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드라마 <황제의 딸>(중국명 환주거거·還珠格格)의 원작 소설을 쓴 타이완 작가 충야오(瓊瑤, 경요)가 12월 4일 향년 86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충야오는 이날 오후 1시 22분쯤 신베이시 단수이구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고, 그녀의 아들이 어머니가 남긴 유서를 확인한 뒤 비서를 통해 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충야오는 지난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죽음은 누구나 겪는 일이고, 인생 최후의 ‘큰일’”이라면서 “나는 그 일을 하늘에 맡긴 채로 서서히 시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고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지난달 말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을 추모하는 내용의 시를 올리며 “돌아감만 못하다, 지나간 일들, 추억하기도 어렵다”는 등의 구절을 남겼습니다.
충야오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은 충격에 빠졌으며, 린칭샤(林青霞), 린신루(林心如), 판빙빙(范冰冰) 등 충야오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잇따라 소셜미디어에 추모와 애도를 표하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충야오는 본명은 천저(陳喆)이며, 1938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태어나 11세 때 부모와 함께 타이완으로 이주했습니다. 문학을 중시하는 가정에서 자라 글쓰기를 즐겼으며, 당대 여러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고전 시가와 고전 소설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9살 때 쓴 소설 <불쌍한 소청(可憐的小靑)>이 신문에 발표될 정도로 뛰어난 글솜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19살 때 대학입시에 실패한 뒤 글쓰기에 전념해 24살 때 첫 장편소설 <창외>(窗外, 창밖)로 본격 데뷔했고, 주로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충야오라는 필명은 시경(詩經)의 위풍(衛風)편에 실린 “모과(木瓜)”라는 고전시가에서 따온 말로 섬세하고 순수한 귀한 보석이나 옥을 뜻합니다. 필명에 어울리게 충야오의 로맨스 소설은 섬세한 필촉으로 신분을 뛰어넘는 순수한 사랑을 그려내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충야오는 생전 60권 이상의 책을 썼는데, 이 중 가장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가장 나를 잘 표현하는 작품으로 충야오는 데뷔작 <창외>를 골랐습니다.
<창외>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고생과 선생님의 금지된 슬픈 사랑 이야기를 묘사했습니다. 이 소설은 영화로 각색돼 여주인공으로 그때 연기 경력이 없었던 린칭샤를 캐스팅하였는데, 린칭샤는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여고생 역할을 실감 나게 풀어내며 영화배우로 연예계에 데뷔함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충야오 데뷔작 <창외>(窗外)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린칭샤 – 사진: 금마장영화제 집행위원회
<창외>외에도, <연우몽몽(煙雨濛濛)>, <기도석양홍(幾度夕陽紅)>, <정원심심(庭院深深)> 등 연이은 히트작으로 중화권에서 ‘로맨스 소설의 대모’라고 칭송받았으며, 여러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돼 린칭샤와 함께 ‘2친 2린’으로 칭해진 친한(秦漢, 진한), 친샹린(秦祥林, 진상림), 린펑자오(林鳳嬌, 임봉교) 등 수많은 배우들이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안개비 연가>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연우몽몽>은 일본의 침략으로 어지러웠던 중국의 1930년대를 배경으로 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사랑을 그렸으며, 중국과 타이완에서 당해 연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기도석양홍>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두 남녀의 슬픈 이야기로, 수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각색됐습니다. <정원심심>은 부잣집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로, 드라마와 영화로 세 번이아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영화 버전은 타이완 영화계의 최고 영예인 금마장(金馬獎)의 우등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으며, 충야오도 이 영화로 금마장 작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충야오 하면 절대 뻐져서는 안 될 작품이 바로 <황제의 딸>이겠죠? 충야오가 각본을 집필한 <황제의 딸>은 건륭제 통치 시절인 18세기 중국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대만 CTV, 중국 후난TV 합작 드라마로, 청나라 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 가족애를 그려낸 대서사입니다. 이 드라마는 총 시즌3까지 제작돼 타이완과 중국 본토에서 대히트를 쳤고,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방송됐습니다. 황제의 딸 1부의 중국 본토 최고 시청률이 62.8%를 기록하며 중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갱신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 아이티브이(iTV)가 ‘황제의 딸’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해 역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인 자오웨이(趙薇), 판빙빙, 린신루 등이 이 작품으로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충야오가 각본을 집필한 드라마 <황제의 딸>(還珠格格)이 중화권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 사진: 웨이보 캡쳐
한편, 충야오 본인의 사랑 이야기도 그녀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합니다. 충야오는 21시에 작가 마션칭(馬森慶)과 결혼했으나 유부남인 출판사 대표 핑신타오(平鑫濤)와 사랑에 빠져 5년 후 이혼했습니다. 두 사람은 10년 넘는 혼외관계를 유지하다 1979년 핑신타오가 이혼한 후 재혼을 했습니다.
불륜 스캔들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충야오는 중화권 로맨스 문학의 대명사일 정도로 그 영향력과 권위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충야오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그녀의 작품은 중화권 문학의 위대한 유산으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엔딩곡으로는 충야오의 대표작 <황제의 딸>1부의 엔딩곡 타이완 여가수 리이쥔(李翊君)이 부른 ‘빗속의 나비(雨蝶)’를 띄어드리면서 연예계소식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Rti한국어방송의 진옥순이었습니다.
리이쥔(李翊君) - <빗속의 나비>(雨蝶)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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