 타이완의 국화인 매화 모양의 납작한 사탕을 주는데, 이 새콤 달콤한 시엔자리의 유혹은 웬만해선 뿌리칠 수 없어, 쓴 약을 먹고나면 그 다음엔 시엔자리라는 천국이 기다리니, 시엔자리 하나에 언제 그랬는지 두 눈 질끈 감고 쓴 한약을 쭉 들이키는 것을 감행할 수 있었고, 한술 더 떠 매화 모양을 닮은 곱디 고운 핑크 빛 시엔자리 하나에 병원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한약이나 쓴 것을 먹을 때면 생각나는 그때 그 맛! 오늘 랜선미식회 시간에서는 묘한 중독성으로 타이완인들의 기억 한편에서 유년시절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시엔자리를 소개해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시엔자리의 원재료인 산사나무 열매를 알려면 열매가 맺는 산사나무에 대해 먼저 알아야겠죠? 2010년 개봉한 <산사나무의 사랑(山楂樹之戀)>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연인>, <붉은 수수밭>, <영웅>, <황후화> 등의 대작을 연출한 장예모(張藝謀)감독의 작품으로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에서도 알려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장예모 감독은 여자 주인공 징치우와 남자 주인공 라오산의 사랑을 통해 이제는 점차 사라져 가는 ‘순수함’ 에 대해 다시 이야기했고, 영화 속 마을 입구에 커다란 나무는 애절하고도 순수한 사랑의 시작과 끝을 함께합니다. 나무 아래서 둘의 사랑이 시작되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나무의 꽃이 필 무렵 남자 주인공 라오산은 나무 아래에 묻히며 사랑이 끝나죠. 순수한 사랑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이 나무가 바로 시엔자리의 원재료 산사나무 열매가 맺는 산사나무입니다.
산사나무의 꽃말을 알고나면 왜 장예모 감독이 산사나무를 영화 속에 등장시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순수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장예모 감독의 <산사나무의 사랑>는 산사나무의 꽃말인 ‘유일한 사랑’과 놀랍도록 딱 들어맞기 때문인데요.
장미과에 속하는 소교목인 산사나무는 5월에 꽃이 핀다고 하여 서양에서는 메이플라워(May flower)라 부르기도 하고 또 크라테거스(Crataegus : 단단한 목재라는 희랍어)로도 불립니다. 예부터 열매에서 사과 맛이 날 뿐만 아니라 열매가 붉어 산에서 나는 사과나무라 하여 한국에서는 산사나무라고 부르며 아가위나무라고도 불리고 북한에서는 찔광이라고도 부립니다. 한자로는 메 산(山), 뗏목 사(楂), 나무 수(樹)자인 산사나무는 타이완에서는 ‘산자수山楂樹’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는 산사나무로 불리는 ‘산자수’는 예부터 동양과 서양에서 민간과 한방에서 다양한 용도로 이용됐습니다. 산사나무의 열매는 고대 서양에서는 주로 혈액순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고혈압, 협심증, 부정맥 등의 치료에 사용되었고, 한방에서는 산사나무 열매는 건위와 소화에 관련된 증상의 처방에 필수적인 생약으로 소화불량과 식욕부진 치료제로 쓰이고, 달여서 마시면 천연 소화제뿐만 아니라 심장의 혈액순활을 좋게 하고 심장을 튼튼하게하는 강심작용을 하여 가슴의 두근거림과 부정맥을 다스려 줍니다. 일반적으로 산사나무 열매는 복부의 팽만을 낫게하고 건위작용, 강심작용 등의 종합약으로서 탕약으로 달여 마시거나 또 위장에 좋은 약성을 가지고 있어 편과 정과 등으로 만들어 먹거나 혹은 잘 익은 산사나무 열매를 숙성시켜 자연 발효된 담금주로 복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산사나무의 열매를 모아 빚은 산사주가 어떤 술인지 또 맛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모 브랜드의 ‘산사춘’이라는 술은 아실것 같아요. 산사나무는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 술이 바로 산사나무 열매를 재료로 한 대표적인 술입니다.
또 강압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혼내면서 쓴 한약을 먹이게 되면 점점 더 약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져 약 먹이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타이완 남부 타이난 안평에 위치한 1882년 개업한 유서 깊은 한약방 이성당(益生堂)은 쓰디쓴 한약을 먹고난 아이들에게 일종의 영광의 훈장처럼 새콤달콤한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수제 ‘시엔자리’를 주었습니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한약방 ‘이성당’을 경영하던 양다번(楊大笨) 중의사는 병원을 찾은 어린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병원에 대한 두려움, 또 처방한 한약에 쓴맛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울면서 거세게 거부하는 어린 환자자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어린 환자들이 지금보다 쉽게 쓰디쓴 약을 들이키고 병원에 대한 환자들에 두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심장을 튼튼하게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다스려주는 강심작용으로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주고, 여기에 사과와 같이 새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특징인 산사나무 열매에 매실청, 감초를 넣은 핑크 빛 매화 모양의 ‘시엔자리’를 개발하게 됩니다.
양다번 중의사가 만든 매화 꽃 모양의 ‘시엔자리’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한약을 먹을 때마다 거센 반항을 하던 어린 환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르고 달랠 필요없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쓰디쓴 약을 들이키고, 양다번 의사가 건네는 수제 ‘시엔자리’를 한입에 쏙 집어넣으며 병원도 쓰디 쓴 한약도 이전 보다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죠.
이후 양다번 의사가 만든 수제 ‘시엔자리’는 타이완 전국에 병원으로 퍼져나갔고, 한약을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의사선생님과 어른들은 ‘이 약 먹으면, 시엔자리 하나 먹을 수 있는데?’라며 뿌리칠 수 없는 새콤달콤한 시엔자리로 어르고 달랬고, 한술 더 떠 중독성이 강한 산자리는 한약방에서 학교 앞 문방구로 옮겨져 간식거리로 사랑 받았습니다.
오늘 랜선미식회시간에서는 쓰디쓴 약을 용감하게 삼킨 아이들에게 상으로 주기 위해 탄생한 추억의 간식 매화 모양의 ‘시엔자리’!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상으로 랜선미식회시간의 손전홍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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