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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꿈꾸던 어른이가 되었나?"... 애니메이션 영화 <해피니스 로드="">

  • 2023.06.22
연예계 소식
2D 애니메이션 영화 '해피니스 로드(幸福路上)' - 사진: 해피니스 로드(幸福路上)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사색적인 주제와 실험적인 시도, 그리고 신박한 예술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영화는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부터 <토이 스토리>, <인사이드 아웃>, <스즈메의 문단속>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타이완에서 흥행 성적을 보임을 통해서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타이완인들의 남다른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타이완 국산 애니메이션 작품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는 커녕, 타이완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에 개봉한 타이완 순수제작 애니메이션 영화 <해피니스 로드(幸福路上, On Happiness Road)>가 한국 부산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면서 타이완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발전 가능성과 경쟁력이 발견되었습니다.  

<해피니스 로드>는 손으로 그린 2D 애니메이션 영화로 2018년 1월 5일 타이완에서 상영됐습니다. 영화의 중국어 원제 ‘幸福路上(행복로상)은 ‘행복의 길에서‘를 뜻하며, 영화 내용은 주인공 샤오치(小琪)의 성장과정 묘사를 통해서 1970년대부터 2010년대 사이 타이완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회고하며, ‘행복은 무엇인지‘를 다룹니다.  이 영화는 송신잉(宋欣穎)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실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더빙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주연하며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여배우 구이룬메이(桂綸鎂, 계륜미)와 ‘하이자오 7번지’, ‘사이더커 바라이’ 등 영화의 감독으로 유명한 웨이더성(魏德聖) 등이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제55회 금마장(金馬獎)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애니메이션어워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것을 비롯해 여러 해외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선정한 제91회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상 1차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 이 영화는 타이완 국내 뿐만 아니라, 한국,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등 국가에도 개봉됐습니다.  

<해피니스 로드>의 중국어 원제 ‘행복로상’ 중의 ‘행복로’는 ‘행복의 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영화 주인공 샤오치의 집이 위치해 있는 도로의 이름 ‘행복로’를 가리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주인공 샤오치는 유학을 가서 그곳에 정착하지만, 외국인 남편과 미국생활은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 않습니다. 어느날, 샤오치는 어릴 때 큰 위로가 되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타이완의 ‘행복로’로 돌아오게 됩니다. 익숙하고도 낯선 행복로를 걸으며 과거 가족과의 행복했던 추억과 유년 시절에 품고 있었던 꿈을 회상하게 되는 샤오치는 행복을 되찾기로 결심을 내립니다.  

한 타이완 1960년대 여성이 진정한 행복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이지만, 그녀의 성정과정을 통해서 국어정책, 원주민족과 한족의 갈등, 백색테러, 야백합 (野百合) 학생운동 등 1970년대에서 2010년대 사이 타이완에서 발생했던 중대 사건과 당시의 사회적 양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샤오치가 태어난 날은 마침 타이완의 초대 총통이자 타이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장제스가 타계한 날인데, 병실 안의 새 생명 탄생에 대한 기쁜 분위기와 병원 밖에서 사람들이 장제스의 타계를 애도하는 모습은 강한 대조를 이룹니다. 또 샤오치가 학창시절에서 집권 국민당 정부의 국어정책으로 인해 타이완말(민남어)을 사용하지 못하던 것도, 샤오치가 4분의 1이 원주민 혈통이라 학교에서 한족 출신 학생으로부터 차별을 당하던 것도, 그리고 샤오치의 사촌오빠 아원(阿文)이 금서를 읽어서 경찰에게 괴롭힘을 당해 이마에 큰 흉터가 남겨지고 눈이 색상을 구분하는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도 과거 타이완인들이 실제로 마주해 봤던 상황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샤오치의 사촌오빠 아원이 읽는 금서는 타이완의 본토화 의식과 타이완인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타이완 '독립운동의 대부' 스밍(史明)이 집필한 저항적 민족주의 사상의 역사서 ‘타이완인 사백년사(台灣人四百年史)’입니다. 이 책은 3분의 1이 국민당을 비판하고 있으므로 국민당 일당 지배 시절에는 금서로 선정되었으나, 현재는 네덜란드 식민통치 이후 타이완의 사백년 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사서 중 하나로 여겨져 있습니다.  

총 매출은 뉴타이완달러 6000만 원 규모의 제작비와 큰 차이가 발생한 1200만 원 밖에 안되는 이유는 정치적 요소가 너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해피니스 로드>는 유년 시절 주인공 샤오치의 순진함이 가득찬 시각으로 엄숙하고 가볍지 않은 타이완의 역사와 사회 이슈를 부드럽게 보여주고 타이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정을 받으며 타이완 애니메이션의 발전 가능성을 열었으므로 ‘타이완 애니메이션 영화의 이정표’라고 칭찬받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샤오치 한 가족이 타이완의 전설적인 디바 펑페이페이(鳳飛飛)의 <행복하길 바랄게요(祝你幸福)>라는 노래를 자주 부르는데, 영화의 동명의 주제가 '댄스곡의 여왕'이라 불리는 타이완 유명 여가수 차이이린(蔡依林)이 부른 <행복의 길에서(幸福路上)>도 펑페이페이의 <행복하길 바랄게요>의 엔딩 부분의 가사와 멜로디를 인용했습니다. ‘네가 꿈꾸던 사람이 되었나(成為了你理想的人了嗎)/ 그 이야기 끝에는 뭐가 남았을까(那故事後來 有什麼留下)/ 매일 해가 져도 거슬러 올라가(但每次太陽落下 依然往上爬)/ 새로운 가지는 오래된 흉터에서 생겨나지(新的枝椏來自舊的傷疤)” 등 내용의 가사가 인생의 행복은 일정한 형태가 없고, 자신을 마주하고 포용하며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기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어릴 때는 누구나 빛나는 어른이 되기를 원하지만, 커서는 평범한 행복만을 바란다”라고 <해피니스 로드>의 타이완 오리지널 포스터에 쓰여져 있습니다. 동경하던 외국 생활을 실제로 살다 보니까 진정한 행복은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주인공 샤오치처럼, 우리는 늘 가까이 있는 행복을 소홀히 하고, 멀리 있는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행복은 매우 간단하고 소소할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는 것도, 강아지와 공원에서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도, 지친 하루 끝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던 영화를 보는 것도 모두 행복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일상의 ‘소확행’을 느끼면서 행복이 가득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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