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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출신 20년차 배우 - 완팡

  • 2024.01.04
연예계 소식
완팡(萬芳)은 말레이시아 영화 에서 513사건 피해자 가족을 연기했다. – 사진: 하이펑(海鵬, Swallow Wings Films) 제공

요즘 연예계에서 자신의 본업 외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성공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대중적 인기와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을 ‘멀티 엔터테이너’라고 부릅니다. 요즘이야말로 많이 알려지게 된 말이지만,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멀티 엔터테이너는 예전부터 쭉 있어왔습니다. 배우 겸 가수로 20년 넘게 활동해 온 완팡(萬芳)은 그 중 한 명입니다.  

1967년 생 완팡은 23세이던 1990년 가수로 데뷔하여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큰 인기를 받으며, 30여 년 간 <새로운 끝없는 사랑(新不了情)> 등 히트곡들을 배출하며 타이완 최고 권위의 음악시상식 금곡장(金曲獎)의 후보 명단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1996년부터 드라마와 뮤지컬 출연으로 연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타이완을 대표하는 방송시상식인 금종장(金鐘獎)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각각 한 번씩 수상한 바 있으며, 작년에는 영화 <오월의 눈(五月雪)>으로 처음으로 영화대상인 금마장 후보 지명을 받음으로써 삼금(三金), 즉 타이완의 3대 연예계 상 금곡장·금종장·금마장에 모두 후보로 오른 적이 있는 배우 반열에 들게 됐습니다.  

완팡에게 첫 금종장 수상의 영광을 안게 해준 작품은 드라마 <한랭전선이 지나가(冷鋒過境)>입니다. <한랭전선이 지나가>는 타이완 공영방송 공공TV(公共電視, PTS)가 제작한 희귀질병을 소재로 한 여덟 에피소드의 연작 드라마 <희망없는 곳의 가든(絕地花園)> 중 한 편이며, 극중 완팡은 근육위축에 시달리는 근이영양증 환자를 연기하며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과 표현력으로 2004년 처음으로 금종장 여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까지 이뤄냈습니다.  

금종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지 4년 만에 완팡은 미니드라마 <사랑하지 않는 연습(不愛練習曲)>으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연습>은 모자감염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에이즈에 걸린 소년 샤오용(小勇)이 자신이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을 연습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배경으로 했습니다.  

타이완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는 사회복지단체가 있는데, 그 단체는 ‘하모니 홈(關愛之家)’이라고 불립니다. 2005년 타이베이시 무자(木柵)에 위치한 자이싱(再興) 마을의 관리위원회가 마을 안에 들어선 하모니 홈에게 ‘주민은 공동체 건물을 법정전념병 환자를 수용·분양하기 위해 제공할 수 없다”는 지역 규약을 근거로 이주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 재판관은 지역 규약은 헌법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이싱 마을 측의 승소로 판결하며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에이즈 환자의 주거권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강력한 요구로 입법원은 ‘인류의 면역결핍병독 전염 방지와 권익 보장 조례’를 개정하여 에이즈 환자들의 주거권을 명시했으며, 이에 따라 2심 판결에서 하모니 홈이 승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을 뿐만 아니라, 에이즈 환자의 인권 보호 및 향상에 무척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양야저(楊雅喆) 감독은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사랑하지 않는 연습>을 만들었으며,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에이즈에 대한 무지로 인한 두려움과 질병에 걸린 사람을 도덕이 모자라는 소인배로 천시하는 시각을 조금이라도 없애기를 바랬다고 합니다. 완팡은 이 드라마에서 딸이 동네 안의 에이즈 어린이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주민들과 함께 하모니 홈의 이주를 요구하는 어머니를 연기했는데,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걸출한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아 2008년 제43회 금종장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연기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 이후 15년이 지난 2023년에 완팡은 영화 <오월의 눈>으로 금마장 시상식에 후보로 진출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출신 장지안(張吉安, Chong Keat Aun) 감독의 영화 <오월의 눈>은 1969년 5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 일명 513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1969년 5월 10일 총선에서 중국계 정당이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중국인 화교들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축하 행진을 하다가 말레이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이 행방을 잃었습니다. 공식적인 사망자의 수는 2백명이지만 언론에서는 2천명까지 사망자를 추산하기도 하며 말레이시아 역사상 가장 큰 민족 충돌 유혈사태로 기록됐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도 말레이사아에서 언급을 꺼리는 금기일 만큼 말레이시아인 모두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사건입니다.  

장 감독은 2009년부터 10년 동안 513사건 피해자들의 시신이 묻혀 있는 쿠알라룸푸르의 한 병원 뒷산의 무연고 공동묘지에 찾아온 피해자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오월의 눈>을 제작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완팡은 513사건에서 목숨을 잃은 아버지와 오빠의 해골을 49년에 걸쳐 찾는 피해자 가족을 연기했는데, 말레이시아인이 아니지만 현지 언어를 열심히 배우며 역시적 배경도 깊이 알아보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 그는 금마장 여우조연상 부문 후보 노미네이트에 성공한 것 외에, 영화 주제곡 ‘오월의 사람들(五月的人)’의 가창자로서 주제가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년 넘게 연기 활동을 병행해온 완팡은 희귀병 환자, 말기 암 어머니, 여자 귀신, 말레이시아 대규모 학살 사건의 피해자 가족 등 표현하기가 힘든 다양한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해내면서 음악적 재능뿐만 아니라, 연기적 재능도 겸비한 다재다능한 멀티 엔터테이너임을 이미 입증하였는데, 그는 앞으로도 어떤 작품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영화 <오월의 눈(五月雪)> 포스터 – 사진: ‘萬芳 One-Fang’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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